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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생애를 읽는다는 것

"존 스토트의 생애" -로저 스티어, IVP

john
(Photo : ⓒIVP)
▲『존 스토트의 생애』(IVP) 겉 표지.

한 사람의 삶에는 많은 것이 들어있다. 단순히 그의 말과 행동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말과 행동을 가능케 했던 주변 사람들과 시대적 배경, 사상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생애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영성적 관점을 더해 한 사람의 생애를 읽게 된다면, 그 사람의 삶 속에 남겨져 있는 하나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성경을 통해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단지 이스라엘이라는 한 민족의 역사에 국한된다면, 오늘, 한국에 살고 있는 내가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서야 그 이야기를 읽을 이유가 없다. 내가 성경을 읽는 이유는 그들의 역사 속에 숨 쉬고 있는 하나님의 흔적 때문이다.

존 스토트, 뉴욕타임즈 칼럼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복음주의자들이 교황을 선출한다면 아마도 존 스토트를 지목할 것이라"라고 말했던 사람. 그는 현대 복음주의권 안에서 가장 인상 깊은 흔적을 남긴 사람이다. 이 책은 존 스토트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그의 삶 속에 남겨진 하나님의 흔적들은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그리스도의 흔적을 가졌던 사람

학창시절부터 존 스토트가 좋았다. 존 스토트의 메시지나 삶이 내 안에서 자주 공명을 일으켰던 이유는 그의 균형감 때문이었다. 존 스토트의 삶을 읽으며, 계속해서 들었던 생각은 균형감이었다. 그는 한 쪽에 치우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균형감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을까? 없다. 누구나 처음에는 극단의 사람으로 시작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균형감을 가질 수 있을까? 대화다. 대화 속에 자신의 것을 성찰하고, 타인의 것을 숙고하면서, 생각과 삶을 넓혀가기 마련이다. 존 스토트의 삶을 보면, 그는 늘 대화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자리와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넓혀갔다. 자신의 것과 타인의 것을 융합하면서, 지켜야만 하는 것은 지켰고, 수정할 수 있는 것은 수정했다. 이것만을 고집하기보다 저것의 의미도 찾아보려 했다.

초기 그는 자유주의와 근본주의 사이에서 근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복음의 핵심교리는 수용했지만, 근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반문화, 폐쇄성, 배타성과는 선을 그었다. 그는 자유주의가 가지고 있던 사회문화적 관심은 수용했지만, 기존 기독교 신앙의 해체적 움직임과는 선을 그었다.

그의 설교를 보면, 초기에는 성경을 해석하는 것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성경을 잘 해석하는 것과 더불어, 이 시대의 문화 속에 적용하는 것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그는 '이중적 귀 기울임'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성경의 소리에 귀 기울임과 동시에 세상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려 했다.

그는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령사역에 관해서도 균형 있는 관점을 가졌다. 그는 교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성령사역에 문을 열어두었지만, 이성을 배제한 채 감정에만 사로잡히는 성령 사역등 불건전한 성령사역에는 선을 그었다.

로잔언약에서 그의 균형감은 더욱 돋보였다. 그동안 복음주의는 복음전도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지만, 존 스토트는 복음 전도와 사회참여의 균형을 중시했다. 그리스도인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삶의 후기에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 속에서 성경과 사회의 현실 속에 균형감을 가지고자 애를 썼다. 현대윤리, 교회론에 대한 문제들에 있어서도 성경의 소리를 귀 기울이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개인의 삶을 보면, 주변 사람들은 그가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사람이었음을 이야기한다. 그는 왕성한 목회적 활동과 더불어 새 관찰이라는 덕후스러운 여가를 즐겼다. 그는 목회자로 살았지만, 한편에서는 연구자로서 살았다.

나는 그의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이 좋았다. 물론 이 자리는 양쪽에서 비난을 듣기 딱 좋은 자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양쪽을 다 품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양쪽의 소리를 다 듣고,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면서도, 그렇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의 자리를 수정하며, 자신을 만들어간 그의 모습이 좋았다.

그는 케직 사경회에서 행해진 그의 생애 마지막 설교에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은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얼마나 그리스도를 닮아갔는지는 하나님만 아실 것이다. 그러나 그가 세계 기독교 속에 나타나 있는 다양한 그리스도의 흔적들을 마주하고, 이를 성찰함을 통해 자신의 것과 조율해가려고 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로 인해 그의 삶 속엔 세계 기독교 속에 남겨진 다양한 그리스도의 흔적들이 남겨지게 되었다.

흔적을 남기는 일

사람은 흔적을 남긴다. 성경에는 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남겨져 있다. 그 중에 나에게 긍정적 푯대가 되는 흔적을 남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에게 경각심을 주는 흔적을 남긴 사람도 있다. 그 중 모두에게 긍정적 푯대가 되어주는 흔적을 남긴 사람은 그리스도일 것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그리스도에게 연합되어 일치되는 만큼, 긍정적 분량의 흔적을 남겼다.

그리스도를 닮아간다는 것은 자아 자체의 소멸이 아니다. 부패한 자아의 소멸이고, 온전한 인간다움을 추구하려는 자아의 부활이다. 하나님과 사람, 세상을 아끼고 사랑하려는 자아의 회생이다. 이는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가지신 하나님의 목적이다. 얼마나 그 분을 닮아가게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열린 대화 속에 그리스도의 흔적들을 마주하며, 그 분을 닮아간 흔적들이 남겨질 수 있기를, 부르심의 목적이 온전히 성취되기를 애써보려 한다. 이에 그리스도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 이 글은 본지의 외부 기고가 정승환 목사(한우리교회)가 연재 중인 <책 이야기>입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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