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종교와 정치가 과학에 대해 반기를 들고 심각한 충돌을 일으킨 때가 없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절박한 상황에서 종교적 내지는 정치적인 보수세력은 과학을 폄하하고, 이기적으로 과학을 자신들의 사적인 믿음의 맟춤형으로 변형시킨다.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믿는 성서문자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 지난 150년 전 과학이 발견하고 탐구해온 진화론과 138억 년의 우주진화 역사를 거부하는 이유는 과학의 공개적 계시가 자신들의 창조론과 원죄론과 구속론과 형이상학적 내세론의 모순을 명백하게 밝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삼층 세계관적이고 근본주의적인 믿음은 수천 년 전 아직 진화론과 우주진화 이야기를 상상도 못했던 고대인들의 부족적이고 내세지향적인 생존의 두려움의 부산물이다. 이 고대의 믿음은 21세기에 너무나 낡고 형편없는 사고방식이며 현대인들에게 전혀 설득력과 효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우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창조과학과 지적 설계론과 유신진화론을 창작해서 기독교인들을 우롱하고 거짓과 은폐의 파렴치한 행태를 뻔뻔스럽게 드러낸다.
과학에 대해 사람들이 자주 혼동하는 몇 가지가 있다. 과학의 본질은 과정과 방식인데, 사람들은 과학의 연구과정과 방식을 무시한체 내용에 대해서만 묻는다. 예를 들자면, 진화가 과학이냐 소설이냐?라는 우매한 질문을 던진다.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모든 것들이 과학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과학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런 주장들이 어떤 과학적 연구과정과 방식을 거쳐서 나왔는지에 대해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신학자들이나 목회자들마저도 자연 과학을 잘 모른다. 창조과학이나 지적 설계론을 정확하게 가늠해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교회 안에 거의 없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교인들의 대부분이 자신과 견해가 다른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그런 불경한 교인(?)은 그리 많지 않다. 창조론을 옹호하는 창조과학을 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화 생물학자인지, 기계 공학자인지, 그저 과학자인지,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성서를 문자적으로 해석하고, 화석을 이야기하면서 진화론을 비판해도 사실상 진화론에 대해 이성적이고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머리에 세뇌된 것은 진화론은 무신론이고 오류라는 구호뿐이다. 이것이 오늘의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우주세계의 과학적인 사실을 고대 성서의 창조 이야기에 맞춤형으로 변형시키는 창조과학은 과학적인 연구과정과 방식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학이 아니다. 창조과학은 과학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창조과학은 반증 불가능한 이론의 집합이고, 창조과학에는 과학적인 문제 풀이가 전혀 없다. 한국 창조 과학회 홈페이지에는 현대 과학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경악을 금치못하는 괴상한 이야기들이 범람하고 있다. 6500만 년 전에 멸종한 공룡과 몇 십만 년 전에 진화한 현생 인류가 공존했다는 주장과 지구의 실제 나이는 1만 년 정도라는 망언과 과거에 빛의 속도가 변했었다는 거짓말을 뻔뻔스럽게 한다. 과학계를 통해 검증받지 않은 황당한 주장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사실로 둔갑하여 순진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창조과학 옹호자들은 구약성서의 창조 이야기를 과학으로 입증할 수 있다고 믿는 종교적인 신념이 강하다. 성서에 근거한 창조론을 주장하는 창조과학회의 학자들은 과학자라기 보다는 그저 창조과학 옹호자들이다.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 주제와 방법론을 가지고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사람들이다. 창조 과학회 회원들 중에서 이렇게 연구작업을 실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시 말해 창조과학을 옹호하고 그것에 대해 강연을 하고 심지어 그것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있지만, 정작 창조과학의 과학적인 연구를 실천하는 사람은 없다. 창조과학 옹호자들은 새로운 발견을 발표하거나, 기존의 설명보다 더 그럴듯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진화론과 우주진화 역사에 대한 과학적인 발견들에 대해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반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항상 고대 성서의 몇 구절들을 인용하면서 과학의 공개적인 계시를 반박하는 것이 전부이다.
