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가 성소수자 축복기도한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에게 정직 2년을 선고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개신교계열 시민 사회단체는 일제히 경기연회를 규탄하고 나섰다.
먼저 감신대 선교단체인 '예수더하기'는 16일 자 '사랑의 무게 정직 2년'이란 제하의 성명에서 "한국 개신교회의 내리막을 앞에 두고 괴로운 심정으로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감리교 선배들은, 웨슬리안의 후예를 자청하는 목사들은, 감히 하나님의 이름으로 턱밑까지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밀었다"며 경기연회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예수더하기는 그러면서 "우리는 규탄하지 않는다. 당신들에게 기대도 않기 때문"이라며 "대신 부끄러워하시라. 바꾸는 건 우리가 할 테니, 제발 그 부끄러운 얼굴 파묻고 사라지시라. 파도처럼 밀려오는 모든 일들 앞에서 침묵하는 당신들은 부디 이 역사에서 퇴장하시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기사련)도 선고 직후인 15일 규탄성명을 냈다. 기사련은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인간을 차별 없이 사랑하신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목회자의 양심과 사회선교의 전통을 따라 차별받는 소수자들을 축복한 것은 범죄행위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감리교단의 오늘 선고는 타인이 어떠한 존재이든 차별 없이 받아들이고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예수와 기독교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권력만 가졌을 뿐 예수의 능력이 하늘로부터 온 것인 줄도 모르고 예수에게 사형을 선고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이천년 전 예루살렘 성전 권력자들의 모습이 오늘의 재판 결과와 겹쳐 보인다. 오늘의 선고는 시대를 거스르는 퇴행적 작태일 뿐 아니라 신앙의 본질을 뒤집는 폭거"라고 규탄했다.
기사련은 " 한 사람의 존엄도 무시되거나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선고에 불복한다고 결정한 이동환 목사와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 나아가 교회 안에서 숨죽인 채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평등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옹호되는 그날까지 공동의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동환 목사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래에 예수더하기와 기사련의 규탄성명을 차례로 싣는다.
[이동환 목사 정직 2년 판결에 대한 예수더하기의 입장]
사랑의 무게, 정직 2년
2020년 10월 15일 목요일 경기연회는 이동환 목사에게 정직 2년과 재판비용 일체를 벌금으로 선고했다. 그가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해 성소수자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을 기도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경기연회 재판부는 이동환 목사가 ‘동성애를 찬성 및 동조'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감리회 교리와 장정 1403단 제3조(범과의 종류) "➇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 따른 합당한 선고라 말했다. 더불어 이동환 목사의 ‘동성애 찬성 및 동조'행위 근거 중 하나로 모든 성소수자들은 인정받고 지지받아야 한다고 인터뷰한 점을 제시했다. 재판위원장은 재판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축복은 죄가 아니다. 이동환 목사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야 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제 우리는 어찌 해야 할까. 어찌 살아야 할까.
한국 개신교회의 내리막을 앞에 두고 괴로운 심정으로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감리교 선배들은, 웨슬리안의 후예를 자청하는 목사들은, 감히 하나님의 이름으로 턱밑까지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밀었다. 이것이 정녕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함께 지자 말했던 십자가의 무게인가. 2000년 전 사회가 낙인찍은 죄인들의 구원을 위해 거목을 지고 언덕을 올라 피를 쏟아야했던 그것의 무게인가.
암담하기 그지없다. 비통함이 사무친다. 우리는 이 길을 사랑했고, 우리의 현장을 사랑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랑하라 가르쳤기에 사랑하고자 애썼다. 그런데 현실은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을 선고받거나 각종 범죄와 의혹들 속에서도 굳건하고 뻔뻔하게 목회를 이어가는 감리교단이다.
그래도 하련다.
