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간의 작품인 성서는 오류투성이(스압주의)

최성철 은퇴목사(캐나다연합교회)

고대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무작정 믿는 기독교인들은 성서를 하느님이 인간에게 내려준 책으로 착각한다. 현대인들이 읽고 있는 성서는 1000년에 걸쳐 지리멸렬한 문서들을 혼란스럽게 엮고 짓고 수정하고 번역하고 왜곡하고 개정한 모음집이다. 다시 말해, 성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다양한 기록자들이 다양한 시대와 문화와 사상의 배경에서 등장한 문서들이 편집된 책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성서는 많이 읽으면 기적이 일어나고, 읽지 않으면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 괴상한 마술책이 아니다. 또한 매일 읽고 암송해야만 하는 교리책도 아니다. 성서는 인류 역사에서 등장한 수많은 책들 중에 하나일뿐이며, 다만 인간의 자율적인 깨달음과 온전한 삶을 위한 길잡이다!

오늘날 교회 기독교의 종교문맹과 성서문맹을 퇴치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많은 신학자들과 성서학자들이 역사적 예수를 탐구하고 있다. 이들은 참 사람 예수의 정신에 따라서 성서와 믿음체계를 근본주의에서 해방시키려는 역사적 예수 학자들이며, 예수가 사용한 유대인의 모국어인 아람어, 고대 성서 저자들이 사용한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북아프리카의 초대 기독교 문서들의 콥틱어(고대 이집트어), 그리고 로마제국의 라틴어 정도는 능숙하게 번역하며, 고고학 인류학 역사학 철학 종교학 현대과학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수준의 학자들이다.

이 학자들은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현대과학을 무시하고 하느님을 초자연적이고 인격적인 존재로 왜곡하는 근본주의의 모순을 밝히기 위해서 초대 기독교 문서들을 학문적으로 연구하여 역사적 예수의 말과 행적을 탐구한다. 다시 말해, 1세기에 원초적인 예수의 정신과 역사적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의 신학과 신앙의 핵심이 무엇이었는지를 정직하게 밝히려고 한다. 역사적 예수 학자들은 북미의 주류 교단들의 신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이며, 필자는 캐나다의 멕길대학 종교학부에서 이러한 학자들로부터 새로운 패러다임을 배웠고 캐나다연합교회에서 안수를 받고 은퇴하기까지 20년동안 학교에서 배운대로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전문적인 목회에서 실천했다.

역사적 예수 학자들의 성서 연구에 따르면 참 사람 예수는 제자들에게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깨달음의 참된 인간으로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쳤다.(요한 3장, 마태 5장) 또한 학자들에 따르면 성서는 문자적인 책이 아니라,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을 은유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성서는 예수를 초자연적인 하느님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가 로마제국의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후, 예수의 기적을 문자적으로 믿었던 사람들은 생존의 두려움과 고통 때문에 예수의 정신을 따라 깨달음의 참 인간으로 사는 불편한 길을 포기하고, 죽은 후에 이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가서 영원히 잘 사는 안일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역사적 예수는 지구 위에 참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자는 현세주의자였는데 후대의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정신과는 정반대로 내세주의자들이 되었고 이분법적인 종교체제를 강화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기독교인이 자율적인 깨달음의 참 인간이 되는 길에 가장 심각한 걸림돌은 죽음의 두려움과 삶의 고통의 원인을 왜곡하고 거짓된 해답을 주장하는 성서근본주의의 문자주의와 직역주의다. 설상가상으로 성서근본주의는 축자영감설과 무오설을 주장하면서 성서가 은유적으로 기록한 하느님의 의미를 크게 왜곡시켰을 뿐만아니라 참 사람 예수를 초자연적인 하느님으로 둔갑시켰고, 중보교회를 세상의 도피처와 죽은 후 천국가는 문으로 변질시켰다. 성서근본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고 오히려 죽음의 두려움과 고통을 가증시켰다. 따라서 기독교인이 깨달음의 참 인간이 되는 길은 성서근본주의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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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pixabay)
▲오늘 대부분의 교회들이 망상에 빠진 성서근본주의는 원초적인 성서의 신학과 신앙이 아니라, 지난 1-2 백 년 사이에 생겨난 극단적인 보수신앙의 산물이다.

