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원죄론에 쏠린 기독교의 경천애인 역행

최성철 은퇴목사(캐나다연합교회)·전직 지질학자

한국 민족의 전통적인 사상은 경천애인(敬天愛人)이다. 우리 민족의 경전으로 알려져온 천부경 (天符經)에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이라는 경구가 나오는 데, 이것은 경천애인 사상의 바탕이며, 다시 말해서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인내천(人乃天)의 사상을 담고 있다. 인중천지일에 기초를 둔 우리의 경천애인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하나로 보아서 "온 세상을 모두 사랑하라"는 심층적인 의미가 된다. 또한 경천애인은 "인간으로서의 순리와 도리를 잘 지키며 온 세상을 사랑하라"는 뜻이 되니, 사람으로 태어난 도리를 다하고 온 세상을 사랑하는 것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질되지 않는 궁극적인 진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민족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고유한 사상은 100여년 전에 성서문자근본주의 선교사들이 한반도에 잠입하여 교회를 세우면서부터 인간의 본성과 존엄성은 철저하게 폄하되고 말살되었다. 한국인들은 서구 기독교의 믿음체계가 정치적으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상업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 교묘하게 만든 원죄론에 속아넘어갔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경천애인 사상과는 정반대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더러운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었으며, 안타깝게도 순진한 사람들이 이 거짓과 은폐의 속임수에 넘어가 심하게 세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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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독일화가 루카스 크라나흐의 ‘아담과 이브’(1530년 경).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는 장면.

오늘 한국 기독교인들은 잃어버린 민족사상인 경천애인을 회복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이 하느님 보다 더 소중하다"는 우주적인 진리는 우리의 조상들이나 또한 현대 과학자들과 진보적인 신학자들의 주장만이 아니라 참 사람 예수가 가르치고 자신이 몸소 살아낸 태양처럼 살아가는 참된 인간의 삶에 대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과학혁명과 계몽주의 운동의 시작으로 삼층 세계관적 종교체제가 만들어낸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사람들의 의식에서 사라졌다. 결국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이 하느님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오늘날 유신론적 하느님은 일자리를 잃고 무용지물이 되었다. 사실상 인류사에서 인간이 유신론과 하느님을 만든 창조자라는 사실은 주류 과학계와 신학계와 철학계의 정설이다. 따라서 인간의 의식과 인간성이 종교와 철학과 역사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대단히 성숙해졌다. 또한 유신론적 신학은 폐기되어야 하고 무신론적 인간학이 현대인의 삶의 모든 영역의 기초가 되어야 가정과 사회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세계는 인간성이 신성 보다 더 소중하며 절실히 필요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을 연구하는 진화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우주세계와 우주 이야기라는 큰 그림을 발견했고, 그 큰 그림에서 하느님과 종교를 창조했다고 밝힌다. 21세기에 이르러 유신론적 하느님의 죽음이 보편적으로 인식되면서 유신론적 하느님은 인간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현대인들에게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다시 말해 참된 인간성(人間性)은 거룩한 신성(神性) 보다 더 소중하다는 인식이 우리의 사회에서 유신론의 죽음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한 해 동안에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 19로 삶의 모든 영역들이 큰 고통과 절망의 늪에 빠졌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또한 정신적인 고통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정치 지도자들은 이러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무엇을 가장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 용감하고 솔직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항상 다음 선거에서 재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에 분주하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에 대한 심층적인 철학이 없이 눈앞에 보이는 불을 끄기에 급급하다. 특히 종교 지도자들은 항상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사회와 국가를 향해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예언자의 목소리를 내어야 하는데 오히려 부족적이고 이기적이고 비현실적인 언행으로 오히려 국민들을 혼란과 분단으로 몰고간다. 따라서 오늘 종교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다.

또한 선거철을 맞이해서 정당들은 선거운동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지만 정책수립의 근본적인 기초가 무엇인지 불분명한 때가 많다. 다시 말해, 국가정책의 목표인 국민들의 삶의 질(質)을 측정할 때에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적인 정치인들은 부족적인 생존의 두려움 때문에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북한을 주적으로 삼는 안보정책으로 국민들을 불안에 빠트리는 전략을 악용한다. 더욱이 경제정책에서 소수의 부유층의 편에 서서 다수의 빈곤층을 외면하고, 공정한 분배의 정의를 거부하는 외형적인 경제성장을 내세운다.

결과적으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가면을 쓴 보수주의자들의 부족주의는 정치적으로 국민들을 분단시키고, 경제적으로 빈부의 차이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며, 인간의 생명줄인 생태계가 죽어가고 있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기독교 교회의 기능과 목적은 세상의 정치와 경제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있는 것에 항거하여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교회는 세상을 개혁하여 온 인류가 공평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앞장서기 보다는 생존의 두려움과 이기적인 욕심에 사로잡혀서 내세에 대한 망상으로 하나님과 교회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하찮은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19의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종교와 정치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

1세기에 예수 당시의 종교체제는 물론 현대의 기독교 종교체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깨끗한 사람 (하나님이 축복한 사람, 구원받은 선한 사람)과 더러운 사람 (하나님이 징벌한 사람, 구원받지 못한 죄인)으로 구분한다. 더욱이 고대의 성전종교 즉 오늘의 교회기독교는 하느님이 이 세계 밖, 하늘 위에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런 하느님과 땅 위에 살고 있는 인간을 철저히 분리시킨다. 그리고 그 하느님을 숭상하기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을 하찮게 여긴다. 따라서 유대교의 성전신학과 기독교의 내세신학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인간이 희생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대 기독교인들이 믿는다고 고백하는 예수는 사실상 성전종교의 희생재물과 십일조를 바치는 예배와 안식일법과 정결법 등의 전통과 율법들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새로운 의미의 하느님 나라 운동을 전개했다.

