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지난 7일 저녁 '코로나19 이후의 교회: 위협과 기회'라는 제목의 긴급좌담회를 통해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교회의 대응을 논의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 최진봉 교수(장신대 예배설교학)는 주일성수에 대한 교인들의 인식의 변화에 주목했으며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교회의 크기와 교인 수의 함수관계에 균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의 교회'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최 교수는 "코로나19가 한국교회에 불러들인 현상들은 주일성수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상대화 현상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주일성수는 주일에 교회에 출석해서 예배를 드림으로 주일을 성별한다는 신앙의 절개를 표현하는 한국교회 전통이다. 주일성수 신앙의 도그마화와 현대사회 가치관이 변화되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주일성수 신앙이 많이 퇴색되어 있지만, 지금 한국의 많은 교회를 지탱하고 있는 신앙의 가치는 여전히 주일성수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교회 아닌 재택이나 다른 공간에서 대체예배를 드리게 되므로 예배출석은 곧 교회출석이고, 교회출석은 헌금·봉헌이라는 필연적 공식이 깨졌다. 이는 교회 신앙행습에 근본적 변화를 예상하도록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일에 교회에 가지 않고 개인별 가정별로 예배하는 신자들이 증가할 것"이라며 "또 미디어로 예배를 드릴 경우 교회력의 기본이며 절대 시간인 주일의 개념이 바뀔 것이다. 또 교인 수와 예배공간의 비례공식도 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또 "코로나19가 만든 두 번째 현상은 건물 공간으로서의 교회의 재고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공간과 사물을 뛰어넘어 다중이 소통하는 초연결(hyper-connectivity) 사회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 코로나19는 이 교회와 예배를 초연결 사회로 확 잡아당겼다. 교회의 의미를 미디어를 통한 간접 연결성이나 내적 관계망을 통해 찾게 되고, 예배의 가능성을 현장예배가 아닌 가상공간에서 동 시간대 연결성에서 찾았다. 두세 달 동안 교회는 예배당이기보다 예배를 촬영하고 녹화하는 스튜디오였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19가 앞으로 불러올 변화들은 예배공간 혹은 건물로서의 교회에 대한 절대 인식에 대한 변화"라고 했다.
이어 "세 번째는 온라인 성찬의 등장이다. 개신교는 성사 중심보다 말씀 중심이기에 성찬이 아닌 설교가 절대적 요소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에 성사 중심의 카톨릭이나 성공회는 오히려 성찬을 유보한 반면, 말씀 중심의 개신교에서 온라인으로 성찬을 하는 현상이 나타난 건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온라인 성찬은 성찬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성찬 감상주의에서 온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찬은 떨어져 있는 한 조각 빵과 배달되어온 잔을 그냥 먹고 마시는 행위로 끝나는 게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한 덩어리의 빵을 함께 있는 성도들이 그 자리에서 떼어서 나눌 때 실제적인 공동체 됨을 더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라며 "지난 2천 년 동안 기독교에는 성찬의 의미가 손상되지 않도록 신중히 분별을 요하면서 먹고 마셨다. 혹자는 오늘날 개신교 안에서 온라인 성찬이 성찬의 믿음으로 포장한 교회의 무질서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이례적 상황 가운데 실천하려고 할 때 신학과 의미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전망에 대해서는 "교회의 본래성은 지속될 것이다. 교회 역사에서 성도의 교제(communio sanctorum)로서 교회가 경험되어 온 것이고, 20세기 교부 칼바르트도 신자들의 실제적인 회집 없이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임재하는 교회의 진면목과 실체를 알 수 없다고 했다"면서 "미로슬라브 볼프도 삼위일체적 공동체는 제도적 관계를 말하는 게 아니라 실제적 공동체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즉 신자들의 모임 없이 교회를 말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 부분은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예배 방식에 있어서 비상시성(이차성)을 상시성(일차성)과 혼돈해서는 안 되고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 교수는 예측되는 변화들로 △미디어서비스 제공에 따라 교회 선호도가 달라질 것 △외형적 교회주의가 분명히 쇠락하게 될 것 등을 전망했다. 최 교수는 "미디어 생태계 안에서 교회 간, 목회자 간 콘텐츠의 질적 차이가 기존의 교회의 선호도를 바꿀 수 있다. 기존에는 이름 있는 교회가 선호되었다면 이런 면에서 젊은 목회자들에게는 소망이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으며 "코로나19 시대에 교회공간, 예배공간에 대한 절대적 신념이 깨지고 있다. 이제는 재난이나 위기에 보다 유연하고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가볍고 작은 체질의 교회들이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온라인 예배에 참여하는 성도들이 지금보다 많아지면서 교회출석률은 낮아질 것이다. 헌금에 대한 책임과 의무감도 현저히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이날 긴급좌담회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전망한 숭실대 이윤재 교수는 한국교회의 대응과 관련해 취약계층을 돌보는 일에 발벗고 나선다면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교회는 교인들을 통해 (지역사회 내)어려운 이웃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NGO 등과 협력하면 취약계층과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교회 밖 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는 교회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대안모색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