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고려대 명예교수가(전 고려대 총장) 지난 13일 오후 '코로나19와 뉴노멀 시대의 사회와 교회'라는 주제로 열린 수표교교회(담임 김진홍 목사) 온라인 포럼에서 가나안 성도가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지역교회가 쇠퇴하고 개념교회가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염 교수는 '뉴노멀 시대의 한국교회'라는 제목으로 발표에서 "70년대 이후 산업화로 인한 경제성장과 맞물려 교회도 급속히 성장했다"며 "특히 장로교회는 개교회의 성장과 부흥을 위해 계속 노력했고, 그것이 성장의 원동력이 돼 조직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금은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지역교회'가 쇠퇴하고 '개념교회'가 성장하는 증상을 보이며, 이른바 '유목민 교인'과 '가나안 교인'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남의 '개념교회'가 등장하기 전 서울의 강북권에 자리했던 지역교회는 해당 지역의 명칭을 교회 이름으로 쓰면서 지역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강남권 중심의 교회가 성장하고 점차 지역을 벗어나면서 소위 '개념교회'로의 대형화 추세를 띠게 되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교회 성장 현상은 그러나 오늘날 그 한계와 폐단을 드러내면서 가나안 교인들의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과 같이 온라인 예배가 권장되는 시기 지역과의 연관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소위 '개념교회'에는 그저 교인들이 온라인 예배로만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그러면서 염 교수는 오늘 한국교회가 직면한 당면 과제로 △안티 크리스천 그룹의 형성과 시민단체의 역할 △교회의 세속화와 세습 △코로나19 이후의 비대면 예배 △주4일 근무제의 확산 △지속적 저출산 경향을 제시했다.
한국교회 현실적 딜레마로는 △양적 성장과 질적 빈곤 △물질적 축복과 영적 궁핍 △엄격한 형식적 신앙 행위와 느슨한 내재적 신앙생활 △획일적 가치관 강요와 다원적 수단 거부 △정치적 보수성 지배와 신앙적 개혁성 배척 △대형화의 우상과 개인주의 가치 확산 △감정적 신앙의 보편화와 이성적 가치의 현실성 △국내 선교의 궁핍과 해외선교의 과잉 △민족주의 신앙과 세계 보편주의 결여 △교회조직의 유교문화와 신세대의 이탈 등을 꼽았다.
염 교수는 "향후 교회는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그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 지역과 따로 존재하는, 즉 지역교회가 아닌 개념교회가 되면 당연히 사람들은 온라인 교회를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또 늘 열려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교회에 와서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삶과 밀착된 문화운동 등을 통해 삶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교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염 교수는 예배당이 술집 등으로 팔리며 쇠퇴한 영국의 교회를 예로 드는 한편 신학교와 미션스쿨이 문을 닫고 예배가 공연화 될 위험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교회의 실천 과제로 △사회적 연계를 통한 지역교회의 부활 △교회의 개방 △내재화된 신앙 중심의 신앙공동체운동 △교회학교 교육의 혁신과 기독교 문화운동 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