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연어와 경외주의(Aweism)

오강남·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Phil Zuckerman은 <종교 없는 삶, The Secular Life>이라는 그의 최근 저서에서 21세기의 종교는 재래종교 대신 조그만 풀잎에서부터 광대무변의 우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현상에 대해 경이함을 느낄 수 있는 경건한 마음의 태도라 역설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이런 '종교 아닌 종교'를 영어로 Aweism이라고 불렀습니다. 'awesom' 할 때의 'awe'입니다. 우리말로 '경외주의'라 할지 '외경주의'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경외주의라 부르겠습니다.

경외라고 하니 슈바이쳐 박사가 주장하는 "생명경외Reverence for Life"라는 말이 연상됩니다만 조금 다른 뜻입니다. 슈바이처 박사가 말하는 경외는 모든 생명의 천부적 권리를 존중하여 함부로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다분히 윤리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주커먼 교수의 경외는 우주에 가득찬 신비에 놀라고 그 깊이에 감동하는 넓은 의미의 종교적 눈뜸이나 깨달음 같은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 좀 더 실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Ahaism"이라 하고 싶습니다. 매순간 우리가 접하는 사물의 더 깊은 면을 발견하면서 계속 "아하!"를 외치는 경험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경험이 되고 이런 경험을 통해 삶이 더욱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경험을 확대하면 만물이 서로 어우러져 있다는 동류의식으로 발전하여 서로가 서로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승화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확대해 보니 슈바이처 박사의 생명경외와 맥이 닿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발 더 나가면 동학에서 말하는 삼경(三敬), 하늘(敬天)과 사람(敬人)과 물질(敬物)에 대한 경외심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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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pixabay)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모습.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캐나다 태평양 연안 밴쿠버 근교에 있는 우리 동네에 조그만 실개천이 있는데 그리로 연어 떼가 올라오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넓어야 3,4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은 조그만 개울에 60~70cm정도 되는 연어 떼들이 계속해서 올라오는 것을 보고 정말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강에서 큰 바다로 나가 몇 년을 살다가 다시 자기들이 태어난 강으로 올라와 알을 낳고 일생을 마친다고 합니다. 그 넓은 바다에서 헤엄치며 살다가 어떻게 자기가 태어난 그 조그만 실개천을 찾을 수 있는지도 불가사의하고, 또 어떻게 개천으로 올라올 적절한 시기를 아는지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연어가 강 하구에 오면 자기가 태어난 개울의 물 냄새를 알고 다시 찾아서 올라오는 것이라고 하는데, 물 냄새를 기억했다가 그 냄새에 따라 올라온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야말로 신묘막측(神妙莫測)입니다.

이런 연어의 모천회귀(母川回歸) 현상을 보면서 주커먼 교수의 Aweism, 혹은 제가 이름지은 "Ahaism"이 생각나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 이 글은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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