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성금요일 그리스도의 수난의 상징인 십자가를 '때문에'와 '위하여'라는 익숙한 교리 해석에서 벗어나 '더불어'라는 실천적 접근으로 풀어낸 정재현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종교철학 주임)의 연세대 대학교회 설교가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그리스도의 고난의 십자가는 우리의 죄 '때문에' 혹은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라는 의미로 곧잘 풀이되어 왔던 것이 일면 사실이다. 이러한 해석은 2천년전 십자가 사건을 오늘의 상황에서 실존적으로 엮으며 의미를 새기려는 나름의 시도였다.
하지만 정재현 교수는 십자가 사건을 예수께서 남기신 말씀을 중심으로 재조명하면서 자기 이기심에 근거해 자기를 중심으로 엮어내는 십자가의 의미에서는 간과되기 쉬운 그리스도와의 연대를 통한 십자가의 실천적 의미를 되새겼다.
정 교수는 십자가상에서 예수께서 강도에게 "너와 함께"를 또 십자가를 눈앞에 둔 겟세마네 현장에서 제자들에게는 "나와 함께"를 말씀하셨다며 "십자가 사건에서 우리는 나와 함께와 너와 함께를 동시에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와 함께는 그가 원하시는 간절한 호소인 반면에 너와 함께는 우리를 향한 그의 연대이다"라며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더불어 우리의 고통을 나누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그와 더불어 그의 고통을 나누시길 원하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우리는 십자가에서 이런 뜻을 새기는데 익숙하지 않다"며 "'십자가라고 하면 죽어 마땅한 죄 때문에 치뤄야 할 벌인데 죄없이 억울하게 수난당한 예수의 죽음은 우리가 치뤄야 할 벌을 대신 받는 것이다' 이렇게 새긴다. '때문에'의 십자가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런가하면 나의 구원을 위하여 예수의 죽음이 치뤄졌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이지만 '위하여'의 십자가라고 풀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십자가에서 원인과 결과로 보거나 목적과 수단으로 본다. 그 어디에도 나와 함께, 너와 함께의 연대의 마음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그러나 "그러한 함께야말로 하나님이 살과 피를 가진 사람이 되신 까닭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 주신다. 왜냐하면 살과 피를 가진 사람만이 살과 피를 가진 우리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십자가로 자기 이기심을 채우려 하지 않았는가"를 돌아보며 수직적인 차원에서는 하나님과의 고통을, 수평적인 차원에서는 피조세계와의 고통을 나누며 연대하는 '더불어'로서의 십자가 사건의 의미를 곱씹으며 설교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