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기독교사회윤리학자이며 뉴욕시 유니온 신학대학원의 명예총장, 도날드 슈라이버 박사 (The Rev. Dr. Donald W. Shriver Jr.)가 지난 7월 28일, 94세를 일기로 소천하셨다. 1975년부터 1991년까지 유니온 신학대학원의 총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가장 어려운 시기에 유니온을 살려 내고 새로운 신학대학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슈라이버 명예총장의 한국 제자들과 유니온 동료 교수들의 한결같은 찬사이다.
1927년 미국 남부 버지니아주 미 해군 군항 도시 노포크(Norfolk, Virginia) 태생인 슈라이버 박사는 철저하게 흑인 인종차별주의자 백인 아버지 집안에 태어났고 성장했다. 유니온 신학대학원의 저명한 흑인 교수 코넬 웨스트 (Cornell West) 박사는 "슈라이버 총장이야 말로 20세기 후반, 가장 선지자적 신학대학 총장이었다."면서 "그의 흑인 동기들이 인종차별과 혐오의 괴롭힘을 받는 것을 보고 얼마나 괴로워 했는지 몰랐지만, 일단 사랑하지만, 백인 우월주의로 흑인을 무턱대고 차별하고 괴롭히는 백인 가정에서 나와서부터는, 자기 집안에 대해서 비판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고 증언하였다.
슈라이버 총장은 1951년 미국 남부의 백인 기독교대학인 데이비드슨 (Davidson)대학을 졸업한 후, 곧이어, 역시 남부 리치먼드 (Richmond)의 유니온 신학대학원 (미국 남 장로교)에 진학하여 1955년 신학사 (BD), 지금의 신학석사 (M.Div)학위로 졸업하였고, 1959년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의 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였다.
1960년대 초 신학자 마틴 루터 킹(Dr. Martin Luther King Jr.) 목사가 흑인 해방 운동을 시작할 때 쓴, "버밍햄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Letter from Birmingham Jail)"에서 백인 목사들의 흑인해방운동에의 참여를 호소하는 글에 대한 답변으로, 슈라이버 박사는 [침묵하지 않는 남부: 인종주의 위기의 예언자적 선포 (The Unsilent South: Prophetic Preaching in Racial Crisis)]제하의 첫 번째 저서를 출간하였다. 이 책은 미국 남부 지방의 장로교 목회자들의 백인 우월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19개의 설교들을 수집하여 편집한 책이다. 슈라이버 박사가 학위를 받자마자 취임한 North Carolina 주립대학교의 교목실장으로 Selma 흑인해방 시위 행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교회 장로들이 해직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일도 있었다. 슈라이버 박사는 백인 우월주의, 인종차별주의 아버지에 반항하고 인종차별주의 장로교 지도자들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흑인 해방운동가 목회자, 사회적 불의에 맞서 싸운 기독교 사회윤리학자로, 신학자로 유명해 지면서, 1975년 48세의 젊은 나이로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원의 총장으로 추대되었다. 당시 미국의 신학계와 교계에서는 유니온이 당면한 재정난 속에서 학교 유지와 존속까지도 염려할 정도였으니, 위기를 극복하고, 1980년대에 들어 와서는 저명한 여성신학자들과 흑인 신학자들을 교수로 영입하면서, 다양한 세계적 교수진과 진보적이며 개혁적인 정치신학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신학교육의 중심으로 발전시켰다.
