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이 산재로 목숨을 잃은 청년노동자를 위한 추모의 자리를 마련했다.
‘평택항 산재사망 청년노동자 고 이선호님을 추모하는 그리스도인들'은 19일 오후 산업재해로 숨진 고 이선호 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평택사 안중백병원에서 추모기도회를 열었다.
고 이 씨는 지난 달 22일 평택항 수출입화물보관 창고 앞에 있던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작업 도중 갑자기 접힌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유가족과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경기공동행동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대책위를 꾸리고 △ 사망사고 진상규명 △ 원청인 동방에 대한 철저한 근로감독 △ 산재 발생 시 원청이 직접 책임을 지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마련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기도회엔 고 이선호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 등 유가족, 정의당 류호정 의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이사장 홍인식 목사, 소장 박승렬 목사 등 목회자와 평신도 80여 명이 참석했다.
고 이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는 "기업이 오직 이윤만 창출하기 위해 (안전관리에 드는) 돈 10만원 아끼려는 와중에 제 아이는 악 소리도 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어쩔 수 없이 제 아들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최소한 줄여 볼 수 있지 않을까, 길에서 목숨을 버릴 각오로 비열한 집단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에 화답해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 까지 함께 싸우게 해 달라"고 연대의 뜻을 밝히는 한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대로 개선되고 철저히 시행되어 그 어떤 노동자도 죽지 않고 다치지도 않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기원했다. 류호정 의원은 "우리의 기도가, 위로가 이선호 님 곁에 놓이길 희망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기도회 참가자들은 고 이 씨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성소수자 축복기도 혐의로 재판 중인 이동환 목사는 "천박한 자본과 탐욕적 이윤추구가 사람의 생명을, 그것도 젊은 청년의 생명을 앗아가 참 속상하다. 이런 일이 한국 사회에서 빈발하고 피해는 늘 하청노동자나 계약직 노동자, 청년 노동자 같은 약자들이 짊어진다"며 "고 이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의 말이 뼈아프게 들렸는데, 부디 온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고 동시에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기도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고 이 씨의 빈소에 분향했다.
고 이선호 씨 대책위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정의당 의원단을 면담하고 21일엔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근본적인 산재 피해 예방 대책마련 촉구 집중집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