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매끄러움의 미학

심광섭 박사·예술목회연구원 공동대표

jeff
(Photo : ⓒ심광섭 박사 페이스북 갈무리)
▲제프 쿤스, 풍선 개, 2003. 5,480만 달러에 판매됨.

매끄러움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또렷한 징표다. 매끄러움은 제프 쿤스의 조형물과 아이폰과 브라질리언 왁싱을 연결해준다. 오늘날 우리는 왜 매끄러움만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매끄러움은 미적 차원을 넘어서서 하나의 사회 전반적인 명령을 반영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깊어질수록 모든 사람에게 매끄러워지라고 은근히 보여주고 때로는 명하고 협박까지 한다. 매끄러움은 오늘날의 아픔과 고통과 흠을 보기 싫어하는 긍정사회를 체현하는 것이다. 매끄러운 것은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페북의 좋아요Like를 추구한다. 모든 부정성이 좋아요! 누르기에서 제거된다.

제프 쿤스의 풍선 개는 아무 것도 숨기고 있지 않다. 매끄러운 표면 안쪽에 숨겨진 내면성은 전혀 없다. 매끄러움의 예술은 타자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만날 뿐이다. 나의 실존을 확인할 수 있는 반향의 공간이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고 충분하다. 그러므로 그의 예술에서 타자 혹은 낯선자의 비동일성, 혹은 부정성은 완전히 제거된다.

쿤스의 예술은 세속성을 통한 구원을 약속한다. 美食의 달콤한 세계, 순수한 긍정성의 세계, 그 안에서는 어떤 고통도, 상처도, 책임도 없다.(한병철의 <아름다움의 구원>에서)

반면 틸리히에게 종교적 예술은 사물, 사건, 사람의 깊이(심층)의 차원(the dimension of depth)의 표현이다. 종래의 종교에서 성스러움은 공간적 상징으로 '높이'로 표현했다면, 틸리히는 인간 실존의 깊이, 심층, 무의식의 경험으로 표현한다.

틸리히의 종교는 표피와 표면의 매끄럽고 번지르르하고 반질반질하고 이음새가 없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표피의 갈라짐, 생의 깊이로부터 올라와 새겨진 표면의 무늬, 오랜 고단한 삶의 연륜 속에서 생긴 피부의 주름 같은 것이다. 틸리히의 종교적 아름다움은 겉으로 흠모할만한 아름다움이 없는 것의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상처와 흠과 고통에서 마침내 핀 꽃이다. 우리가 틸리히의 미학에 주목하는 이유다.

※ 이 글은 심광섭 박사(예술목회연구원 공동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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