교회기독교의 성서근본주의에 용감하게 저항한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다윈, 프로이드, 니체, 본훼퍼, 아인쉬타인 그리고 20세기의 역사적 예수 학자들은 축자영감설과 무오설에 근거한 부족적이고 차별적이고 이분법적인 성서근본주의는 더 이상 이 세계에 적용할 수도 없고, 인류가 이 세계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갈 곳도 없다고 선언했다. 다시 말해, 교회는 호모싸피엔스 인간의 본능적인 죽음의 두려움과 고통의 원인에 대해서 정직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천국/지옥, 축복/징벌의 이분법적 교리는 인간의 존엄성인 창조성과 자율성과 잠재력을 폄하하거나 파괴할 수 없다.

예수가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너희가 나를 보았으면 너희는 아버지를 본 것이다'라고 밝힌 하느님과의 일체성은 교리적인 성육신의 언어 즉 예수의 신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예수의 인간성에서 이해해야 한다. 성육신(成肉身)의 참 의미는 인간의 삶의 모습에서 하느님이 드러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삶의 요청이고 방식이고 표현이다. 따라서 하느님은 인간과 분리된 외부의 타자가 아니다. 인간과 하느님은 한 몸이다. 이것은 예수가 가르치고 자신이 몸소 살아내었던 온전한 인간이 되는 길이었다.

사람들이 옷을 입을때 단추구멍이 잘못 끼워진 것을 발견하면 모든 것들을 풀어놓고 첫 번째 단추구멍부터 다시 끼우는 것처럼, 현대 기독교인들은 2000년 전에 갈릴리 해변가를 거닐던 역사적 예수에게로 되돌아가서 그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역사적 예수가 참 인간과 하느님과 생명과 세상에 대해서 가르치고 몸소 살아내었던 것이 교회기독교의 믿음체계가 강압적으로 주장하는 수동적인 믿음과 이분법적 교리들과 무엇이 다른지 분명하게 분별해야 한다.

잃었던 역사적 예수를 되찾는 것은 성서근본주의에서 해방되어 깨달음의 참 인간이 되는 길이다.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고대인들은 성서를 제한적인 어휘로 인간과 생명과 하느님의 심층적인 의미를 은유적으로 즉 신화적으로 기록했다. 따라서 21세기의 기독교인들은 고대인들이 삼층 세계관에서 기록한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으면 그들의 체험과 깨달음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주진화 세계관에 근거하여 은유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지금까지 오랜세월 동안 고정관념으로 지니고 있던 성서에 대한 '낡고 오래된 렌즈' 즉 '과거의 패러다임'의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교리에 따르면, 성서의 저자는 하느님이며, 성서는 하느님이 인간에게 내려 준 책이고, 성서는 문자적으로 믿어야 하기 때문에 역사책과 과학책이다. 그러나 21세기 우주진화 세계관에 근거하여 성서를 보는 '새로운 렌즈' 즉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르면, 성서는 인간이 체험한 진리들을 자신들의 언어로 은유적이고 시적으로 표현한 책이다. 성서의 기능과 목적은 예수를 하늘에서 내려온 초자연적인 하느님으로 신봉하기 위한 교리책이 아니다. 성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1000년 동안 여러 다른 지역과 다양한 배경에서 기록되었으며, 오늘 존재하지 않는 최초의 원본에서 수많은 사본들이 복사되고 수정첨삭되고 편집되었으며, 오늘 현대인들이 읽고 있는 성서는 원초적으로 단행본이 아니라, 그 많은 사본들 중에 단지 몇 개를 수집한 모음집이다.