더럽고 치사하고 쪽팔리고 슬퍼도, 그래도 하련다. 당신들이 짓밟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누구에게도 전하고 싶지 않기에 하련다. 결국에는 당신들이 맞이할 하나님의 심판을 믿기에, 이 좌절에도 함께 움켜쥐고 조금만 더 가보자 말하는 이들이 있기에, 그리고 이 현실을 어딘가에서 숨죽여 지켜보며 아파하고 있을 퀴어 그리스도인들이 있기에 하련다.
우리는 규탄하지 않는다. 당신들에게 기대도 않기 때문이다. 대신 부끄러워하시라. 바꾸는 건 우리가 할 테니, 제발 그 부끄러운 얼굴 파묻고 사라지시라. 파도처럼 밀려오는 모든 일들 앞에서 침묵하는 당신들은 부디 이 역사에서 퇴장하시라.
감리교신학대학교
세상과 교회와 삶에
예수더하기
[성소수자를 축복한 이동환 목사 정직 2년 선고에 대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성명]
"이동환 목사에게 ‘정직2년'을 선고한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를 규탄한다"
지난 6월 17일 기독교 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회(심사위)는 2019년 8월 인천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재판에 회부했다. 심사위는 ‘교리와 장정' 재판법 제3조8항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을 위반했다며 이 목사를 기소하고 재판을 진행한 결과 오늘 이 목사에게 사실상 징계 최고형인 정직 2년을 선고하였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도 심사위는 이 목사에게 ‘동성애를 찬성하냐, 반대하냐'고 추궁하면서 ‘동성애 찬성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하라고 집요하게 요구 했었다. 이에 이동환 목사는 "축복기도를 죄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성소수자의 인권을 탄압하는 조항에 타협하여 처벌을 피하지는 않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리고 목사로서 누군가를 축복한 것이 교단 재판까지 갈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해 왔다. 감리교 목사로서 교단법을 존중하지만, 그리스도교 정신에 어긋나는 차별적 조항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목사는 오늘까지 힘겹게 대응해 왔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이하 기사련)는 이동환 목사를 교회 재판에 회부하고 정직2년의 징계를 내린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재판위원회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인간을 차별 없이 사랑하신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목회자의 양심과 사회선교의 전통을 따라 차별받는 소수자들을 축복한 것은 범죄행위가 아니다. 감리교단의 오늘 선고는 타인이 어떠한 존재이든 차별 없이 받아들이고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예수와 기독교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권력만 가졌을 뿐 예수의 능력이 하늘로부터 온 것인 줄도 모르고 예수에게 사형을 선고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이천년 전 예루살렘 성전 권력자들의 모습이 오늘의 재판 결과와 겹쳐 보인다. 오늘의 선고는 시대를 거스르는 퇴행적 작태일 뿐 아니라 신앙의 본질을 뒤집는 폭거이다.
우리는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젊고 힘없는 목사를 부당하게 응징하고 처벌하려는 거대한 조직과 법을 마주하고 있다. 오늘 드러난 감리교단의 부끄러운 민낯은 많은 목회자들과 젊은 신학도들, 나아가 그리스도의 정신을 따르려 애쓰는 신도들에게 깊은 절망을 안겨 주었다. 해야 마땅한 축복기도를 죄로 만들어 한 목회자의 신성한 소명을 막아서는 폭력적 현실을 우리는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은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정의로운 하나님 나라를 일구는 일에 용기 있게 나서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소수자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신앙과 양심의 자유에 따라 올곧게 사역을 해나가는 한 성직자에게 부당한 징계를 내린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기사련은 한 사람의 존엄도 무시되거나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선고에 불복한다고 결정한 이동환 목사와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 나아가 교회 안에서 숨죽인 채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평등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옹호되는 그날까지 공동의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동환 목사가 보여준 사랑의 모범을 따르며 당신들은 도무지 알지 못하는 예수의 끝 모르는 사랑을 실천할 것이다.
2020년 10월 15일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여민회, 생명선교연대, 새시대목회자모임, 영등포산업선교회, 생명평화기독연대, 일하는예수회, 평화교회연구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