슈라이버 박사는 유니온의 선배 스승인 기독교사회윤리학의 거인, 라인홀드 니이부어 (Reinhold Niebuhr)의 정치 윤리를 이어 받아, 미국 학계와 정치계의 뛰어난 크리스챤 지성으로 미국 교회와 학계의 존경을 받아 왔다. 1979년 미국기독교 윤리학회 (The Society for Christian Ethics) 회장으로 취임 활동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1988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부의 "외교관계위원회 (Th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중요 위원으로 활약하여왔다.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의 신학교육위원회 (PTE: Program for Theological Education) 자문 위원으로 초빙되어, 세계 각국의 신학교육에 종사하는 유니온 동창들과 교류하며 신학교육의 지혜와 경륜을 공유하는 지도자의 역할을 감당하였다. 1980년대부터 전개한 한국 NCC의 평화 통일 운동의 일환으로 미국 NCC와의 연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게 되면서, 슈라이버 박사는 그 바쁜 일정에도 1885년 겨울, 하와이 섬에서 개최한 "한반도 평화 통일운동의 신학"이란 주제의 한미 교회협의회에 자문위원으로 동참하기도 하였다.
그는 유니온의 한국 학생들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되면서, 1970년대 한국 기독교의 에큐메니칼 운동가들의 유신 군부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1979년 새해 벽두에 슈라이버 총장은 부인 페기(Peggy)와 아들, 티모시 (Tinothy)와 함께 김포 공항에 도착해 중앙정보부 요원의 "환영"과 감시를 받으며 내한하였다. 당시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이던, 유니온 신학대학원 BD (M.Div) 1966 졸업생인 서광선 교수의 영접을 받고 입국하여 유신정권의 긴급조치하의 한국 기독교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인 유니온 동창들과 모임을 가지고 한국의 정치 상황과 교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신학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격려하며 미국 교회와 집단지성의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1979년 슈라이버 박사가 방한한 해 10월, 박정희 정권이 청와대 근처 궁정동 대통령 암살 사건과 함께 물러간 자리에,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 정권이 광주 학살과 계엄령과 함께 쳐들어 서면서, 한국 대학생들의 유신정권 반대운동을 지지하고 참여한 기독자 교수들을 전국 대학 캠퍼스에서 추방하였을 때,
미국의 지성계는 한국의 해직교수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격려하면서 한국의 신군부를 지지하는 미국정부와 한국 신군부 정권에 직,간접으로 압력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물론 유니온의 슈라이버 총장의 한국 사랑과 관심이 작동하였다. 유니온 총장으로 할 수 있는 일로, 먼저 이화여대의 기독교 윤리학자, 현영학 (유니온 1950년대 졸업생) 교수를 한국 신학자로는 처음으로 유니온의 석좌초빙교수로 임명하였다. 전두환 정권은 해직교수의 한사람인 현영학 교수의 여권을 거부하여 출국하지 못하게 되자, 슈라이버 총장은 유니온의 교수회를 소집할 때마다, 빈 의자를 총장 좌석 옆에 놓고, 현영학 초빙교수의 자리라고 하고, 한국의 해직교수들과 현영학 교수를 위해 기도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그리고 1983년에는 슈라이버 총장의 제안으로 이화여대의 김옥길 총장에게 유니온의 명예박사학위에 버금가는 "유니온 메달"을 수여하였다. "유니온 메달"은 유니온이 전통적으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지 않는 교칙에 준하여 세계 각국의 저명인사에게 부여하는 명예 메달이다.
슈라이버 박사의 기독교정치윤리학의 정수인 그의 저서 [An Ethic for Enemies: Forgiveness in Politics], Oxford University Press, 1995. 는 이화여대 서광선 교수와, 슈라이버 박사의 한국 제자였던 장윤재 현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이며 대학교회 담임목사의 공동 번역으로 [적을 위한 윤리] (이화여대 출판부) 출간되었다.
슈라이버 박사의 유가족으로는 시인이며 미국 NCC의 부총무로 활약한 Peggy와 미국의 저명한 현역 작가로 활약중인 딸, Lionel이 있고, 건축가 아들 Timothy가 있다. 슈라이버 박사의 장례 행사는 올해 9월 중순 경으로 준비중이라고 한다.(미국 뉴욕의 John Delfs, MD, 및 이화여대 서광선 명예교수 제공)
문의) Dr. John Delfs <John@goodwolf.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