명성교회가 미자립교회 지원 명목으로 낸 기금 2억 원 중 일부를 명성교회 세습에 우호적이었던 전 노회장과 임원진이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은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아래 동남노회, 김수원 노회장)가 지난 달 2016-2018년 3년간의 재정 지출 내역을 자체 감사한 결과를 담은 '노회결의 사항에 대한 조사결과 별지 보고서'(아래 별지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여기에 석연찮은 의혹이 하나 더 드러났다. 명성교회가 속한 동남노회가 명성교회 세습에 우호적인 교회에 한해 지원금을 탕감해줬다는 의혹이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최초 불거졌던 2017년 10월로 돌아가 보자. 당시 동남노회는 명성교회가 낸 김하나 목사 임명안을 통과시켰다. 이때 부노회장이던 김수원 목사와 노회원 130여 명은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해 퇴장했고, 이후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동남노회 비대위)를 꾸려 명성교회 세습 반대운동을 벌였다. 이후 동남노회는 내홍을 겪다가 2019년 9월 104회 총회에서 가까스로 정상화 수순을 밟았다.
그런데 내홍을 겪던 기간 동남노회 산하 교회성장동반위원회가 명성교회 세습에 우호적인 교회에 지원금을 탕감해준 정황이 별지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동남노회는 노회에 속한 미자립교회에 후원 기금을 집행할 때, 대출형식으로 지급해 왔다. 특히 2003년 채택한 '서울동남노회 개척교회 및 자립대상교회 지원 지침'에 따라 자립대상교회의 지원금도 교회자립화 기금의 범위 내에서만 지원하도록 했고, 지원받은 교회는 여타 교회와의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하여 채무 상환을 하도록 약정을 체결해 놓았다.
그러나 감사결과 석연치 않은 정황이 발견됐다. 동반성장위는 2019년 10월 정기노회에서 다섯 개 교회의 지원금을 탕감해줬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기준이다. 동남노회는 별지보고서에서 "같은 조건임에도 동남노회 비대위를 도왔던 교회들은 탕감의 대상에서 제외된 반면, 탕감 받은 교회들의 면면을 보면 노회 파행 중에 그 교회 담임목사가 보인 행보와 결코 무관치 않다"고 적었다. 즉, 명성교회 세습에 우호적인 교회들에 한해서만 지원금을 탕감해줬다는 말이다.
보고서가 공개한 교회 다섯 곳 중 세 곳의 담임목사는 노회에서 시찰장을 맡고 있었다. (장로교단의 경우 시찰회라는 기구가 있는데, 소속 교회 사정을 살피고 노회에 보고하는 기능을 한다)
이 중에서 각각 하남시찰장과 경남시찰장이었던 하늘뜰교회 김아무개 목사, 사랑의교회 원아무개 목사는 지원금을 탕감 받은데 이어 명성교회가 낸 미자립교회 지원 기금 2억 원 중 일부를 수령했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던 익명의 동남노회 관계자는 "이들은 명성교회 세습에 우호적이었고, 이런 이유로 탕감대상에 오른 것 같다"고 알려왔다.
김 목사와 원 목사는 명성교회가 낸 기금으로 후원할 미자립교회를 추천할 권한을 가진 이들이기도 했다. 즉, 명성교회 기금을 자천해 수령하고 지원금도 탕감 받았음이 동남노회 자체 감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동반성장위의 졸속 지원금 탕감은 정작 지원이 필요한 미자립교회에 가야할 자금을 소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동남노회는 "졸속으로 탕감 처리된 자립화 기금이 1억 6천 여 만원"이라면서 "그동안 노회에서 결의한 관련 사항들을 무시하고 특정의 교회들에 대해서만 노회가 파행중인 틈을 타서 임의대로 탕감을 허락해준 것은 누가 봐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적었듯 명성교회 세습을 둘러싸고 동남노회는 3년 가까이 내홍을 겪었다. 이 와중에 미자립교회 지원을 담당하는 기구가 명성교회 세습에 우호적인 교회에 한해 지원금을 탕감해줬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도덕적 해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명성교회가 세습을 관철시키기 위해 금권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증폭될 전망이다.
이미 개신교계에선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은 지난 달 28일 성명을 내고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와 동남노회에 "명성교회 불법세습을 통해 이익을 취한 자들을 색출하고, 부당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는 돈에 휘둘리지 않는 총회와 노회가 되어야 한다"라면서 "비리와 유착관계로 얼룩진 명성교회 불법세습이 얼마나 유치하고, 부정한 것인지를 알아 정의롭게 바로잡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명성교회 성도들이 꾸린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명정위)도 지난 달 29일 "우리 교인들은 30년 다닌 교회의 세습에 저항하며 피눈물을 흘렸는데, 적당히 미자립 교회를 섞어가며 자기 이름을 끼워 넣는 저급한 수작으로 돈푼이나 건진 노회 전 임원들에게는 그저 돈 300짜리 수익 건수에 불과했다"며 "뇌물을 받고 명성 세습을 용인해준 전 임원들과, 교인의 헌금으로 그들을 매수한 명성의 책임자들에게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