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금지법 통과 논란이 한창이다. 진보 개신교 측은 집단의 안전을, 보수 개신교 측은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며 대북전단금지법에 각각 찬성과 반대 입장을 표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안보위협이라는 집단적 가치와 기본권 보장이라는 개인적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개인의 표현의 자유이자 북한 인권 개선 행위로 보는 보수 개신교, 같은 행위를 "반통일적, 반평화"라며 안보를 위협하는 개인의 일탈로 바라보는 진보 개신교. "인권"을 부르짖는 보수 개신교의 구호에서는 "평화"가 빠져 있었고 "평화"를 부르짖는 진보 개신교의 구호에서는 "인권"이 부재했다.
진보 개신교 측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되기 전 해당 법안의 의결을 촉구하는 논평을 낸 바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는 지난 14일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반평화, 반통일적 행위"라며 안보 위협 행위로 규정, 대북전단금지법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었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보다는 집단의 안전과 평화에 우선성을 둔 논평이었다.
반면 보수 개신교 측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되자 "최악의 반인권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대죽전단 살포 행위시 적발될 경우 최대 징역 3년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한국교회연합은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통치자의 입맛에만 맞춘 최악의 반인권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형벌로 규제했다"고도 덧붙였다.
보수 개신교 측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북한 인권 개선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대북전단금지법 통과 자체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해당 결의안에 각을 세우고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집단 보다는 개인의 자유에 무게 중심을 둔 이들은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이나 평화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개인과 집단의 가치 중 어느 한쪽으로 집중되는 환원성이 일어날 시 필연적으로 선택 받지 못한 쪽은 억압받거나 왜곡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의 자유에만 치중하면 집단의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고 집단의 권리에만 집중하면 개인의 자유를 일탈로 읽어내며 개인에 대한 국가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전체주의를 낳을 수 있다.
교회 공동체는 하나님 형상대로 지은 인간의 존엄한 권리를 인정하면서 또 한편으로 공동체를 중심으로 계승되는 예배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집단이다. 건전한 교회는 개인과 집단의 가치가 얽혀 긴장 가운데 균형을 이룬다. 앞선 논평이나 성명에서 아쉬운 것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이다. 이러한 균형감은 인간은 존엄하며 평등에 관한 한 어떠한 위계질서도 거부하는 평등, 즉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혹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최소공배수로서의 평등에 기초할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