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신발 던지는 못난 자들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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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pixabay)
▲서울의 아파트 풍경.

어제 텔리비젼 뉴스에 보유세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신발 벗어 던지는 퍼포먼스가 나왔다. 참으로 천박한 저질들의 시대다. 저들은 도대체 어떤 세상을 바라는 것일까?

몇 년 전, 은퇴 준비하기 위해 마포집을 팔고 파주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잘 되었다 싶었다. 매물로 내놓아도 근 1년 이상 팔리지 않던 집이다. 그런데 내가 팔고 떠난 직후 몇 년 사이에 그 집이 두 배나 뛰었다. 놀랍다. 마음에 씁쓸함이 있지만 그걸 내가 어쩌나 싶다. 서울로 이사하기는 다 틀렸다. 서울 사는 이들이 대단해 보인다.

값을 부르는 대로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런 가격에 팔리는 것 아닌가 싶다. 강남 집값은 거의 평당 1억이나 되는데도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다. 아파트값이 왜 이렇게 비싸지나? 강남에 살고 싶어 하는 부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 부자들 돈은 어디에서 난 것일까?

대부분 불로소득으로 번 것일 가능성이 높다. 많은 경우 부동산 투기를 해서 몇 년 만에 투자액의 몇 배를 벌 수 있고, 그렇게 번 것에 대하여 국가에서 세금을 물리지 않으니 그들이 부자가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하루 임금을 몇 푼 올리는 것도 아까워하는 세상이 부자들에게는 너무나 관대하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기재부 장관의 발언에 강남에 집을 가진 부자 국회의원이 역정을 낸다. 강남 집으로 인해 몇 년 사이에 5억, 8억, 13억 자산가치가 늘어 돈을 벌었다는 국회의원들이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장관을 향해 "국민의 피 빨아먹는 정권"이라고 힐난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일련의 사람들이 신발을 벗어 던지며 문재인 정권의 세금 정책을 비난한다.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소득있는 그곳에 세금이 철저하게 매겨져야 그것이 공정이다. 세금은 정권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가져가는 것이다. 국세청은 가난한 노동자의 급여에서도 세금을 꼬박꼬박 떼어가면서, 부자들의 아파트값 상승으로 인한 소득 증대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해왔다. 그러니 부자에게 호혜적인 정권에게는 편안해하고, 부자들의 불노 소득에 대해 세금징수를 하겠다는 정권은 나쁜 정권이라고 야단법석이다. 순전히 도둑놈 심보다.

너나 나나 집을 사려는 우리 사회와 비교해 외국은 어떠할까? 보편적인 현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독일의 경우 쾰른에 사는 나의 지인은 내가 유학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평생 국가가 관리하는 아파트(Sozial Wohnung)에 살고 있다. 본인이 계속 살기를 원하면 살 수 있는 권한이 오래 살수록 더 보장되고, 임대료 상승은 병아리 오줌 정도 거의 없다. 물론 독일에서는 부부가 일할 땐 차라리 혼자 일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을 정도로 소득세율이 높다.

독일은 세금이 높은 대신 의료비가 거의 공짜고, 아이들 학비가 박사과정까지 전혀 없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평생 할 수 있다. 임대 주거자가 되어도 쉽게 나가라고 할 수 없는 법이 있어서 굳이 집을 사야 할 이유도 없다. 주거비에 목돈을 모아 쓸 이유가 없는 세상이다. 그러니 독일에서는 아주 부자가 아니고서는 집을 사려는 이들이 거의 없다. 내 집 없이도 주거의 안정성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떨까? 미국에 사는 큰아이는 부부가 뉴욕주 10년 차 변호사라서 소득이 상당하지만, 아직도 집이 없다. 소득이 없어서가 아니라 집을 가지는 것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크지도 않은 뉴욕 아파트값이 지역마다 다르지만 아이 교육 환경을 생각하여 좋은 곳은 20~25평 정도가 2백만 달러가 넘는다. 그런 아파트 렌트비가 무려 월 4-5천 불이 넘지만, 그러려니 하고 산다. 자동차 주차비 따로, 심지어 자전거 거치대 사용료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집을 사면 보유세를 내야 하는데 그게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작정 집을 샀다가 집값이 떨어져 낭패를 당한 이들도 적지 않다. 텍사스의 경우 지역마다 세율이 다르지만, 집값의 2%~3%를 매년 세금으로 낸다.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은 더 비싸다. 예컨데 40만 불짜리 집을 가지고 있다면 일 년에 소득세와는 상관없이 약 1 만 불 이상 재산세를 내야 한다. 1만 불이면 1,200만 원 정도다. 이 정도가 미국에서 집 한 채 가지고 사는 소득 10만 불 내외 서민의 경우다.

태극기 부대가 좋아하는 미국이 그렇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서 십수억짜리 집에 살면서 세금을 내라니까 못 내겠다며 악을 쓰나? 심지어 천박하게 신발을 벗어 던지나? 민주 정권을 적으로 여기는 조중동은 이런 자들의 포퍼먼스를 대서특필해 준다. 부디 언론사 기자라면 사람답게 글을 쓰고 취재하며 살자.

텍사스에서는 집을 살 때 세금이 없다. 심지어 복덕방 비도 없다. 누가 내느냐고? 파는 사람이 낸다. 집을 살 때의 값은 2년마다 재산정되어 세금이 새로 산정되어 물려진다. 그런데도 불평하는 이가 없다. 우리보다 근 10배나 많은 세금을 물린다고 신발을 벗어 던지는 사람들도 없다. 그럴 거면 집을 안 가지면 된다. 집 없는 이는 보유세 한 푼도 안 내지만, 사실 부동산 업자가 내야 할 보유세를 포함한 높은 렌트를 내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렌트도 적지 않다.

내 생각에는 당연히 보유세 높이고, 국가가 관리하는 서민 주택을 많이 지으면 될 일이다. 안정된 서민 주택이 많이 있다면 누가 평생 벌어도 살 수 없는 저런 고가의 집을 가지고 싶어 하겠는가? 주택문제는 현 정권이 만든 것이 아니다. 서민 주택을 안 짓고, 부자들에게 보유세 물리지 않으니 너나 나나 자고 나면 올라가는 강남 집을 가지려는 것이다. 가난한 월급 노동자에게 세금 거두듯, 부자에게서도 세금을 제대로 거두는 정책을 시행해야 나라가 공정해진다.

국세청은 미국처럼 정기적으로 자산가치를 재산정하여 적정 세율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라. 그래야 공정한 것 아닌가? 왜 몇 년 만에 8억, 10억 오른 아파트에 작년과 똑같은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인가? 잡지에 원고 한 편 써도 소득세를 떼고, 행여 누락되면 추후 경고장 비슷한 통지까지 하는 세무 기관이 왜 부자들의 억대, 십억 대 자산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서만 여전히 관대하고 눈먼 기관이 되는 것일까?

나는 내 자식들과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이 부디 공정하기를 바라는 마음밖에 없다. 내가 누리지 못했지만, 내 자식들은 누렸으면 하고, 그런 가능성을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이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나는 하나님께 이런 일로 기도하지 않는다. 사회 정의, 공정함, 인간의 존엄한 가치, 그것은 하나님이 지켜주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위탁하신 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책임을 망각한 기독교 신앙은 적어도 내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부디 부자들에게 세금 더 올리겠다는 소리에 분노하여 강대상에서 흰소리하는 목사가 없기를 바라고, 신발을 벗어 던지는 천박한 자들 중에 기독교인이 하나도 없었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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