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 담임인 전광훈 목사의 발언이 점점 독해지고 있다. 아래는 가장 최근에 나온 발언 중 일부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 족보에 나오는 여성들의 이름이 있어요. 전부 다 창녀들입니다. 창녀 시리즈입니다. (다말, 라합, 룻, 밧세바에 이어) 마리아도 미혼모야 미혼모. 이건 전부 창녀 시리즈야."
- 2월 21일 사랑제일교회 주일설교
"어느 나라 군대든지 군대가 가는 곳에는 여자가 따라가게 돼있어요, 여자가. (중략) 어쨌든 간에 이 남자들이라고 하는 동물들은 혼자 떼어 놓으면, 항상 딴 짓을 하니깐. 그래서 한참 펄펄 끓는 그 젊은 나이 때, 그때에 남자들을 모아가지고 전쟁하기 위해서, 전쟁이 또 얼마나 긴장감이 듭니까? 그러니까 성적인 해소를 못 하니깐 군대가 가는 곳에는 항상 그 여자들이 희생되기 되어있다는 말이에요."
- 2월 22일 '3.1절 준비를 위한 대국본 앱깔기 24시간 방송' 중 이동호 캠페인전략연구소 소장과 대담 중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독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중이다. 전 목사는 지난 2월 26일 오전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전 목사는 다소 거친 어조로 문 대통령을 향해 "3.1절까지 반드시 하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발언은 더욱 강경했다. 전 목사는 윤 총장을 직접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총장에게 말한다. 당신 도대체 지금 뭐하는 거냐, (윤 총장이) 문재인과 싸우는 척한다. 대통령 되고 싶으면 목숨을 내놓아라. 문재인, 국회의장들 다 체포해달라."
전 목사는 그러면서 "3·1절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범국민 저항권을 최대로 발동해 국가 혼란 사태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와 건국을 이루는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라며 3.1절 집회 강행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전 목사의 독한 말은 사실 새삼스럽지 않다. 전 목사는 공개석상에서 노골적인 성차별 발언과 극우주의적 역사인식을 거침없이 드러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뭇 상황이 다르다. 지난 26일 기자회견에 나선 전 목사의 목소리엔 노기가 가득했다. 지난 해 8.15 서울 도심 집회 당시 특유의 호기를 부리며 문재인 정권 퇴진을 외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전 목사 주변에서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흘러나오는 중이다.
무죄 판결이후 세 결집 노렸지만
전 목사로서는 짜증이 날 법도 하다. 지난 해 8.15 집회 이후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를 향해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도심 집회 시점에 전 목사는 보석 중이었다. 이에 전 목사를 재구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었고, 결국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검찰이낸 보석 취소 청구를 별도 심문 절차 없이 받아 들여 전 목사는 다시 철창신세를 졌다.
비록 지난 해 1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물론 개신교계의 위상 전반은 급전직하했다. 한국교회탐구센터는 지난 해 12월 30일 발표한 '빅데잍로 본 2020 한국교회 주요 4대 이슈'란 제하의 보고서에서 이렇게 적었다.
"전광훈 목사 관련 글들은 8월 이전에는 매월 1,000건 이하를 기록할 정도로 낮았으나 8월에 전광훈 목사가 방역지침을 어기고 광복절 집회를 강행하여 논란을 일으키면서 버즈량(특정 주제에 대한 웹 상의 확산 지표)이 13,536건으로 급증했다. 감성 분석을 보면 긍정 비율이 35%, 부정 비율이 60%, 중립 비율이 5%로 부정 비율이 매우 높다"
1심 판결 이후 전 목사는 올해 1월 전북 전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에 나섰다. 그러나 세 몰이가 예전 같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3.1절 대규모 집회로 부활을 노렸지만, 당국의 집회불허로 수포로 돌아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보수 정치권이 전 목사와 사실상 손절한 상태란 점이다. 8.15 광복절 도심 집회 이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당에서 참석을 독려한 것도 아닌데 전 목사와 엮으려 한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전 목사가 1심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에도 국민의힘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보수 정치권의 '거리두기'와 싸늘한 여론은 전 목사의 입지를 약화시키기에 충분하다. 개신교계 안에서도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다.
교회2.0목회자운동,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희년함께 등 개혁성향의 개신교 단체가 꾸린 '개신교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는 8.15 광복절 도심 집회 이후 성명을 내고 "전광훈과 극우 기독교 세력은 사랑과 화해가 본질인 기독교를 차별과 혐오의 종교로 바꾸더니 이제는 극도의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도록 만들어 버렸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 목사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는 전 목사의 창녀 운운 발언에 대해 2월 26일 성명을 내고 "전광훈은 잘못된 성인식과 성서해석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교회공동체의 본질을 왜곡시켰다"며 "잘못된 성인식과 성서해석에 대한 망언을 회개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게다가 교회 사정도 좋지 않다. 전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서울사랑제일교회 일대는 재개발이 한창이다. 교회 주변 건물들은 철거가 진행 중이고, 교회 역시 언제 헐릴지 모른다. 교회는 명도소송에서도 패소했다. 그래서 강제철거될 처지이나 신도들의 극렬한 저항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이 이어지는 중이다.
전 목사는 전부터 저속한 발언과 그릇된 성인식으로 자주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다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를 꿰차더니 대정부 투쟁에 나서면서 우파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더 이상 전 목사의 퇴행적·반사회적 교의는 통하지 않는다. 물론 전 목사가 쏟아내는 독한 발언은 지지자를 겨냥한 고도의 메시지이지만 말이다.
전 목사의 정치선동에 솔깃해 할 이들은 점차 줄고 있다. 특히 우리 시민사회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 당시 보여준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의 민낯을 똑똑히 보았다. 이런 이유로 전 목사와 강연재 변호사 등 주변인들이 갈수록 발언수위를 높인다고 한들, 원하는 수준의 세 결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부디 전 목사와 주변인들이 이런 현실을 인식하기 바란다. 보다 근본적으로 독설과 막말로 세상은 변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도 오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