따라서 성서는 오류투성이고 심하게 왜곡된 인간의 작품이다. 성서를 현대어로 전환하는 재해석이 없으면 생명의 의미, 하느님의 의미, 예수의 의미, 인간의 의미를 솔직하게 이성적으로 인식할 수 없으며, 기독교인들은 생존과 죽음의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참 인간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럽고 자유하게 살 수 없다. 신앙과 믿음은 교회가 만든 교리들을 암송하고 무조건 순종하는 것이 아니다. 참 신앙은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창조적인 깨달음에 이르는 온전한 삶의 길이다. 결론적으로, 성서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필수적으로 138억 년의 우주 이야기에 담겨져 있는 우주의 진화과정, 생명과 인간의 기원, 호모싸피엔스 인간의 진화 그리고 인간의 문명발달사와 함께 성서의 형성 과정과 정경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기독교인의 신학과 신앙에 지극히 필수적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오늘 대부분의 교회들이 망상에 빠진 성서근본주의는 원초적인 성서의 신학과 신앙이 아니라, 지난 1-2 백 년 사이에 생겨난 극단적인 보수신앙의 산물이다. 사실상, 지난 백여년 동안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많은 사람들이 감성적이고 표층적인 위로를 받았으나, 그들의 신앙은 사심으로 가득한 보상심리의 조건부적 믿음이었다. 선량한 수많은 사람들은 교회의 권위에 순종하고, 이분법적 교리들을 의심과 질문없이 무작정 믿기만하면 축복과 구원이 보장되고, 그렇지 않으면 심판과 징벌을 면치 못한다는 위협적이고 상업적인 거짓과 은폐에 속아 넘어갔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러한 과거의 패러다임은 우주진화 세계관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더 이상 효과가 없다. 호모싸피엔스 인간은 본능적인 이성과 지성과 감성을 온전히 조화시키는 독특한 생물종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스스로 깨달으면서 진화하는 생물종이다. 따라서 교회 기독교는 과거의 패러다임에 얽메인 믿음체계를 페기처분하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역사적 예수 학자 마커스 보그는 자신의 저서 <기독교의 심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기독교는 성서를 중심으로 삼고 있다. 물론 기독교는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중심으로 삼고 있지만, 그 하느님은 성서가 은유적으로 말하는 하느님이며 성서가 가리키는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또한 다른 방식으로도 그리고 다른 종교에서도 알려지고 있는데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성서의 하느님 즉 '역사적 예수의 하느님'을 중심에 모시고 사는 것이다. 이 사실은 기독교인이 다른 종교인들과 비종교인들을 배척하는 표지가 아니라 기독교인의 정체성의 표지이다.

성서는 기독교인들에게 거룩한 경전이며, 성스러운 이야기이다. 그러나 성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어버렸다. 지난 20세기 후반에 교회를 떠난 기독교인들은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성서 때문에 떠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그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는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성서를 보는 방식이 그들에게 더 이상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성서문자주의는, 성서가 문자적으로 틀림이 없다는 무오설, 성서가 문자적으로 역사적 사실이라는 주장, 그리고 성서가 문자적으로 도덕적이며 교리적으로 절대적이라는 주장을 강조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새로운 렌즈로 성서를 새롭게 읽으면, 참 사람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수는 종교체제에 의해서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고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참 인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우쳐주고, 자신이 참 인간의 모습으로 살았다.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인이 되는 목적은 예수가 깨닫고 산 것처럼 참된 인간이 되어 예수처럼 사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의 예배는 세속적인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참 인간으로 사는 것이다. 예배는 인간이 외부에 있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에게 무엇을 바치고 원하는 것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하느님의 의미를 인식하고, 하느님의 실제(Reality)를 몸과 마음으로 드러내어 참 인간으로 사는 길이다.

결론적으로, 성서를 신앙과 삶의 중심으로 삼는 원초적인 기독교는 이 세상이 멸망하기를 기다리는 내세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는 지금 여기 이 세상을 위해서 빛과 소금이 되는 종교이다. 기독교의 목적은 죽은 후에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고 천국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순간순간에서 영원함을 몸과 마음으로 살아내는 현세 종교이다. 기독교는 자연의 법칙이 깨어지는 기적을 믿는 무당종교가 아니라, 참 인간성을 회복하는 깨달음의 종교이다. 기독교는 하느님으로부터 이분법적인 축복과 보호를 받는 이기적이고 부족적인 종교가 아니라, 인류에게 하느님의 손과 발이 되는 희생적인 종교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으로 선하게 사는 것은 보상심리로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을 더 많이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하느님이란 말이 꼭 필요하다면 기독교인과 하느님과의 관계는 사심으로 가득한 거래관계가 아니라 조건없는 사랑을 사심없이 실천하는 것이다. 기독교는 깨달음의 종교이고, 기독교인이 되는 목적은 오직 '깨달음의 참 인간'으로 살기위한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성서의 핵심이다.

※ 이 글은 전 지질학자인 최성철 은퇴목사(캐나다연합교회)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외부필자의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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