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독교의 기본진리

정승환 목사의 책 이야기(11)

sss 김진한
(Photo : ⓒ생명의말씀사)
▲존 스토트의 『기독교의 기본 진리』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이들과 레고놀이를 해본 적이 있는가? 나의 아들은 레고 조립을 특히 좋아한다. 어릴 때는 같이 조립해주었지만, 언젠가부터 스스로 설명서를 보며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간혹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느 정도 조립한 레고 뭉치를 가지고 올 때가 있다. 한참을 조립했는데, 어느 시점에서 보니 자신이 조립한 것이 설명서와 다름을 발견했을 때다. 아들이 이 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때, 나에게 이것을 해결해달라고 가져올 때가 있다.

나라고 뾰족한 방법이 있을까? 거꾸로 하나씩 해체해가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때때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헤아리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최선의 방법은 속상하지만 다 부수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교회에 그동안 내재되어 있던 어두운 민낯들이 드러나고 있다. 평화로울 때였더라면, 감추어져 있었을 상식 밖의 일들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비상식적인 방법으로는 이 시기를 무사히 건너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드러난 면면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끼워져서 이렇게 되었을까 싶다. 하나씩 역으로 따지고 들어가 보려는 노력이 무의미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본래의 기독교의 모습과의 간극이 상당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들 속에서 그 이탈 정도가 크든 작든, 모두가 앞으로의 영적 여정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신앙의 첫걸음부터 하나씩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존 스토트의 "기독교의 기본진리"는 기독교 입문서다. 존 스토트가 사역 초기에 여러 각국의 대학 선교대회에서 학생들에게 전한 메시지를 정리해서 내놓은 책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 집필된 책이니, 제자도의 첫걸음인 회심에 대해 다루고, 회심 이후 어떻게 자신의 삶을 세워나갈지 방향성 정도를 제시해주는 책이다. "Basic Christianity"라는 원제와 같이 기독교 신앙의 기본을 짚어주는 책이다.

구원에서부터 시작하기

존 스토트는 그리스도가 오신 목적에서부터 시작한다. 구원이다. 구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세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문제가 무엇인가? 존 스토트는 3가지로 정리한다. 죄로 인한 하나님으로부터의 단절, 죄로 이끌리는 경향성에 속박된 인간, 깨어진 공동체 속에서의 갈등이다.

존 스토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신 분이 그리스도이심을 밝힌다. 그리스도는 인간의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시기 위해 오신 분이다.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가지게 되고, 우리는 새로운 성품을 받아 참된 사람다움을 이루어가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죄를 해결하고,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가질 수 있게 한다. 부활의 그리스도는 사람에게 성령을 주심으로 새로운 성품 안에서 참된 사람다움을 이루어갈 수 있게 한다. 그리스도는 이러한 자들을 교회 공동체로 부르심으로 하나님 사랑, 서로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한다. 이것이 문제로부터 우리를 구원하시는 그리스도의 사역이다.

존 스토트는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신 것과 그가 하신 일을 믿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 마음과 생각, 정신과 의지, 가정과 삶을 개인적으로 남김없이 예수 그리스도께 드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로 의지함과 동시에 나의 주님으로 인정해 굴복해야 한다고 한다. 교회와 사회에서 책임 있는 교인과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리스도인으로 누리게 되는 영적인 특권과 동시에 책임을 이야기한다. 지식과 거룩함에 있어 꾸준히 성장하여, 하나님과 교회, 사회에 책임 있는 존재가 되길 권한다.

구원의 여정에 들어섰는가?

기독교의 기본진리는 말 그대로 구원의 여정의 시작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참으로 구원의 여정에 들어섰는가? 구원의 여정에 바로 들어섰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방향성과 지향점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스도를 바로 알아가고, 그리스도를 따라 살기를 지향하는가? 성령을 통해 하나님이 정하신 사람다움을 이루어가려 하는가? 하나님과 사람을 귀히 여기는 공동체를 형성하려 하는가? 교회와 사회에서 책임 있는 존재로 살아가려 하는가?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 드러난 일그러진 모습들이 어디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기독교의 기본적인 진리에 삶의 뿌리를 바로 내리고 있다면, 그러한 열매들이 맺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의 성숙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방향성과 지향점의 차이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본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본이 제대로 세워져있지 않으면, 방향과 지향에서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멈춤의 시기를 보내는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으로 이 시기를 채워야 할까? 성찰이다.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베푸신 것, 가르치신 것을 성찰하고, 나는 그 은혜를 힘입어, 그의 말씀이 지향하는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 성찰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방향이 잘못되어 있으면, 오랜 시간 뚜벅뚜벅 걸어가든, 재빨리 뛰어가든, 헛걸음일 뿐이다. 방향만 바로 잡혀 있으면, 묵묵히 걸어가다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은총의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어디서부터 틀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때에 틀어진 방향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처음으로 가야한다. 구원의 여정이 시작되었던 그 곳에서부터 한걸음씩, 한걸음씩 시작해야한다. 제자도의 첫걸음에서부터 말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부르셨던 그 곳, 그리스도를 따르겠다고 헌신했던 그 곳, 다시 그 곳이다.

※ 이 글은 본지의 외부 기고가 정승환 목사가 연재 중인 <책 이야기>입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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