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베리타스 포럼이 지난 24일 세계적인 변증학자 존 레녹스(John C. Lennox) 옥스포드 대학교 교수를 초청해 '코로나바이러스 세상, 하나님은 어디에 계실까'라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의 파트너로 김익환 교수(고려대 생명과학부)가 나섰다.
존 레녹스 교수는 먼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의 죄에 대한 심판이라는 주장'에 대해 실로암 망대가 무너진 성경 기사를 인용해 "하나님께서는 팬데믹을 통해서 우리를 회개로 이끄신다"며 "코로나 바이러스로 죽은 사람들이 나 보다 더 죄인이라서 죽은 게 아니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죄인이고 예수를 믿어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존 레녹스 교수는 "자기 죄로 인해 코로나에 걸려 사망했다고 믿지는 않지만 신약은 개인적인 죄로 인해서 질병을 얻거나 죽을 수 있다고 말한다"며 "코로나 바이러스 안에도 이런 개념이 있을 수 있다. 이는 하나님이 결정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무신론적 세계관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해답을 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존 레녹스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많은 사람들의 즉각적 반응은 무신론이다. 뉴질랜드 지진 때도 사람들은 '확실히 신은 없어. 그럼 모든 게 설명 돼. 세계는 신 없이 돌아가'라고 말했다"며 "주목할 점은 무신론적 답이 고통의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여도 고통, 아픔, 죽음 등은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무신론은 이에 대한 대답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존 레녹스 교수는 "그럴 수밖에 없는 건 무신론이 본질적으로 모든 희망을 제거하기 때문"이라며 "무신론은 죽으면 모든 게 끝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을 당하거나 죽어도 그 이후의 세계는 없다고 한다. 모든 게 끝"이라고 했다.
무신론은 희망 뿐 아니라 도덕을 제거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강한 무신론은 도덕을 제거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란 근본적인 설계도, 목적도, 악도, 선도 없다. 단지 맹목적이고 냉혹한 무관심만 있다면 DNA는 지식도 없고 배려가 없다. 그냥 존재하고 우리는 그 음악에 따라 춤출 뿐"이라고 했다"며 "무신론자 입장에서 우주는 선도 악도 없다. 정말 선도 악도 없다면 도덕적 악이나 자연적 악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강한 무신론자들이 'DNA만 존재할 뿐이고 우리는 그에 따라 춤출 뿐이다'라는 결정론적 세계관은 명백한 오류"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냐면 인류의 모든 경험은 이를 반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류는 정의를 갈망한다. 사람들은 도덕성을 믿고, 선과 악을 믿는다"며 "무신론자들은 선과 악의 개념을 제거함으로 고통의 문제 자체를 의미 없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존 레녹스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부분의 교회들이 현장예배를 드리지 못하지만 온라인 예배 참석인원은 몇 배로 늘었다. 이런 현상은 많은 사람들이 무신론적 해답보다 유신론적 해답에 더 이끌린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생물학에 의해 지지되는 도덕성 개념에 대해서는 "'우리는 왜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가?'에 대해, 만일 종의 진화가 종의 생존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약한 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강한 자들의 생존에 걸림돌일 것"이라며 "인간에게는 '이타주의적 이어야한다'는 깊은 확신이 있다. 사회 생물학으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 리처드 도킨스는 '우리는 유전자의 힘을 거스를 수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렇다면)유전자를 거스를 힘은 어디로부터 오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밖에 내세지향적 신앙의 현실 도피 경향에 대해서는 "기독교의 부활 교리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부활이라는 미래를 위해 현실 세계에 자기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 신앙의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의사라면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열심히 싸웠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