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열 교수(총신대, 말씀의집)가 성경에서 단 한번 나오는 기이한 표현 "피 남편"의 의미를 언약공동체의 관점에서 풀이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피 남편"과 함께 하나님이 모세를 왜 죽이려 했는지를 해설했다.
김 교수는 먼저 "하나님이 모세를 부른다. "이집트로 가라!!"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라고 명령하신 것이다. 그래서 모세는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갔다"라며 "그런데 도중에 갑자기 하나님이 그를 살해하려 한다. 알고보니 아들을 할례하지 않은 일로 인한 살해 협박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도대체 무슨 이런 변덕스럽고 기괴한 하나님이 다 있는가. 가라 해놓고 이제는 그깟 할례 문제로 죽이겠다니, 해괴하다"라고 했으며 "또 아들을 할례하고 난 다음 나오는 말 "피 남편"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이 표현은 성경 전체에서 단 한번 나온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히브리인, 즉 이스라엘 백성에겐 '할례'가 목숨처럼 중요했다. 실제로 할례는 언약의 표지인데, 할례를 안 받으면 언약 밖에 있는 자로서 사실상 죽은 자, 버려진 자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데 모세가 십보라와 사이에 낳은 아들들은 아직 할례를 받지 않았다. 이유는 모세가 이방의 미디안 여자인 십보라와 그의 아들을(아마 게르솜) 언약 백성으로 간주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으며 "혹은 역으로 십보라의 반대 때문일 수도 있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모세가 가족을 모두 데리고 이집트로 향하고 있으니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큰 듯 하다. 십보라가 (아마 민족적 이유로)원치 않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모세는 이집트로 돌아가 언약 백성을 구할 대업을 이루어할 인물이었다. 게다가 지금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향하고 있었기에 하나님은 대업을 앞두고 먼저 모세 가정부터 온전한 언약 백성으로 만들어야 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판단이다.
김 교수는 "결국 하나님은 모세를 향해 죽음의 위협을 가하면서 아들의 할례를 압박했다. 이때 무슨 이유인지 상황을 눈치 챈 십보라는 긴급히 아들의 할례를 실행하게 된다"라며 "그 순간 십보라와 아들이 언약 공동체로 입회되고 모세는 위기를 넘긴다. 이때 십보라는 "당신은 (이제)내게 피 남편이다"고 고백하고 선언한다. 창세기 저자는 그것을 할례 때문이라고 부연설명한다"고 전했다.
그는 "말하자면 십보라는 아들의 성기의 포피를 도려내는 할례를 실행하여 피가 났고 이때 그녀는 자신과 남편은 피의 언약 안에서 맺어진 부부 관계이며 언약 공동체의 가족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내용을 종합하면서 김 교수는 "구약에서는 언약백성에게 할례가 이렇게 목숨처럼 중요했다는 의미"라며 "따라서 "피 남편"은 피의 할례를 통해 맺어진 중요한 언약적 부부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