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공개 사과 하십시오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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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유투브 화면 갈무리)
20일 대면예배 강행 방침을 밝힌 감리교 서울연회 원성웅 감독의 목회서신에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0일 대면예배 강행 의사를 밝힌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원성웅 감독의 목회서신이 거센 비판 여론을 일으키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선 대면예배 강행 방침을 성토하는 목소리 일색이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원 감독의 목회서신은 교단 본부와도 조율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인다.

이런 가운데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 윤리를 가르쳤던 박충구 전 교수는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원 감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전 교수는 원 감독의 서신이 감리교 정신에서 벗어났다며 예수를 핑계로 반정부 투쟁하기 위해 교인들을 선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졌다. 박 전 교수의 양해를 얻어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공개 사과 하십시오!]

서울연회 원성웅 감독의 소위 목회 서신은 감리교회를 불법 집단으로 몰아가는 매우 그릇된 정신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여 이의와 반대의 입장을 밝힙니다.

원 감독의 서신은 여러 모로 감리교회의 정신에서 벗어났고, 한국 사회에서 감리교회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해악을 결과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근거에서 이런 조야한 서신을 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감리교회가 신천지같은 이단 종파도 아닌데 감리교회에서 어떻게 교회의 사회적 책임의 지평을 망각하고, 이런 독선적이며 불법적인 주장을 유통하고 있는 것인가요?

원 감독의 신학과, 그 신학에서 예수 이해가 어떤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예배를 핑계로 예수를 내세워 반정부 투쟁하기 위해 감리 교인들을 이 시제에 선동하자는 것인가요? 소상공인들을 포함하여 모든 국민이 견디기 어려운 곤경을 감내하고 있는 이 엄중한 시제에 공교회의 감독이 불법을 선동하는 요구를 "목회 서신"으로 포장하여 유포하는 일은 공교회 감독 직분자로서 해서는 안 될 경거망동입니다.

무엇이 감리교회의 정신이고, 신학이며, 웨슬리의 사회 윤리적 원칙이 무엇인지, 웨슬리의 선구적 목회 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원 감독과 일대일 지상 공개 토론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이런 어리석은 서신을 낸 것입니까?

감리교 감독이라면 10여년 째 고질병을 앓고있는 감리교 권력 투쟁을 하루 바삐 종식시키고, 성직 세습, 성직 매매, 은퇴 목사의 교회 털어가기 등등 교회 안에 만연한 경제 범죄와 부패를 청산하기 위하여 애써야 할 때입니다. 전염병이 대유행하고 있는 시제에 가난하고 궁핍한 동료 목회자 가정을 어떻게 지원하고 지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직분이 감독입니다.

이런 중차대한 과제는 눈에 보이지 않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전 세계가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떠 안으며 사람의 생명 보호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이 시제에, 더구나 가을 환절기 전염병 대유행이 전 세계에 거듭 경고되고 있는 이 엄중한 시기에, 도대체 현 상황을 어떻게 읽고 있기에 예배를 위하여 정부의 방역 통제 시스템을 무시하자고 불법적으로 선동하는 것입니까?

이것이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지고 있는 감리교 감독이 할 일입니까? 교회의 수장이라면 개인의 편협한 신앙을 떠나서, 감리교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마음으로 감리교회 정체성을 밝힐 웨슬리 전통과 신학 안에서 매사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옳습니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감리교회의 전통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입니까? 감리교 감독이 정부와 대척점에 서서 방역법을 어기는 범법 행위를 독려하고 있다면, 그런 태도와 예수, 기독교 복음의 관계는 도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습니까?

예수가 원 감독에게 대정부 투쟁을 하라고 교사라도 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성서 어디에 이 펜데믹 시대에 신자와 신자들이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다수의 회합을 도모해도 된다는 주장이 있는 것인가요? 예배를 드리기 위해 전체 사회 구성원의 보호망인 방역법을 무시하고 파괴해도 된다는 논리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요?

교회 역사를 보면 전염병이 도는 시기에 교회 수장들이 신자들을 지키기 위하여 예배를 유보했던 사례들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예배가 중합니까, 생명보호가 중합니까? 언제 예수가 예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성전에서 반드시 드려야만 한다고 가르쳤습니까? 예수는 예루살렘도 그리심 산도 아니라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았나요? 펜데믹 시대에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는 길을 가르쳐야 할 직무가 감독의 일이 아닌가요?

감리교 감독이라면 적어도 한국 교회의 에큐메니컬 운동을 앞장서서 일구어 갔던 선배들의 정신을 존중해야 합니다. 감독 회의도 아니고, 한국 기독교 교회 연합회의 입장과도 거리가 먼 독선적 목회 서신이라니요? 자기 교회만 아는 편협한 목회자의 입장과 공교회를 대표하는 감독의 입장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더구나 교회의 감독이 목회 서신을 내면서 "정부의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대면 예배를 드려라. 벌금이나 구상 책임은 감리교회가 더불어 책임지겠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개신교의 본질과 정신에서 한참 벗어난 것입니다. 공교회의 전체 견해는 감독이 오만하게 독선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토론을 거쳐서 합의된 제안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어야 합니다. 감리교 감독이 무슨 교도권을 행사하는 가톨릭 교황인가요? 가톨릭 교황도 그런 짓 안 합니다.

나를 포함하여 무수한 감리교 목회자들이 원 감독의 독선적 행태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서로 아는 목사들과의 관계에서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직설적 비판을 삼가해 왔지만, 이런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교회 감독으로서 길을 잃은 처사입니다. 감리교 감독의 직무에서 벗어나 독선과 만용을 부리는 일입니다. 그 결과 감리교회와 감리교 목회자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감리교 위상에 크게 위해를 끼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매우 그릇된 처사입니다.

개신교 공교회를 섬기는 직무를 가진 감독이 감리교 목사들에게 범법 행위를 교사하다니... 이렇게 가볍게 처신하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지시려고 그럽니까? 말꼬리 흐리듯이 감리교회가 같이 지겠다고요? 이게 신자들이 드린 헌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까? 사람의 생명을 위해하는 일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질 것입니까? 감독의 공적 직무를 오해하지 마십시오. 감독은 교회를 돌보는 대표이지 감독자나 지휘자가 아닙니다.

감리교회를 대표하는 감독의 직무는 신학적, 사회적, 윤리적, 법적 타당성을 검증하며 행해져야 합니다. 지금 원 감독은 교회가 맡긴 직무를 오해하여 전체 감리 교인에게 큰 해악을 끼칠 일을 무책임하게 떠벌렸습니다. 원 감독의 견해는 필경 서울연회 구성원이 "국민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세운 민주 정부를 적대하라는 요구며, 전염병이 만연하여 전전긍긍하고 있는 우리 사회 전체 구성원의 생명을 위협하고, 펜데믹을 종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산케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불행"이 충분히 예측되는 어리석은 주장입니다.

원 감독은 부디 자중하시기 바랍니다. 원 감독은 감리교회의 위상에 해를 끼칠 독선적 목회 서신을 즉시 취소하고, 비신학적이고 비윤리적인 독선적 행위에 대하여 한국 사회와 감리 교인들에게 신속히 공개 사과하십시요.

박충구 목사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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