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48일째 이어지고 있다. 그냥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아니라 퍼붓는 비다. 피해도 속출하는 중이다.
강원 철원군, 충북 충주시·제천시·음성군, 충남 천안·아산시 등 7개 지자체는 특별 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호남 지역의 경우 섬진강이 범람해 구례 등 주변 지자체가 큰 피해를 입었다.
아산에선 지난 4일 내린 집중호우로 주민 두 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가용인력을 집중하다시피 하면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수색작전 개시 8일째인 10일까지 구조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가 만연한 상황에 비 피해까지 더해지니 이에 따른 우울과 무기력감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가 이런 모습일까?
사실 이상징후는 이전부터 있었다. 2018년 여름 무더위는 그야말로 살인적이었다. 2018년 8월 서울 최고기온은 39.6도였다. 111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2019년엔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7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하며 피해를 입혔다.
이상기후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 남부, 일본 큐슈 역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2월 남극 대륙이 섭씨 18.3도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5년 3월 최고 기록이었던 17.5도를 1도 가까이 넘어선 기온이었다. 또 영국과 서유럽에 태풍 시애라가 불어닥쳤다.
코로나19와 전지구적 이상기후까지 2020년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역사에서 대규모 재난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대규모 재난 앞에서 인간은 그저 한없이 무기력할 뿐이다. 하지만 새로운 각성을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는 여행과 경제활동을 위축시켰다. 이러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자연이 제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코로나19는 인간이 지구를 많이 힘들게 했음을 깨닫게 했다.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게 기상학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정교회, 가톨릭,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종교다. 하지만 이 같은 교리가 무색하게 그간 기성 종교, 교단은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설파하기 보다 자본주의의 무한 자가발전을 칭송하기 일쑤였다.
시선을 달리해서, 지구촌을 덮친 이상기후는 이 같은 길에서 발걸음을 되돌리라는 신호일 수 있다. 지금 이 때는 다시금 성서가 알려주는 생명 환경의 소중함을 되새겨보고, 무분별한 이윤 논리에 경종을 울려야 할 때일지 모른다.
지금은 절망의 순간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 기억하자.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한 '좋은 세상'을 지키고 아름답게 가꿔야 할 청지기라는 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