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5대 종단, 역사바로 세우기 위한 공동 호소문 발표

20일 정의연·나눔의집 논란에 우려 표시....연대 의지 드러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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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20일(수) 정오 서울 종로구 율곡로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사진을 들고 추모했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할머니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와 ‘나눔의집'이 여러 의혹을 받고 있다.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부실 회계 논란이 일고 있고, 나눔의집은 MBC 'PD수첩' 보도로 운영 부실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극우단체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역사를 폄훼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러자 개신교(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불교(대한불교조계종), 가톨릭,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이 공동성명을 "정의기억연대 활동에 대한 보도와 나눔의 집에 대한 일로 여론이 분열되어 시끄럽다. 사실을 먼저 확인되어야 하겠지만, 억측을 담은 언론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정의연과 나눔의집 논란은 "공정하고 명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면 될 일"이라면서 "더 이상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과 몇몇 단체와 활동가만이 인류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이 일, 이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아파하지 않도록 우리 종교인은 물론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5대 종단은 그러면서 "‘정신대문제대책'과 ‘역사바로세우기'는 우리 종교계의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라며 "제 단체들에 대한 의혹 때문이 아니다. 자신들에게는 역사의 과오가 없다고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그 책임을 우리 민족에게서 찾으려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의 모략이 명백한 잘못이기 때문"이란 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5대 종단이 낸 성명 전문이다.

‘역사바로세우기'를 위한 종교인 호소문
바다가 고요할 때 폭풍우를 대비하십시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피해자들과 함께 30년 운동을 만들어 온 정의기억연대(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의연) 활동에 대한 보도와 나눔의 집에 대한 일로 여론이 분열되어 시끄럽습니다. 사실을 먼저 확인되어야 하겠지만, 억측을 담은 언론 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운동의 시작에는 생존자 할머니들의 ‘엄청난 용기'가 있었고, 그 용기에 응답한 시민들의 연대가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만들어 온 노력들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폄훼하므로 피해 생존 할머니, 오늘과 내일의 세대들의 역사바로세우기를 무의미하게 하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위안부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18명에 불과한 일본군‘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 운동은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정의연과 나눔의집의 역사는 여성인권운동이자, 평화운동이며, 역사바로세우기운동입니다. 이 일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우리의 송구한 맘을 담아서 함께 거친 바다를 꿋꿋하게 항해하는 배입니다. 모두의 염원을 담은 배가 항해를 무사히 마치고 반드시 목적지까지 닿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현재 정의연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회계나 운영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함이 마땅합니다. 정의연은 이를 소상히 밝히기 위해서 회계법인에 감사를 요청하였고, 내부 반성도 진행 중입니다. 또한, 생존자 할머니의 안락한 보금자리로 시작한 나눔의집을 둘러싼 운영문제 역시 사실관계가 조속히 확인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후속 조치도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결과를 차분히 기다려야 합니다. 그에 따라 공정하고 명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면 될 일입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 던집니다. 정의연과 나눔의집이 홀로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뜻있는 시민들이 헌신적으로 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연의 설립목적인 일본의 사과와 보상,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은 더디기만 한데도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깊은 반성과 죄송한 마음이 겹겹이 쌓여옵니다.

힘겹게 일궈놓은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성과와 국가의 관심, 돌봄 사업이 ‘2015년 한일합의'를 전후해서 얼마나 열악한 수준으로 후퇴했는지 우리는 잘 압니다. 할머니 한분 한분이 돌아가실 때마다 그 역사도 곧 사라질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감으로 숨어서 미소 짓던 이들이 누구인지도 잘 압니다. 일본 정부와 친일세력, 역사수정주의자들을 책망했어야 마땅했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정의연과 나눔의집에 위임했다는 생각에,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과 몇몇 단체와 활동가만이 인류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이 일, 이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아파하지 않도록 우리 종교인은 물론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역사의 긴 흐름으로 살펴보면 우리 모두 이 일의 당사자입니다. 생존자가 사라지면 이 문제도 종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헛된 망상입니다. 우리가 정의연이며 나눔의집이기 때문입니다. 불순한 생각을 하는 이에게 정의는 반드시 이뤄짐을 깨닫게 해야만 합니다. ‘역사바로세우기'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자주와 독립과 민주의 완성이자, 정의와 평화의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정신대문제대책'과 ‘역사바로세우기'는 우리 종교계의 새로운 화두가 될 것입니다. 제 단체들에 대한 의혹 때문이 아닙니다. 자신들에게는 역사의 과오가 없다고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그 책임을 우리 민족에게서 찾으려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의 모략이 명백한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게으름과 부족함을 채찍질하며 더욱 진실하게, 옳음을 향해 더욱 굳센 걸음을 내딛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에게 간절히 호소합니다. 지금은 초발심(初發心)을 상기할 때입니다. 서로 탓하며 맞설 때가 아닙니다. 잘못이 있다면 고치고, 함께 살아갈 내일을 준비합시다. 그 어떤 이유로도 생존자 할머니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역사바로세우기'가 좌절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주십시오. 마음을 모아주십시오.
2020년 5월 20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한국천주교대주교 김희중
원불교교정원장 오도철
천도교 교령 송범두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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