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 전·현직 교수 성폭력 사건이 예기치 못한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퇴임을 앞둔 연규홍 총장 쪽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 총장 임기는 오는 8월 말이다. 그런데 연 총장은 지난 1일 수원지방법원에 박상규 한신대 이사장을 상대로 총장선임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신임 강성영 총장을 선임한 지난 5월 31일자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하고, 박상규 이사장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에 신임 강성영 총장 인준안을 내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 뼈대다.
연 총장은 9일 한신대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려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연 총장은 입장문에서 "기장 총회 추천이 없는 상태에서 신임이사 2명을 이사회가 선임 의결해 이사와 감사는 총회의 추천을 받도록 한 한신대 정관 17조를 위반했고, 선출하자가 있는 이사들이 참여한 총장 선출은 선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하자 있는 이사들을 보완 없이 교육부에 승인을 요청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장선출 투표권이 있는 이사가 선거에 즈음해 성희롱·성추행 대화를 녹취해, 후보자인 자신이 성희롱 은폐, 2차 가해를 한 것처럼 하여 언론 등에 알려 선거를 혼탁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연 총장의 가처분 제기에 대해 ‘기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위원회'(기장성폭력대책위)와 한신대 총학생회는 강력 반발했다.
먼저 한신대 총학생회는 10일 자 성명에서 "연 총장이 가처분 신청 요지에 마치 자신이 억울하게 2차 가해자로 몰린 듯 말하고 있다. 본인의 억울함을 토로하기 이전에 성희롱·성폭력이 발행한 학교 총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규정대로 성희롱·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해 조사에 협조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한신대 성희롱·성폭력 사건에서 총학생회와 기장성폭력대책위는 연 총장이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여왔다.
기장성폭력대책위는 지난 달 3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교 총책임자인 연규홍 총장은 사건 발생 시기부터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피해경험자와 관련된 파일을 유포해 2차 가해를 저질렀고 피신고인들이 적법한 과정에 따른 조사를 받도록 조치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저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 총장은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기 보다 선긋기에 나선 양상이다. 이에 대해 기장성폭력대책위는 15일 성명을 내고 "한신대학교 교원이라면 2차 피해가 있는지 혹은 확산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피해자와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대응해야 한다"며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사건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선거 결과와 연관지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거듭 규탄했다.
연 총장이 낸 가처분에 대해 수원지법 제31일 민사부는 오는 21일 오후 심리를 연다. 법원 판단에 따라 후임 총장 거취는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한신대 전현직 교수 성희롱·성폭력 사건과 관련, 가해자 B교수가 속한 서울북노회는 지난 9일 임시노회를 열어 가해교수를 기소하고 정치부·공천위원회에서 재판국원을 공천해 재판국을 꾸리기로 했다. 이어 오는 27일 다시 임시노회를 열어 기소와 재판국 구성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