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에선 '상처입은 세상, 우리는 무엇을 희망할 것인가?'란 주제로 제20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이 열렸다.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공동의장 김희중 대주교, 이홍정 총무, 아래 한국신앙과직제) 주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주제 발제는 성 베네딕토회 왜관수도원 박재찬 신부가 맡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3차 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이번 일치포럼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박재찬 신부는 "코로나 사태와 그 후의 성찰과 행동을 위한 그리스도교의 제안"이란 주제의 발제를 통해 세계교회협의회(WCC)와 로마 교황청이 낸 공동선언문의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WCC와 교황청 종교간 대화 평의회는 종교간 연대를 통해 상처 받은 이웃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봉사하기를 촉구하는 '코로나 사태와 그 이후의 성찰과 행동을 위한 그리스도교의 제안'(아래 선언문)이란 문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재찬 신부는 선언문이 1) 코로나19가 지구 공동체에 미치고 있는 현재의 위기를 진단하고 있고 2) 전염병으로 절망에 빠진 세상에 종교가 서로 협력해 희망을 불어넣도록 부름을 받았음을 상기시키며 3)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신앙에 종교 간 연대를 위한 기초가 놓여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이 문서는 종교 간 연대는 교회 일치와 다른 종교 간의 평화, 정의, 상호 유대를 구축하게 해주며, 이웃사랑이라는 그리스도교 신앙 본연의 가치를 재현하고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는 게 박 신부가 내린 결론이다.
박 신부는 그러면서 이 문서가 "전염병으로 상처 받은 세상을 위해 WCC와 교황청 종교간 대화 평의회가 공동으로 작성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며 "펜데믹 상황에서 종교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성부, 성자, 성령의 활동에 기초해 이웃사랑과 봉사라는 그리스도인 본연의 삶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박 신부는 그러나 다양한 유사종교가 존재하고 종교 내부에서도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종파가 존재하는 한국 실정을 감안, "모든 종교가 연대한다는 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새로운 종교간 연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우선 연대가 가능한 종파들 간 특별 위원회를 구성해 실무를 맡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또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것 역시 어렵다"면서도 "확진 후 완쾌된 이들의 심리적, 영적 상처를 치유하는 데 종교인들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확산 방지와 의료진 및 확진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지속적인 기도를 바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공동 기도문을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제 발제가 끝나자 논평이 이어졌다. 대구 누가교회 정금교 목사는 학국교회의 비복음적 존재양태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 목사는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폐쇄적인 울타리를 형성했고, 그 울타리 안에서 우리만의 리그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로 세상에서 복음이 힘을 잃었다. 말하자면 코로나 전염병으로 상황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교회는 이제껏 복음대로 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어야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이화여대 장윤재 목사는 "이제 뿌리부터, 근본까지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종래의 제도와 관행 그리고 생활방식, 나아가 신앙습관으로는 더는 살 수 없다. 인간의 깨달음이 왜 이리 처참한 비극을 겪은 다음에야 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는 이 통절한 깨달음에 담긴 메시지를 절대 잊지 말고 회개하고 거듭나야 한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