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말'(言)을 분별함

채영삼 백석대 교수

words
(Photo : ⓒpixabay)
▲말은 자주 둔탁하다. 말의 주인(主人)이 말 뒤에 자신을 잘 숨기기 때문이다.

말은 자주 둔탁하다. 말의 주인(主人)이 말 뒤에 자신을 잘 숨기기 때문이다. 그 말 자체가 갖는 힘 때문에 그 말 뒤에 숨은 자를 보지 못한다. 말은 그 말 자체보다, 그 말이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동기와 목적으로 나온 것인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다수가 항상 옳고 소수는 항상 틀리지 않듯이, 소수가 항상 맞고 다수가 항상 틀리지도 않는다. 다수이든 소수이든, 맞고 틀리는 것은 다른 기준에 달려 있다.

사랑은 그 자체로 좋은 의미로 들리지만 무엇을 어떻게 사랑하느냐에 따라 그 사랑의 의미가 달라진다. 혐오도 마찬가지이다. 혐오는 그 자체로 나쁜 의미로 들리지만, 무엇을 어떻게 혐오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결정된다. 너무 사랑해서 상대를 죽일 수도 있고, 잘 미워하고 경계해서 자신과 모두를 살려낼 수도 있다.

"또 어떤 자를 그 육체로 더럽힌 옷이라도 미워하되, 두려움으로, 긍휼히 여기라"(유 23)

차별과 배제도 나쁜 의미처럼 들리지만, 무엇을 어떻게 어떤 이유로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결정되며, 관용이나 환대 역시 좋은 의미로 들리지만, 누가 어떻게 어떤 이유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누구나 배제됨이 없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며, 거짓 가르침을 가르치는 이단을 환대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이 교훈을 가지지 않고 너희에게 나아가거든 그를 집에 들이지도 말고 인사도 말라"(요이 10).

죄인과 죄를 구분하고 분리하지 못하는 것도, 말의 둔탁함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죄와 죄인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십자가에서 자신의 공의와 사랑을 동시에 만족시키신 하나님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 8:11)'는 말씀도 쿨하지 못한 것이 되고, 부모가 자식이 저지른 잘못을 미워하고 싫어하면서도, 그 자식을 위해 아무것도 아끼지 않는 갈등과 고통도 모르게 되는 셈이다.

말의 둔탁함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그 말을 말씀의 빛 아래 두어야 한다. 그럴 때에 그 말을 덮고 있는 어둠이 벗어진다. 그 빛 아래서 말을 분별하지 못하면, 그 말은 눈 먼 우상(偶像)이 되어 거짓 신(神)처럼 모두를 노예로 삼으려 들 것이다. 말(言)은 오직 말씀에 순복할 때 자기 자리를 찾는다.

"모든 이론을 파하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하니"(고후 10:5)

※ 이 글은 채영삼 백석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