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작스럽게 숨진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시민 분향소는 오전 8시부터 추모객을 맞았다. 비교적 이른 시간임에도 시민들은 분향소를 찾아 고 박 시장을 애도했다.
고 박 시장은 개신교계와도 인연이 깊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창궐했던 2015년 6월 고 박 시장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찾아 메르스 방역에 개신교계 협조를 구했다. 고 박 시장은 "메르스로 인해 초비상이다. 서울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력만으로는 힘들어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에 기독교계의 도움을 받기 위해 왔다"고 인사했다. 이에 당시 김영주 총무는 "시장이 사태해결에 앞장서 줘서 고맙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고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5년 뒤 닥친 코로나19 상황에선 교계에 감사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고 박 시장은 개신교계가 밀접접촉을 줄이고자 부활절 연합예배 규모를 축소한데 대해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그동안 오프라인 예배를 중단하는 중대한 결단을 내리며 이웃에 대한 사랑과 희생, 연대의 정신을 모범적으로 실천해오신 교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계는 고 박 시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특히 보수 개신교계는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퀴어문화축제 행사장으로 개방한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보수 개신교계는 동성애 조장에 앞장서고 있다며 고 박 시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또 지난 해 6월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도로점용 판결을 받은 사랑의교회 헌당식에 참석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박 시장은 헌당식에서 "멋진 교회 헌당으로 인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성령의 축복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박 시장은 7월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새로운 교회가 (들어)섰고 해외에 있는 아들이 좀 갔다 오라고 해서 한번 갔다 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안 가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고 박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고 박 시장을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장혜영 의원은 피해주장 여성과 연대의 뜻을 밝히며 고 박 시장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두 의원의 입장 표명 후 소셜미디어에선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중이다. 지지하는 쪽에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는 반면, 반박하는 쪽에선 '무죄추정'의 원칙과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는 입장이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조문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전적으로 새로운 현상이라 할 만 하다. 일단 이번 고 박 시장의 갑작스런 사망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피해주장 여성이 고 박 시장을 수사기관에 고소했다는 점, 그리고 피고소인 사망으로 공소권이 소멸했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지나친 예단이나 과도한 감정이입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지금으로선 무미건조하게 언급할 수밖에 없다.
고인을 애도하며, 개신교계와 연대했던 그 마음 기억하려 한다. 또 피해주장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는 없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고 박 시장 유족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