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전후해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가 연일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무엇보다 사랑제일교회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 교회 확진자는 17일 기준 319명에 이르렀고, 급기야 이날 전 목사도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전 목사는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광복절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실로 허망하다.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극우 정치행보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코로나19가 터졌지만 전 목사와 교회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치솟았던 지난 2월 전 목사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 대로에서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를 강행했다. 서울시 측이 광장사용을 불허하고 당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장에 나와 자제를 호소했음에도 이들은 간단히 무시했다.
전 목사의 초법적인 행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월 전 목사는 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지만 4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하면서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일체의 집회, 시위에 참가해선 안된고 주거지를 현 주거지로 제한하고 주거 변경시 사전에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며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하고, 출석불가시 사유를 명시해 법원에 신고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전 목사는 이마저도 무시했다. 전 목사 측 변호인은 5월 보석조건 완화를 재판부에 신청했다. 전 목사는 유투브 <너알아TV>에 출연하는가 하면 '전광훈 목사의 전국 청교도 말씀학교'(아래 말씀학교) 등의 집회도 했다. 전 목사의 광복절 광화문 집회도 사실 보석 후 해오던 활동의 하나였던 셈이다.
전 목사가 이렇게 준동한 데에는 개신교계의 책임이 없지 않다. 전 목사가 설파하는 메시지는 철지난 반공주의 정치이념을 그리스도교의 언어로 포장한 데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보수 개신교계는, 그리고 민주정부를 극도로 증오하는 극우 정치세력은 전 목사에게 열광했다.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는 전국에 퍼져 있다. 그 이유는, 전 목사가 극우 행보를 보이면서 전국 각지에서 그의 설교를 듣기 위해 광화문이나 사랑제일교회를 찾는 이들이 많아져서다.
결국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로 인해 잦아드나 싶었던 코로나19는 2차 대유행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천박한 신학과 일그러진 정치이념이 부른 대참사라 할만하다.
전광훈 코로나19 확진, 위의 권세 순종하지 않은 ‘징벌'
보수 개신교계는 명심하라. 보수 개신교 교회 목회자들은 즐겨 '위의 권세'에 순종하라는 메시지를 설파했다. 이 메시지대로라면 전 목사의 코로나19 확진과 사랑제일교회의 집단 감염은 '위의 권세'에 순종하지 않은 데 따른 하나님의 심판이다. 그렇지 않은가?
또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우리나라의 안보에도 심각한 위기를 불러왔다. 17일 오전 10시 기준 경기도 가평군 육군 제3야전수송교육단 병사 2명이 추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병사들은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다녀온 부대내 군장점 운영자와 접촉하는 바람에 감염됐다. 이로 인해 군 당국이 전수조사에 나섰고 부대는 폐쇄됐다.
보수 개신교계는 성소수자에게 '종북' 딱지를 붙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주로 좌파가 동성애를 지지하는데, 이런 행위가 군 기강을 무너뜨려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국가와 사회의 도덕성과 윤리관을 무너뜨리고 국민 통합을 방해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 사태에서 보건데 정작 국가안보를 위협한 장본인은 군 병사들을 코로나19에 감염시켜 군 전력에 차질을 빚게 한 사랑제일교회 예배 참석자 아닌가?
훗날 역사는 2020년 8월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19 방역을 망쳤다고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방조한 보수 개신교계는 급전직하 몰락했다고 적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암담한 미래를 막을 방법은 있다. 지금이라도 전광훈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파문하고, 코로나19 방역 방해를 비롯해 차별금지법 반대 등 우리 사회 공동체에 끼친 해악을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끝내 교회가 그 길을 돌이키지 않는다면, 암담한 미래는 머지않아 현실로 닥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