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를 운영하시는 한 사장님의 포기스러운 글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출판사 직원이 허탈한 말로 사장님께 열심히 만들어 놓은 책이 신학생들과 목사들이 주로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PDF파일로 10,000원 내외의 금액으로 판매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사장님은 예전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는데, 이제는 그런 분노 조차도 없다고 했다. 포기를 했기 때문이기에....그리고 얼마나 돈이 없었으면 그렇게라도 책을 보려고 했을까...라고 하는 허탈한 말까지 했다.
20년 전 내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를 입학한 뒤 몇 가지 낯선 것을 본 일이 있다. 학부 때에는 전혀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신대원에서는 보았기에 꽤 낯설었다. 제일 먼저 본 것은 카드회사 직원들이었다. 수업을 가기 위해서 기숙사에서 강의동으로 가는 길목에 젊은 여성들이 파라솔을 펼쳐놓고 카드 가입을 권유했다. 그리고 카드를 가입하면 성경책 한 권을 선물로 준다고 했다. 카드 가입을 해서는 안되었는데....ㅋㅋㅋ그때 카드 가입으로 꽤 어려운 날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 낯선 환경은 다마스 자동차에 가득히 쌓여 있는 CD였다. 그것이 처음에는 무엇인지 몰랐는데, 알고보니 불법 복제 프로그램, PDF 파일로 변환되어 있는 주석, 유명 목사들의 설교 등이었다.
더 웃픈 사실은 그것을 파시는 분이 꽤 규모가 있는 교회 장로님이라는 사실이다. 장로는 불법으로 복사해서 그것을 목사후보생들에게 팔기 위해서 신대원에 오고, 목사후보생들은 그것을 사기 위해서 줄을 서 있었다. 또 하나 .... 복사실이었다. 복사실에는 수 많은 자료들이 있었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복사실만 잘 이용해도 시험에 나오는 족보와 리포트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복사실에 가보니 수 많은 리포트와 시험 출제 자료들이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강도사고시를 치르기 위해서 신대원을 방문했을 때, 복사할 일이 있어서 복사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1학년 때 내가 쓴 기독교윤리학 리포트가 복사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그때 내가 쓴 리포트는 최고 점수를 받았었다.
총신을 다닐 때, 그렇게 불법적인 자료들을 모으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각종 주석 PDF를 다 모아놓고, 그리고 유명 목사들의 설교들, 유명한 신학 서적들을 다마스를 타고 오신 그 분께 구입을 하고, 자신은 그런 자료가 수십 기가 바이트가 있다고 하는 분들이 꽤 있었다. 그렇다고 그런 자료를 다 보느냐...그렇지도 않다. 자료는 자료일 뿐....자료를 모으는 사람은 목사가 되어도 여전히 자료를 모으고 있었고, 나에게도 중고등부, 청년부 자료를 달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났다.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요즘 일반 기업들도 모두 정식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과태료를 물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내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도 올초에 책을 한권 출판해 보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하물며 신학책이아 오죽할까? 수천만원 대의 돈이 투입되고, 수 많은 사람들의 땀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책에 대한 가치를 불법으로 복사해서 판매를 하는 그 사람들은 과연 그 돈을 무엇에 사용할지...궁금하다. 책은 돈을 주고 사야 가치가 있다. 그래야 책을 읽는다. 그렇게 복사된 파일로 된 책을 읽는 사람은 내 주위에서 많이 보지 못했다. 책의 가격이 조금은 부담된다고 하더라도, 커피값 조금 아끼고, 내가 사용할 용돈 조금 아껴서 책을 구입을 하고, 구입한 책을 정리하고 그래서 나의 지식으로 만든 뒤에 강단에서 설교를 하면, 그 설교가 본질적으로 바른 설교가 되지 않을까? 구입하고 싶은데,,,그렇게 힘들면, 내가 생각하는 그 출판사는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한다면, 책을 보내주지 않을까 생각이 되어진다...왜냐하면 나도 그렇게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책 사서 읽고..그렇게 좀 삽시다..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고 하는 한 영화의 대사가 생각이 난다.
※ 이 글은 서상진 목사(미래로교회 담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본보는 앞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신앙성찰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글을 게재키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