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성득 교수가(UCLA 한국기독교학)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죽은 교리, 산 신앙'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교리주의에 근거한 무분별한 이단 정죄 행위를 우려했다.
옥 교수는 "해방 이전에 교회를 선택할 때 "교리를 선택"하는 의미로 장로회나 감리회나 성결교회에 들어간 자는 거의 없었다"며 "지역별로 교회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장로회든 감리회든 자신이 있는 지역에 세워진 교회에 나갔고, 이사를 가면 또 그 지역에 다른 교파 교회가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 없이 다녔다. 따라서 교회 연합 사업도 쉬웠다. 칼뱅도 웨슬리도 아닌, 예수의 복음을 따라 하나의 교회를 지향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해방 이후 선교회간 지역분할(comity)이 사라지고, 좁은 땅에 여러 교파가 난립하면서, 교회, 교단, 교파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교리를 강조하기 시작했다"며 "목사들이 자기 영역(나와바리)을 표시하고, 그 안에 머물기를 강요했다. 에반젤리칼(복음주의)이 에큐메니칼을 '칼'이 위험하다고 비판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리의 선을 넘으면 이단이라며 마녀 사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이단은 늘어났고, 교단이나 교파는 신학교에서 신학교육 제대로 시키지 않으면서, 목사나 교수가 맘에 들지 않으면 헌법과 교리 조항을 들이대며 이단 운운 시범케이스를 만들어 나갔다"고 덧붙였다.
옥 교수는 "오늘 교단이나 신학교들은 사회의 불의, 부정에 대해서는 입도 벙끗 못하면서, 어떤 정치가가 법당에서 합장으로 예를 표하거나, 신학교 교수가 불교 신도들에게 가서 설교라도 하면, 그 행동, 그 말 고투리를 잡아서 우상숭배, 이단 운운한다. 해방 이전이라면 목사가 절에 초청을 받아 가서 전도하고 설교를 했다면 상을 주었을 것이나, 이제는 설교문을 분석해서 조금이라도 교리적 잣대에 맞지 않으면 이단 운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옥 교수는 "그런 잣대라면 성전을 허물고 사흘만에 짓겠다는 예수도 이단이 되고, 아레오바고에서 알지 못하는 신을 하나님이라고 한 바울도 이단이 될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또 "그런 잣대라면 단군이 하나님을 섬겼으며 고대 한국인은 하나님을 섬긴 유일신론자였다는 아펜젤러의 <죠션크리스도인회보>(1897)나 언더우드의 <그리스도신문>(1897)도 이단이고, 공자가 성취국에 들어간 위인이라고 한 길선주도 이단이 되고, <파혹진선론>(1897)에서 양심대로 선하게 산 조상들이 지옥에 가지 않고 천국에 갔을 것이라고 한 초기 감리회 지도자 노병선도 이단이 되고, 절에 가서 아이를 낳은 장로회 선교사들이나, 여름에 절에 가서 수양을 한 성공회 선교사들도 이단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이단 정죄 행위의 주요 근거로 제시되는 설교에 관해서는 텍스트 만큼 맥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교는 영원한 말씀을 현재 상황에 맞게 성육신화한 것이다"라며 "법당에 가면 법당의 용어로, 이방인에게 가면 이방인의 용어로 설교하는 것이 마땅한 원리이다. S교수 설교로 다시 교단에서 트집을 잡는 모양이다. 과유불급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다. Different is not wrong. 교단이 개혁되려면 다른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며 "성육신의 원리, 선교의 원리, 바울의 원리에 따라 법당에서 설교를 한 S목사를 그만 괴롭히라. 신학교와 교단은 종교 간 화해를 위해 힘쓴 S교수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 망정, 교수직 회복에 어깃장을 놓지 말아야 할 것"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