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십자가로 우리의 이기심만 채우려 하지 않았는가?"

정재현 교수, 연세대 대학교회 성금요일 예배 설교서 전해

jungjaehyun
(Photo : ⓒ연세대 교목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정재현 교수(연세대 연합신대학원, 종교철학 주임)가 지난 성금요일 연세대 대학교회에서 '나와 함께, 너와 함께, 우리와 함께'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지난 성금요일 그리스도의 수난의 상징인 십자가를 '때문에'와 '위하여'라는 익숙한 교리 해석에서 벗어나 '더불어'라는 실천적 접근으로 풀어낸 정재현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종교철학 주임)의 연세대 대학교회 설교가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그리스도의 고난의 십자가는 우리의 죄 '때문에' 혹은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라는 의미로 곧잘 풀이되어 왔던 것이 일면 사실이다. 이러한 해석은 2천년전 십자가 사건을 오늘의 상황에서 실존적으로 엮으며 의미를 새기려는 나름의 시도였다.

하지만 정재현 교수는 십자가 사건을 예수께서 남기신 말씀을 중심으로 재조명하면서 자기 이기심에 근거해 자기를 중심으로 엮어내는 십자가의 의미에서는 간과되기 쉬운 그리스도와의 연대를 통한 십자가의 실천적 의미를 되새겼다.

정 교수는 십자가상에서 예수께서 강도에게 "너와 함께"를 또 십자가를 눈앞에 둔 겟세마네 현장에서 제자들에게는 "나와 함께"를 말씀하셨다며 "십자가 사건에서 우리는 나와 함께와 너와 함께를 동시에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와 함께는 그가 원하시는 간절한 호소인 반면에 너와 함께는 우리를 향한 그의 연대이다"라며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더불어 우리의 고통을 나누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그와 더불어 그의 고통을 나누시길 원하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우리는 십자가에서 이런 뜻을 새기는데 익숙하지 않다"며 "'십자가라고 하면 죽어 마땅한 죄 때문에 치뤄야 할 벌인데 죄없이 억울하게 수난당한 예수의 죽음은 우리가 치뤄야 할 벌을 대신 받는 것이다' 이렇게 새긴다. '때문에'의 십자가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런가하면 나의 구원을 위하여 예수의 죽음이 치뤄졌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이지만 '위하여'의 십자가라고 풀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십자가에서 원인과 결과로 보거나 목적과 수단으로 본다. 그 어디에도 나와 함께, 너와 함께의 연대의 마음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그러나 "그러한 함께야말로 하나님이 살과 피를 가진 사람이 되신 까닭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 주신다. 왜냐하면 살과 피를 가진 사람만이 살과 피를 가진 우리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십자가로 자기 이기심을 채우려 하지 않았는가"를 돌아보며 수직적인 차원에서는 하나님과의 고통을, 수평적인 차원에서는 피조세계와의 고통을 나누며 연대하는 '더불어'로서의 십자가 사건의 의미를 곱씹으며 설교를 마쳤다.

김진한 jhkim@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