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여성위, 위원장 민숙희 사제)가 13일 입장문을 내고 미테구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베를린 미테구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달 독일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e.V.)가 미테구청과 베를린시 공공예술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설치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독일 정부에 철거를 요청했고, 이에 베를린 미테구청은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NCCK 여성위는 이 같은 논란과 관련, "우리는 미테구가 소녀상 설치 허가를 갑자기 철회하고 7일 내 철거를 명령한 것, 일본이 외교전의 성과라며 자축한 것 등을 보며 전쟁범죄역사를 덮으려는 일본의 압박적인 외교력에 매우 큰 분노와 상실감을 느낀다. 특별히 베를린은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과오를 스스로 반성하고 추모의 공간을 ‘반전, 인권, 평화'의 가치를 역사문화예술로 승화시킨 정부와 민간 차원의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테구가 잔인한 성폭력 희생자로 고통당한 위안부 할머니(현재, 한국정부 등록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 16명)들을 두 번 저버린 반역사적 결정을 철회하여 소녀상 설치 허가를 그대로 유지하고 보존할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코리아협의회는 12일 철거 명령 중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철거명령은 일단 중지됐다. 법원 결정까지는 2주 정도 걸릴 전망이다. 슈테판 폰 다쎌(Stephan von Dassel) 미테구청장은 이 기간 동안 논의를 이어가자는 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NCCK 여성위가 낸 입장문 전문이다.
독일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따른 입장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고 이런 전쟁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평화의 소녀상, 비문 중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는 1990년 정의기억연대(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조직하는 데 앞장섰고, 이후 30년 이상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싸울 뿐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고 기억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 9월 25일, 독일 베를린 미테구의 비르켄 거리와 브레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인 ‘공공장소'에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의 주도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면서 우리의 운동이 세계 곳곳으로 확대되어 가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9일 만에 ‘설치 철거 명령' 소식이 전해지면서 슬픔과 분노,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식민지 여성들을 강제로 동원해 ‘군 위안소'를 만들었고, 성폭력범죄를 자행하며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했다. 연구자들을 통해 발견된 기록과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증언은 일본의 만행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제대로 된 공식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주장하면서 외교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참담한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을 넘어 평화의 소녀상(평화비)을 설치하면서 세계 곳곳에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전시 성폭력의 종식과 과거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기억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인권과 평화를 염원하는 많은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지속되고 있으며, 평화를 염원하는 열린 교육의 장으로서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미테구가 소녀상 설치 허가를 갑자기 철회하고 7일 내 철거를 명령한 것, 일본이 외교전의 성과라며 자축한 것 등을 보며 전쟁범죄역사를 덮으려는 일본의 압박적인 외교력에 매우 큰 분노와 상실감을 느낀다. 특별히 베를린은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과오를 스스로 반성하고 추모의 공간을 ‘반전, 인권, 평화'의 가치를 역사문화예술로 승화시킨 정부와 민간 차원의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미테구가 잔인한 성폭력 희생자로 고통당한 위안부 할머니(현재, 한국정부 등록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 16명)들을 두 번 저버린 반역사적 결정을 철회하여 소녀상 설치 허가를 그대로 유지하고 보존할 것을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전쟁범죄의 재발을 막고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국내외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며,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일에 마음을 다할 것이다.
2020년 10월 1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