예수는 하느님을 예배하기 위해 사람들의 살아갈 권리를 박탈하고 탄압하는 안식일법을 철저하게 반대하고, 안식일에 병든 사람들을 치유했다. (누가 13:10-17) 안식일법은 하느님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하느님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선언하기를, 안식일은 하나님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예수는 깨끗한 사람이 더러운 사람 즉 소위 성전이 규정한 죄인들과 대면해서는 안되는 율법을 어기고 심지어 죄인들과 식탁에 둘러 앉아 함께 먹고 마셨다. 또한 율법의 정결법을 반대하고, 정결의식에 사용하는 물을 혼인잔치를 위해서 포도주로 만들고, 하느님의 의미는 관념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임을 선포했다(요한 2:1-11). 복음서들이 예수의 기적 이야기들을 기록한 목적은 그의 신성을 증거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란 인간의 삶의 방식이고,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하느님과 하느님을 보호하는 종교체제보다 더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예수는 자신의 가르침과 삶의 모습에서 하나님과 인간은 분리될 수 없다고 선포했다. 예수는 종교에서 사용하는 하나님 언어와 세상에서 사용하는 세속적인 인간 언어가 이중적으로 달라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다. 다시 말해, 세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사고가 따로 있고, 교회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사고가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예수의 비전은 인간의 삶의 모습에서 하느님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예수는 거룩한 하느님과 세속적인 인간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교리와 형식들을 타파했다. 예수의 하느님은 깨끗한 것(聖)과 더러운 것(俗)의 경계를 넘어서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과 비전이었다.

결론적으로, 하느님과 인간은 하늘 위와 땅 아래로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이다. 하느님은 거룩하고 인간은 더럽다는 이분법적 신학과 신앙은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이 아니다. 예수는 하느님이 사람보다 더 중요하고, 사람을 희생해서라도 하느님을 보호하는 성전을 향해 회칠한 무덤이라고 엄하게 질책했다. 원초적으로 종교는 하느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것이듯이, 종교는 하느님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온전한 삶을 위해서 있는 보조수단이다. 따라서 하느님은 인간을 위해서 있는 것이며, 인간이 하느님을 위해서 있을 수 없다. 이것이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의 핵심이다. 인류사에서 하느님이 인간의 삶에 개입하고 통제하던 시대는 항상 전쟁과 테러와 인종차별과 종교차별과 성차별과 성적본능차별과 빈부차별이 위험수준을 넘어서는 위기를 초래했다. 물론 지금도 하느님을 인간 위에 내세우는 종교와 정치가 가정과 사회와 세계를 혼돈과 파멸로 몰아가고 있다. 오늘날 이런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위험성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한국과 미국이다.

예수는 과거의 패러다임을 철저히 거부하고,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으로 사람을 하느님 보다 더 소중하게 대하는 세상을 건설하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시작했다. 예수의 운동은 죽은 후에 천국에 올라가 영원히 산다는 내세적인 운동이 아니라, 지금 여기 현세에서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생명 운동이다. 예수에게 종교적인 삶과 세속적인 삶은 분리된 두 개의 얼굴을 가진 가식적인 삶이 아니다. 기독교인들은 교회에서 하느님의 의미를 탐구하는 모습과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서로 다를 수 없으며, 동일해야 한다.

예수는 하느님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과거의 패러다임을 폐기처분하고, 인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르쳤다. 예수는 하느님을 보호하고 숭상하기 위해서 인간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예수의 기독교는 더러운 인간과 거룩한 하느님, 세속적인 세상과 성스러운 교회로 분리하는 종교가 아니다. 예수의 기독교는 성속(聖俗)의 경계를 넘어서는 지극히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종교이다. 예수의 기독교는 세상을 등지고 교회 안에서 하느님을 보호하고 맹신하는 종교가 아니다. 예수의 기독교는 내세와 현세를 분리하는 모순과 무지함의 종교가 아니다. 결국 오늘 "교회의 기독교"는 예수의 기독교가 아닌 사이비 기독교이다. 참 사람 예수가 가르치고 자신이 몸소 살아내었던 하느님의 의미는 나와 다른 사람들과 자연세계와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온전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느님의 의미는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하느님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예수는 하느님을 위해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생태계를 희생시킬 수 없다고 선언했다. 예수는 '나를 사랑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을 분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마태복음서 22:34-40). 예수는 '안식일과 하느님은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 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하느님을 위해서 사람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사람은 하느님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사람의 온전한 삶을 위한 보조수단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교회와 성서와 하느님과 안식일 보다 더 소중하다는 예수의 정신을 따라 살면 이 세상은 전쟁과 테러가 일어나지 않고, 여성과 아이들이 남성과 동일하게 존중되고,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과 공평하게 대우를 받고, 바이러스 팬데믹에서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는 예배모임을 갖지 않고,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는 하느님 나라가 이 땅 위에 세워질 것이 확실하다.

※ 이 글은 전 지질학자인 최성철 은퇴목사(캐나다연합교회)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외부필자의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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