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전방위에 걸친 개혁의 실종

NCCK 언론위, "문재인 정권 남은 임기 500일' 12월 시선으로

NCCK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지난해 11월 16일 오후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교회에서 NCCK 69회 총회가 열린 가운데 이홍정 총무가 총무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언론위원회(위원장: 권혁률)가 2020년 12월의 시선으로 <문재인 정권 남은 임기 500일>을 선정하여 발표한다고 4일 밝혔다.

언론위 측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자며 취임한 직후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80%를 상회했다"며 "제대로 된 개혁정책을 펴면 국민들은 밀어 줄 준비가 되어 있었건만, 그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도 왜 우리가 꿈꾸었던 나라 근처에도 못 갔는가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정 이유"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의 '(주목하는) 시선'에는 김당 UPI뉴스 대기자, 김덕재 전 KBS PD, 김주언 열린미디어연구소 상임이사,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정길화 아주대 겸임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가나다순). 이달의 필자는 한홍구 교수다. 아래는 자세한 선정 취지.

전방위에 걸친 개혁의 실종: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을 뿐인데, 나라가 달라졌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왔다. 선한 표정의 대통령이 와이셔츠 바람으로 수석비서관들과 격의 없이 청와대 경내를 산보하고 토론하는 탈권위주의의 모습은 신선했다. 인수위도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으로 국정을 총괄했던 경험을 살려 켜켜이 쌓인 적폐를 하나하나 풀어 나가려는 모습은 참으로 믿음직스러웠다. 바깥 정세도 문재인 정권을 도와주었다. 취임 첫 해인 2017년에는 북핵 갈등이 전쟁 직전 상황으로 고조되어 우리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한반도 주변 정세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조미정상회담까지 열리면서 한반도에도 지긋지긋한 전쟁상태가 끝나고 멀지 않아 평화가 올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임기 5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축구 경기로 친다면 전반전 끝나고 후반 중반이 지나가도록 골은 넣지 못하고 여러 차례 어이없는 실수로 위기도 맞으며 답답한 모습만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 남은 시간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문재인 정권은 기득권으로 똘똘 뭉친 엘리트 관료들을 넘어서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 등장을 가능케 한 시대적 과제는 적폐청산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적폐청산은 "각 분야 엘리트 고위 관료들, 즉 '관피아'들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등장과 함께 제일 먼저 부각된 것은 사법개혁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이 사법엘리트들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박근혜 정권과 재판거래를 도모하면서 판사들을 사찰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등 사법농단이 폭로되면서, 사법개혁은 일약 모든 사람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춘천지법원장 김명수를 사법개혁의 적임자로 보아 대법원장으로 지명했다. 개혁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김명수의 대법원장 지명은 그 자체가 개혁의 상징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김명수는 사법농단의 실행자였던 법원행정처를 개혁하는 대신 힘을 실어 주었다. 김명수 사법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법부를 감시하는 방안을 법관 대다수의 뜻을 내세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면서 국정원은 개혁의 대상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의 주역으로 변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한 대선공약이었던 국정원 개혁은 완전히 밀려나 있다가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에 이르러서야 시작되었다. 2020년 여름에는 국정원의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꾼다고 했지만, 이는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대공수사권 폐지는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다. 이것을 두고 "한국민주주의의 오랜 숙원이었던 권력기관개혁의 제도화가 드디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첫 해에 조금 시늉만 하다가 재계나 관료의 반발과 시행과정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부작용을 예상하고 대안을 준비하지 못한 것은 실력의 부족이었고, 반발을 이겨내지 못한 것은 뚝심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개혁에도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다. 목표를 정하고 때를 놓치지 않고 실행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대중들의 평가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가 부총리 홍남기 등 관료들을 통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고 호통을 치는 모습에 대해 대중들이 박수를 보낸 것은, 그가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좋은 정책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부동산 정책을 24번이나 내놓았지만,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정권이 들어선 첫 해도 아니고, 24번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권 4년차에 전국의 부동산이 폭등한 것을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늘 "사람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성장-분배가 선순환을 이루는 '혁신적 포용국가' 구현을 위해 '사람 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했다. 한마디로 문재인 표 경제는 "사람 중심 경제"였다. 수구진영은 사람을 앞세우는 문재인의 확고한 철학을 주체사상이라고 야유했지만, 문재인은 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에서 사람 중심은 사라져 버리고 깃발만 나부끼고 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이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중 가장 등급이 높은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그러나 전태일이 무궁화장을 수여받은 대한민국에서 산업재해로 죽는 노동자는 1년에 2,000명을 훌쩍 넘는다.

