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을 주도하는 건 33사단인데 이들은 기업도 운영한다. 한국기업도 이 잔인무도한 33사단과 합작관계에 있고, 그 중 하나가 포스코다."
지난 3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와 인권회복을 위한 목요기도회'에서 나온 증언이다.
증언자는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국장. 나 사무국장은 "미국과 EU 기업들이 인권문제로 진출을 꺼렸지만 한국기업은 새로운 시장이라며 미얀마에 진출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진출해 이득을 올렸다"고 날을 세웠다.
나 사무국장의 보도는 MBC의 취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는 중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포스코와 미얀마 군부 사이의 유착관계를 파헤쳤다.
먼저 MBC는 5일 "포스코가 미얀마 국영 석유기업 모지(MOGE)와 합작해 슈웨 가스전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수익금의 15%를 모지에 배당한다. 2018년 포스코가 모지에 준 배당금은 1억 9,400만 달러에 달하는데, 미얀마 시민들은 이 돈이 군부의 자금줄"이라고 보도했다.
다음 날인 6일 MBC는 더욱 충격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 인터네셔널이 미얀마 군부의 요청을 받아 해군 상륙수송함을 주문했고, 이 배를 받아 미얀마 군부에게 넘겨줬다는 게 MBC 보도의 뼈대다. 사실상 포스코 자회사가 무기구매 대행을 해준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포스코 인터네셔널은 2019년 6월 상륙수송함 진수식에 미얀마 군 수뇌부를 초청했다.
MBC 보도는 포스코와 군부의 유착이 뿌리 깊다는 걸 강력히 시사한다. MBC 역시 "포스코는 가스전 사업에 대해 '미얀마 군부와 관계가 없다. 국영 석유기업과 합작했을 뿐'이라며 군부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군함을 구매대행해줄 정도로 미얀마 군부와 밀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의 무자비한 민간인 학살에 맞서 목숨을 걸고 투쟁 중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특히 비슷한 경험을 가진 한국에 연대를 호소하고 나섰고, 우리 시민사회는 적극 반응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기업이 미얀마 군부와 유착관계를 맺고, 자금줄 구실까지 하고 있다는 건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아래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은 7일 성명을 내고 포스코를 규탄하고 나섰다.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은 이번 성명에서 포스코 인터네셔널과 미얀마 군부 사이의 '부당거래'를 추가 폭로했다. 폭로 내용은 아래와 같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군부에 무기를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은 2002~2006년 미얀마에 포탄을 수만 발씩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비와 기계, 기술자료를 수출했다. 공장을 지어주고 포탄 제조·검사 장비 총 480여 종을 수출한 데 이어, 포탄 제조 기술까지 넘겨줘 처벌도 받았다. 당시 미얀마는 방산물자 수출이 엄격히 통제된 국가였음에도 적발을 피하고자 위장계약서를 작성해 산업용 기계를 수출한 것처럼 꾸몄다."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은 그러면서 "미얀마 군부의 학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군부와 유착된 한국기업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미얀마 시민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심정"이라며 " 포스코의 미얀마 군부와의 유착을 끊기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더욱 단호하게 행동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개신교계도 포스코 규탄에 나섰다.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기독교행동'은 오는 8일 오후 주한미얀마 대사관에서 3차 기도회를 예고했다.
기독교행동은 이번 기도회에선 "현재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는 포스코·한국가스공사 등 한국기업에 대해 우리는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는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 단절, 가스전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모든 대금 지급 유예 등 군부를 지원하는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고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기도를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