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학자와 과학자의 콜라보

[크리스찬북뉴스 서평] 노아 홍수의 잃어버린 세계/트렘퍼 롱맨 3세, 존 H. 월튼/이용중/새물결플러스/ 이종수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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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새물결플러스)
▲『노아 홍수의 잃어버린 세계』 겉 표지

노아의 홍수는 실제적인 역사적 사건인가? 과연 전 지구적인 홍수가 발생했을까? 다만 국지적인 홍수만 있었을 뿐 전 세계적인 홍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성경의 저자가 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비유적인 언어와 과장법을 사용해서 기록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이 주제를 전개해나가기 위해서 17가지 명제를 세우고, 신학자와 과학자가 함께 하나하나 다루어 나간다.

저자는 창세기 1-11장 전체와 그 안에 있는 홍수 내러티브가 창세기 12-50장에 있는 조상 내러티브에서 펼쳐지는 아브라함과 그의 가족과의 언약에 대한 배경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라는 신념하에, 이 책을 저술해간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성경 저자들은 사건을 순수하게 사실대로 재구성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이용하여 그들의 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관심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부여하신 권위를 지닌 것은 바로 그들의 신학적 메시지다. 사건은 영감받은 것이 아니다. 사건에 대한 해석이 영감받은 것이다."(49p)라고 확정적으로 말한다. 그러므로 저자에게 중요한 것은 창세기 기록과 사건의 사실성에 있지 않고, 오직 "하나님은 언약을 통해 인간에게 은혜를 베푸셨고 언약 안에 있는 토라를 통해 질서를 가져다주시며 에덴에서 상실되었고 성막에서 다시 세워지는 지상에서의 임재의 회복을 향해 계속해서 역사하신다"(285p)는 신학적 메시지에 있다.

저자는 이집트와 고대 근동, 그리고 메소포타미아에서 새로이 발굴된 문헌 등을 소개하면서, 그러한 문헌들을 보면, 노아의 홍수와 유사한 내러티브를 담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모세는 먼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과거의 사료를 사용했을 것이기 때문에"(38p) 성경의 기록이 다소 이런 문헌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제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전 세계적인 홍수가 있었다고 믿는 홍수 지질학 옹호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오늘날 현대 지질학계와 과학계는 전 세계적인 홍수가 있었다는 증거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믿는 것은 과학을 도외시하는 문외한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글을 인용한다.

"성경의 의미를 설명하는 어떤 기독교인이 이런 주제들에 대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이교도가 듣는다면 이는 수치스럽고 위험한 일이며 우리는 사람들이 기독교인의 엄청난 무지를 폭로하며 조롱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취해야 한다. 그 수치는 어떤 무지한 개인이 조롱을 당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믿음의 권속 밖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의 신성한 저자들의 그런 의견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우리가 위하여 수고하고 있는 그들의 구원에 큰 손해가 되도록 성경 저자들이 비판을 받고 무식한 사람들로 거부당하는 것이다."(276p)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구원에 필수적이지 않은 주제에 대해 우리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열린 사고를 가지고 소통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성경의 축자 영감을 믿는 독자들은 이처럼 대담한 저자의 주장에 다소 흠칫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노아의 홍수 이야기는 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국지적 홍수를 전 세계적인 홍수로 묘사하는데 과장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역사적 기록으로 알고 믿고 있는 창세기의 나머지 내러티브에 대해서도 동일한 관점을 유지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예상치 못하는 나비효과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대 과학계나 고대 근동 문헌은 노아 홍수의 문자적 역사성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과연 성경과 과학이 일치할 경우에만, 성경 기록의 명확성과 명료성을 신뢰할 것인가? 성경과 과학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어디에 우위를 둘 것인가? 아니면 성경이 과학을 정화시킬 때까지 성경을 믿는 믿음을 고수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것은 독자 각자가 풀어야 할 숙제인 듯하다.

※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http://www.cbooknews.com) 서평에 게재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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