조국과 윤석열: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쌍두마차

2019년 7월 윤석열은 마침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검찰총장에 임명되었다. 윤석열의 검찰총장 임명 당시 일부에서는 검찰주의자인 그가 과연 촛불 정권의 검찰개혁을 안에서 수행할 적임자인가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장을 주면서 윤석열에게 "살아있는 권력도 눈치 보지 말고 수사"하라고 당부했다. 이로부터 채 10여일도 지나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했다. 조국과 윤석열이 검찰개혁의 쌍두마차가 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쌍두마차를 이끌어야 할 말들이 따로 놀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윤석열의 검찰은 조국의 임명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명백한 도전을 넘어 검찰의 특권을 지키려는 오만한 시도였다. 그 후부터 벌어진 조국 일가에 대한 먼지털이 수사는 검찰개혁이 왜 절실한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는 검찰주의자 윤석열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었다. 조국 장관 후보자 일가에 대해 검찰이 먼지털이식 과잉 수사를 벌인 것은 분명 검찰개혁에 대한 도전으로 진압되어야 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 방법이 꼭 조국 장관의 임명 강행이었을까? 여기서 진영 논리, 또는 팬덤의 정치가 작용하기 시작했다.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는"조국 수호"로 축소되었고, 조국이 상처만 입고 물러나고 추미애 장관이 임명된 뒤에는 "검찰개혁 = 윤석열 자르기"로 또다시 축소되었다.

조국 장관 지명자에 대해 검찰이 결사반대할 때,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기류도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조국 장관 지명을 철회하고 추미애나 다른 인물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여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했을까? 그 당시 분위기는 검찰도, 수구언론도, 수구야당도 조국만 아니면 된다는 분위기였다. 사실 검찰개혁은 법무장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국회에서 해결해야 했다. 권력 핵심이 조국 법무장관 임명에 매달린 것은 그가 부당한 공격을 받았다는 공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2019년 1월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자 친문핵심들의 차기 구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김경수 지사의 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대비책이 필요했기에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하려 한 것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은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조국 수호'를 소리 높여 외친 것은 결국 조국에게 큰 독이 되었다.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비열한 공격에 한편으로는 분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개운치 못했던 것은 검찰이 제기하는 의혹들이 하나씩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져 가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일들은 조국 장관이 권력 핵심에 진입하기 이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어머니가 일하는 대학에서 딸이 봉사를 하고 그 일로 표창장을 받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한다는 것은 그 표창장이 위조된 것이 아닌 진짜라 할지라도 참 민망한 일이지 않은가? 박근혜 탄핵 촛불을 같이 들었던 사람들은 분열되기 시작했다.

 윤석열 찍어내기로 찌그러진 검찰개혁

조국이 물러나고 추미애가 장관에 임명된 뒤에도 기회는 있었다. 2020년 1월 추미애 장관이 정식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인사는 윤석열 취임 이후 특수통 독식에 불만을 품은 검찰 내부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았고,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진영은 예상 밖의 대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당은 뒷전에 물러나 있었다. 그 사이 검찰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 '라임자산운용 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등 정권핵심들이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권력비리 사건 수사에 열을 올렸다.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에 대한 수사지휘, 직무배제, 징계 등 강수를 이어나갔지만, 여론의 추는 문재인 정권과 여당이 검찰의 권력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기를 쓰고 '윤석열 찍어내기'를 하는 것으로 기울어졌다. 이런 여론지형이 꼭 수구언론이 검찰개혁의 대의를 가리기 위해 일련의 사태를 '추·윤 갈등'으로 몰고 갔기 때문일까? 자르려면 확실히 잘랐어야 했다.

법무부가 제시한 윤석열의 징계사유는 1년 넘게 나라와 민주주의를 뒤흔든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사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검찰이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것은 특히 오랜 사찰과 정보정치의 역사를 지닌 우리의 맥락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지만, 윤석열의 직접 간여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해임사유로 삼기에는 아주 약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징계위원회도 징계 수위를 해임이 아니라 징계 2개월로 정했던 것이고, 검찰 엘리트들과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는 사법부는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탄핵 이야기가 나오지만, 징계 2개월도 내리지 못한 사안으로 뒤늦게 탄핵을 추진하면서 대중들을 설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작 대중들이 윤석열과 검찰에 대해 분노하면서 민주적 통제가 절실하다고 느꼈던 핵심적인 쟁점, 조국 장관 일가를 잡기 위해 수십 명의 검사를 동원하고, 사안과 무관한 여고생의 일기장까지 탈탈 터는 행태, 나도 검찰에 찍히면 저렇게 되겠구나 라는 대중들의 공포와 공분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의 유력한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어 왔다. 그렇지만, 공수처는 문제점이 없는 것일까? 공수처 자체의 출범을 막으려는 야당의 몽니에 기인한 탓이 크지만, 공수처의 중립성 보장을 위한 유일한 장치였던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대한 야당의 비토권은 법 개정으로 사라져버렸다. 이 길밖에 없는 것이었을까? 만에 하나 정권이 바뀐다면 공수처는 3권 분립을 깨는 권력의 무시무시한 칼이 될 것이며, 현 집권세력에게 치명적인 부메랑이 될 것이다.

