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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말하는 악(惡)의 포괄성"

류호준 백석대 은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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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류호준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류호준 백석대 은퇴교수

악(惡)이란 단순히 좁은 의미에서 종교적이거나 개인적인 성격을 지닌 것만이 아니다. 예언서에서 강력하게 보여주는 것은 한 개인만이 악을 저지르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들의 정책과 기관들도 악을 이루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소위 "구조악"(structural evil)이라 불리는 것들은 우리가 타락한 세계 안에 살고 있다는 가현적인 증거물이다.

악의 세력은 단순히 한 개인의 성향, 예를 들어 악한 생각, 미움, 거짓 증거, 훼방, 음란 등에서 멈추지 않는다. 악은 매우 미묘할 뿐만 아니라 분별해내기 어려울 정도의 위장을 통해 인간의 삶 속에, 사회의 구조와 국가의 기관들 속에 깊이 침투해 있다.

그것은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향한 조직적인 학대나 비인간적인 처우, 부정과 부패로 찌든 국가 기관들, 선진국 안에 편만한 황금만능주의, 독재 권력의 횡포, 성도덕의 타락, 집단적 이기주의의 발흥, 인간의 맹목적인 이익 추구에 황폐되어가는 자연 생태계, 우리 사회에 편만한 계급주의나 성차별주의, 국가 간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주의, 인간 삶을 오직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환원시키려는 시장 경제주의의 단견, 인간을 오직 노동력 생산의 도구로만 인식하려는 유물론적 사고방식, 약한 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잔인성, 정신적·신체적 고문과 같은 인권 유린, 정신적 폭력,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인종 말살 정책, 대중 매체에 의한 인격 살해,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주권 침해와 경제적 유린, 한 문화의 다른 문화에 대한 문화적 우월주의와 가치관의 강요 등등 다양한 모습과 형태를 띤 채 하나님의 통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우리는 이미 인류 역사의 관찰을 통해 이러한 악들이 잔인한 순환을 계속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따라서 우리는 죄를 좁은 의미에서 종교적 문제─예를 들어, 성수주일, 십일조와 같은 문제─로만 국한하거나 축소하려는 신학적 사시(斜視)라는 병에서 치유를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이 세상이 보여주는 세계관, 죄로 오염되어 있는 이 세상이 우리에게 은연중 강요하는 도덕관에 대항해 성경의 세계관, 도덕과 가치를 담대하게 선포하고 그에 따라 살아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무리들이다. 이 세상 나라들을 향해 제사장의 나라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 그리스도인들이 아니던가! 이 세상에 빛과 소금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하는 자들이 참 "이스라엘"이 아니던가! 하나님의 우주적 다스림을 종교적 측면으로만 환원시키려는 것은 그것이 의도적이든 아니면 무지에서 기인된 것이든 상관없이 성경의 하나님을 정당하게 취급하는 일이 아니다.

※ 이 글은 류호준 교수의 무지개성서교실에 게재된 신학 에세이 글임을 밝힙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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