한국 창조과학회는 교회 밖에서 그럴듯한 전문 연구지 하나 없는, 학술 단체를 빙자한 종교 단체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의 창조과학 운동은 주류 과학계에서는 전혀 설득력과 효력이 없는 반면, 성서문자근본주의 신자들에게만 위안이 되는 교회 대중 운동으로서 교회를 순회하거나 정기 강연회를 열어 교회 내에서 지지 세력을 형성하는 데 주력해 왔다.창조과학은 사이비과학의 한 종류로, 1960년대 제7일 안식교와 통일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극보수주의적 기독교 근본주의 신앙에 기초하여 과학을 왜곡하는 창조주의적 주장이다. 창조과학은 성서의 일부 구절들을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으며, 이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한다. 창조과학은 젊은 지구 창조설, 전 지구적 노아의 홍수 실존, 생명의 진화 부정 등의 여러 주장을 포함하며, 대다수는 억지주장의 음모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창조과학은 종교적 반지성주의의 대표적 사례이자 사이비과학이며, 세부 분류로는 쓰레기과학에 해당한다.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물리학, 천체과학, 지구과학, 생화학, 진화 생물학을 비롯한 증명된 과학들을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주류 신학계는 종교와 과학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이 이미 알려졌지만, 창조과학회에서는 반지성주의를 기반으로 종교계에서 과학의 발견들을 무시하는 대표적인 존재가 되었다. 또한 다양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창조과학의 내용은 과학을 종교의 맟춤형으로 변질시키면서 과학에 대한 공격과 모함이 대부분이므로 일반적으로 과학계에서는 창조과학을 반과학 (反科學, anti-science: 과학과 과학적 방법을 거부하는 입장) 혹은 과학에 대한 오역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에 들어와 진화과학의 비전공 과학자들과 생물학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 중심으로 교회 안에서 한국창조과학회가 설립되었으며 창조과학 운동이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지질학, 천문학, 생물학 분야의 기독교인 주류 과학자들은 창조과학과 같은 유사과학의 주장에 대해 반발하고 있으며, 또한 그외에도 과학자에게는 위험한 시도 혹은 정치적 종교활동으로 비치기도 했다. 창조과학회의 주장이 오류 투성이인 것에 대해서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미 밝힌 바 있고 정리된 연구보고서들이 많다. 일부 창조론자들은 창조과학이 건전한 신앙을 가진 과학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 학자들은 단 한명도 없으며, 설립된지 40년이 지나도록 단 1개의 논문조차도 내지 않는 등 불건전한 유사과학적 행위로서 보일 뿐이다.
한국의 창조과학 단체들은 과학적 학술 연구 활동보다는 대중 홍보 활동 및 교과서 내용변경 행정청원 등 초등학교 생물 교육과정의 진화론 교육을 저지하기 위해 교과서 진화론 삭제 사건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국가 권력에 영향력을 끼쳐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의 삼층 세계관을 학생들에게 제도적으로 교육시키려 하는 행위이므로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2항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를 무시하는 행위이며,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로 미국 수정 헌법 제1조에 명시된 정교 분리의 원칙에 입각하여 지적설계론 및 기독교 창조론을 초등학교 과정의 과학교육 시간에 가르치도록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례가 존재한다. 현대과학 시대에 진화를 직접 관찰할 수 과학의 발달로 인해 종교에 근거한 창조과학과 같은 주장들은 설득력과 효력이 없기 때문에 창조과학회의 주장은 그 자체로 위헌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바이러스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지구적인 긴박한 상황에서 부족적인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성서문자근본주의 기독교 신자들은 과학을 무시하고, 과학자들을 불신하기 때문에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혼란에 빠트리고 분쟁과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21세기 첨단과학 시대에 비상식적이고, 엄격히 말해서 문자적인 내용에 기초한 창조과학은 극보수주의 계열의 근본주의를 제외하고는 세계 주류 기독교 신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창조과학은 주류 과학계에서 일종의 컬트 문화로 취급하며 오직 믿음체계 내부에서나 부족적으로 생존하고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창조과학은 낡은 지적 퇴행물이다!
※ 이 글은 전 지질학자인 최성철 은퇴목사(캐나다연합교회)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외부필자의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