팬덤 정치와 대통령

민주당은 공수처의 위험성을 제기하며 이에 반대한 금태섭 의원을 품지 못했다. 그가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 반대한 것이라면 당을 같이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검찰개혁의 수단의 하나인 공수처가 갖고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한 것인데 그런 사람이 설 자리를 없애버린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집권 초기에 표출했던 '숙의민주주의'가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사라지고 '팬덤 정치'만 남은 형국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잃는 비극을 경험한 한국에서 '대깨문'이 출현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은 심각하다. 특히 대통령과 여당이 초기에는 팬덤 정치의 수혜자, 향유자였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대통령도 여당도 팬덤 정치의 포로가 되어 끌려 다니고 있는 형편이다.

검찰개혁이 '추·윤 갈등'으로 쪼그라드는 과정에서 제일 답답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을 임명하고, 그에게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한 사람은 분명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와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했다면,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결단을 내리고 그에 대해 대중들을 직접 설득했어야 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법무장관 뒤에 숨어 있기에는 너무 큰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책임을 지지 않으니 여당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개혁에도 때가 있는 법인데, 총선 직후 원 구성 시 검찰개혁 등 각종 개혁 법안을 신속 과감하게 통과시키지 못한 사이, 부동산 사태와 윤석열 징계 논란 등으로 개혁의 동력은 축소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얼마 전까지 그를 적극 지지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왜 집권했는지 모르겠다는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500일도 남지 않았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상황이 나쁘기는 하지만, 아직도 이순신 장군처럼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나이다"라고 비장한 독백을 해야 할 처지에까지 몰린 것은 아닐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시민들의 지지와 남북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이라는 외적인 조건을 안고 출발했다. 또 코로나-19의 위기에서도 K-방역이 효과를 보며 단단한 지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임기가 500일도 채 안 남은 지금, 촛불 시민들의 대오는 분열되었고, 남북관계는 파탄이 났고, 코로나의 3차 대유행으로 K-방역의 둑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문재인 정권의 지지도는 떨어지고, 공수처 추진이나 윤석열 징계에 대한 지지도는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검찰개혁을 비롯한 우리 사회 개혁에 대한 지지가 허물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아직 그의 말을 실천할 500일이 남아 있다. 길은 복잡하지 않다. 촛불 정신으로 돌아가 그 마음으로 자신이 행한 아름다운 약속을 최선을 다해 실천하면 된다. 같이 촛불을 들었다가 마음을 돌린 중도층과 진짜 서민들의 마음을 다시 얻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진짜 사람이 중심에 서야 한다.

언론 환경 역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이미 들어섰다. 가짜 뉴스는 범람하고, 진영논리와 팬덤 정치 속에서 이미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혐오와 차별적 정보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허위정보'를 양산하는 혐오산업으로서의 인터넷매체나 유튜브 등에 대해서는 어떤 사회적 책임을 부여해야 할까? 유료부수의 2/3가 신문수송 후 폐지로 팔리는 신문 산업은 지속해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렇게 정신없이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정부의 주관부서는 방송위인가, 정통부인가, 문체부인가? 이미 미디어 이용자와 개인 생산자는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나 정부 유관부처 관료들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 진화하는 미디어 이용자들과 함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미디어에 관한 범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혁신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미 대중은 어제의 대중이 아니다. 과거 통용되던 가치들, 관행들은 모두 무너져버렸다. 조국과 문재인이 자기 입으로 했던 말이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온 것처럼, 검찰이 조국 일가에게 들이밀었던 기준은 이제 진보·보수를 가릴 것 없이 정치지도자가 되려는 자들이 지켜야 할 뉴노말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점에서 검사나 판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아직 500일이 있다. 촛불로 등장한 문재인, 노무현의 좌절과 비극적 죽음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었을 문재인, 대중들로부터 국회 180석의 선물을 받은 문재인 마저 온갖 적폐 청산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좌절한다면, 그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 아닐까? 적폐 청산에 대한 대중들의 희망마저 잃게 한다면, 그것은 적폐를 쌓아올린 반 헌법행위 못지않은 역사적 범죄가 될 것이다.

이지수 admin@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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