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제도 종교로서의 기독교를 떠난 성도의 질문들

파스칼의 도덕 논증, 칸트의 도덕적 요청으로서의 신...유효한가?

다양한 이유로 제도 종교를 떠난 가나안 성도들은 어떤 질문들을 품고 신앙의 여정을 걷고 있을까. 오강남 박사(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는 최근 가나안 성도로부터 받은 몇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이 성도는 영계를 부정할 수 없다면서 그 이유로 병든 사람에게 "예수의 이름으로 사탄(병마)은 물러가라" 해서 병이 사라졌음을 자신이 직접 체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알라나 무함마드의 이름으로도, 부처나 기타 다른 이름으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오 박사는 "병이 기적적으로 낫는 체험은 여러 종교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라며 "그러나 그 체험을 일단 설명하려 하면 그 즉시 그것은 자기가 속한 종교적 사회적 배경에서 나온 해석일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독교 배경을 가지신 분은 물론 하느님이나 예수님이나 성령이 고쳐주신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스스로가 상제라 주장하는 증산교 교주 강증산은 하느님이나 성령이라는 용어를 빌리지 않고도 병을 낫게 했다. 힌두교나 불교에서도 '싯디'라고 하여 기적적인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불교도 일반 신도의 경우는 하느님이나 예수의 이름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피나 보살들의 도움에 의해 병이 낫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경우 하느님이나 성령 악령의 개입이라고 하는 기독교의 유신론적 설명은 하지는 않는다. 물론 정통 기독교에서처럼 인격적인 신을 상정한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해석이라 주장할 수는 없겠다"며 "아시겠지만, 종교가 없는 분들은 암으로부터의 기적적인 치유를 spontaneous remission라고 하면서 신이나 초자연적 힘의 개입 같은 것을 상정하지 않고 심리학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마치 옛날에는 간질병이 악귀가 들어서 생기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뇌세포의 변이에서 생긴 결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오 박사는 "모든 면에서 신을 개입시키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는 것은 사실이다. 왜 비가 오느냐, 왜 경제가 엉망이냐, 왜 병이 들기도 하고 낫기도 하느냐 하는 등의 문제에 신을 가정하면서 신이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면서도 "그러나 그럴 경우 기상학, 경제학, 의학, 과학 같은 것이 무의미하게 된다. 인류가 지금 같은 지식을 축적하게 된 것은 이런 알지 못했던 현상에 대한 설명 체계에서 신을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도교의 핵심인 부활 승천의 사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고린도전서 15장에 바울이 부활이 없다면 우리의 믿음이 헛것이고 우리가 불쌍한 자들이라는 말을 했는데전체 문맥을 보아서 저는 육체적 부활보다 옛 사람에서 죽고 새 사람으로 부활하는 것을 더욱 강조한 것이 아닌가 여긴다"고 밝혔다.

오 박사는 "그 장 끝부분에 바울 스스로도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 바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라고 한 것을 보면 무덤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죽는" 매일 영적 죽음과 부활의 기쁨을 누리는 삶을 산 것을 자랑으로 겨긴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이런 영적 죽음과 부활의 경험이 없는 삶은 헛것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pascal
(Photo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파스칼.

또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안믿는 것보다 무한대로 낫다는 파스칼의 도박 논증(wager argument)에 대해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존재를 인정해드리는 것과 안 해드리는 것에 대해 하느님이 그렇게 신경 쓰실까 하는 문제가 있다. 저는 하느님이니 천국 지옥을 믿을 수 있는 믿음이 있으면 어느 정도 초기에는 믿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머리가 커지면서 믿기지 않는데 억지로 믿으려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억지로 믿으려 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존 레논의 <이매진>의 노랫말처럼 천국도 지옥도 종교도 없으면 싸울 일도 목숨 바칠 일도 없고 세상에 평화가 온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칸트의 실천이성에 요청되는 도덕적 신의 상정에 대해서는 "옛날에는 이런 신의 존재를 상정하는 것이 수렵채집 사회에서 공동사회로 발전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위에서 지켜보는 신'이 있어야 도덕적 생활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공동체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신은 필요 없다고 한다. 덴마크의 경우 그런 신이 없어도 훌륭한 사회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오 박사는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런 것을 믿는 것이 오히려 독자적인 결단에 의한 윤리 생활에 방해가 되고, 가난한 사람이 있어도 그것이 신의 뜻이라 치부하므로 인간들이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복지 사회가 되는 데도 장애 요소가 된다고 한다"며 "필 주커먼이 쓴 <종교 없는 삶> (판미동, 오강남 해제) 나 기타 <신이 없이도 선할 수 있는가>류의 책들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책들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덴마크나 스웨덴 노르웨이 등 제일 경제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건전한 나라들은 실질적으로 "신 없는 사회"(이것도 필 주커만 책의 제목입니다.)라는 것이다. 그 반대도 성립하는데 미국이 신을 믿는 사람들의 제일 많은데, 유럽 국가들에 비해 범죄율, 도덕성, 문맹율 등 여러 면에서 뒤진다고 한다. 미국 국내에서만 보아도 루이지애나 등 교회출석율이 제일 많은 남부 바이불 벨트 주들의 범죄율이 가장 높고, 반대로 교회 출석율이 가장 낮은 북동부 버몬트 주나 서북부 오레곤 주가 범죄율이 가장 낮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수 admin@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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