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 신학교인 S대학교는 지난 2016월부터 2년 넘게 A 교수의 서명도용 의혹으로 내홍을 겪었다. 그런데 해당 의혹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이 사건의 진상이 미궁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9월 이 학교 A 교수는 근태 문제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A 교수는 징계조치에 불복해 학교를 상대로 정직 무효 확인소송과 징계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그런데 A 교수는 2016년 2월 법원에 동료인 ㄱ 교수와 ㄴ 교수의 강의가 부실했다는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 문건엔 복수 학생의 서명이 들어가 있었다.
ㄱ 교수와 ㄴ 교수는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A 교수가 개입해 서명할 학생들을 모았다는 진술과 정황 등을 확보했다.
ㄱ 교수는 학교 측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ㄱ 교수와 학교 측의 공방은 2018년 6월까지 2년 넘게 이어졌다.
ㄱ 교수는 "2년 동안 11차례 문건을 발송하고 7차례 면담을 통해 학생서명도용사건 조사를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털어 놓았다. ㄱ 교수는 학교 측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단식농성까지 했다. 결국 학교 측은 2018년 6월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위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ㄱ 교수는 "조사위원회에서 'A 교수가 법원에 제출한 3개의 수업문건 중 2개의 문건은 학생들의 서명이 도용됐고 1개는 아니다'고 진술했음에도 조사보고서는 'ㄱ 교수는 A교수가 법원에 제출한 동료교수 수업에 문제가 있다는 3개 문건에 학생들의 서명이 도용됐다고 주장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명백한 오류"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ㄱ 교수는 수사기관에 기대기로 마음먹고 2018년 12월 관할인 부천소사경찰서에 A 교수를 고발했다. 경찰은 A교수가 학생들을 이용하였다고 판단하여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올렸으나 담당 검사 지휘로 불기소 처분을 해버렸다. 재판은 물론 벌금 등 약식기소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검찰 '이유 없음' 불기소, 다른 이유 있나?
ㄱ 교수는 항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검은 올해 2월 이유 없음을 이유로 항고를 기각했다. ㄱ 교수는 대검찰청에 재항고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대검은 지난 9월 최종 기각 처분했다.
ㄱ 교수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근거자료가 확실함에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했다는 게 ㄱ 교수의 입장이다.
ㄱ 교수 변호인단이 고검에 제출한 항소 이유서를 검토한 결과 ㄱ 교수 입장은 설득력이 없지 않았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담당 검사가 서명 도용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의 진술을 무시했다고 ㄱ 교수 변호인단은 적시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동의한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자신의 서명이 인용됐다고 진술하고 있음에도 담당 검사는 사건 문서의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서명을 위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는 게 변호인단의 지적이다.
담당 검사의 판단은 학교 측이 꾸린 조사위원회 결론과도 맞지 않는다. 조사위는 "A 교수가 법원에 제출한 3건의 문서 중, 2016년 작성 문서 2건(ㄱ 교수와 ㄴ 교수 관련 서류)은 학생들이 서명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고, 특히 A 교수가 ㄱ 교수 수업 관련 서명자 정보 수집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돼, 교수 품위를 손상한 것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결론 지었다. 학교 측이 A 교수의 서명도용 사실을 에둘러 인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검찰청마저 불기소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현재로선 A 교수의 서명도용 의혹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받을 길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ㄱ 교수는 "검찰이 학생 서명 도용에 대한 명확한 정황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증거물에 대한 반론이나 설명 없이 기각을 해버리는 검찰의 행위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라면서 "그들(검찰)의 세계에서 법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어떤 사건일지라도 결국 검찰의 수사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검찰의 문제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는 심경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