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개신교계를 찾았다. 이 대표는 이날 보수 성향의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잇달아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개신교 교회의 협조를 구했다.
그런데 NCCK 윤보환 회장(기감)이 코로나19와 무관한 주제를 화제에 올렸고, 이로 인해 이홍정 총무와 엇박자를 내는 모습을 연출했다. 엇박자는 윤 회장이 차별금지법을 입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먼저 이낙연 대표는 같은 당 김진표 의원, 박찬대 의원, 오영훈 비서실장, 허영 대변인 등과 함께 NCCK를 찾았고, 윤보환 회장과 이홍정 총무가 이 대표 일행을 맞이했다.
이 대표는 "지금처럼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지고 정신적으로도 깊은 고통 받는 이런 시기에 이렇게 예배도 자유롭게 못하시고 계서서 목회하는 입장서도 굉장히 답답하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방역에 많이 협조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번 추석연휴가 지나면 바로 개천절까지 가는데 개천절이 또 한번의 고비가 될 것 같다"며 개신교 교회에 정말 도와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 회장은 NCCK 방문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곧장 차별금지법을 꺼냈다. 윤 회장은 이 대표에게 "교회가 가장 원하는건 동성애, 성평등에 관한 문제다. 성경에 위배된 부분을 잘 염두에 두시고, 동성애와 성평등 문제를 잘 다뤄줄 것"을 주문했다.
이 말을 들은 이홍정 총무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개신교 안에 다수가 반대하는 입장 취하는 반면 NCCK를 비롯한 몇몇이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데 전 차별금지법 관련해 교회가 반대하고 나가는 모습은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모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무는 또 "교회가 차별금지법 반대에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어떤 차별금지법 만들 것인가에 대한 숙의의 과정을 교회 안에서, 또 시민사회와 함께 같이 진행을 하는 것이 교회다운 모습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종북좌파 프레임과 동성애 차별금지법 프레임이 정치도구로 이용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 NCCK나, 대표로 섬기고 있는 총무인 제 자신은 지금 굉장한 억압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개신교계 내부에선 차별금지법을 두고 논란이 팽팽하다. 특히 개신교계 내 보수진영은 차별금지법을 두고 강경입장을 고수하면서 이 법에 찬성하는 NCCK를 강도 높게 비난해 왔다. 예장통합 교단 내 일부 노회는 NCCK 탈퇴와 이홍정 총무 소환 해임 등을 헌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협조를 구하는 집권 여당 대표를 앉혀두고 회장과 총무가 엇박자를 내는 모습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윤보환 회장의 자질 역시 새삼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직무대행인 윤 회장은 NCCK 회장을 맡기에 앞서 지난 해 10월 3일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개천절 극우집회에 참여하는가 하면, 성소수자 의제에 강경 행보를 보여왔다.
이 같은 윤 직무대행의 행보에 비추어 볼 때, NCCK 회장으로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해 11월 총회에서 감리교단 소속 목회자 일부는 윤 직무대행의 NCCK 회장 입후보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