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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칼럼] 21세기 카인의 후예들의 변명: 우리가 그 여인과 영아를 지키는 자입니까?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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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불편한 진실의 기사를 되새기는 괴로움

2021년 8월 23일 오후, 기상청이 예보한 것처럼 남해에서 다가오는 태풍의 영향으로 하늘은 구름에 가리어 침침하고, 창밖은 빗방울이 간간이 뿌리던 오후 3시경 이었다. 일기예보 상황과 중요뉴스를 잠시 알아보려고 핸드폰 뉴스를 검색하던 중, 나는 아연실색 심장이 멈추는 듯한 고통과 함께 신음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너무 놀랍고 두려운 기사를 읽은 것이다. 그 기사는 너무나 엽기적이고 국민정서에 해롭다고 여겨서인지 두어 시간 후엔 지워졌고, 다음날 아침 신문을 찬찬히 뒤져보아도 기사거리로 취급되지 않았다. 기사로서 가치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옛날 카인이 첫 살인을 한 후에 두렵고 겁이 나서 그 동생 시신을 땅에 묻어버린 것 같이, 우리사회의 집단적 무의식 행위인지는 알 수 없다.

기사 내용인 즉은 이렇다. 대한민국 사람 사는 동네, 아마 어느 도시 아파트단지인 듯한데, 어느 날 음식잔반 수거함 통에서 고양이 새끼가 우는듯 한 소리가 계속 들렸다. 주민들의 신고를 듣고 아파트 경비원이 열쇄가 잠긴 음식쓰레기 뚜껑을 열고 보니 놀랍게도 탯줄도 끊기지 않은 영아 하나가 핏덩이로서 울고 있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영아는 이미 패혈증 증상을 나타내 보이며 생존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단지 내 설치된 CCTV를 자세히 검색하여 경찰수사팀은 영아를 버린 여인을 찾아냈고 검거 수감시켰다. 사회적 기사보도는 거기에서 끝났다. 그 동내가 어디인지, 그 여인이 미혼모인지, 정신이상을 앓는 정신병 환지인지도 알려주는 바가 없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자신도 같은 인간으로서 부끄럽고 물론 유쾌하지도 읺은 이 기사를 다시 꺼내서 거론하고 싶지 않는 맘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밤새도록 언급한 우리사회의 '불편한 진실' 기사거리가 내 영혼을 울리고 양심을 괴롭혔다. 갓 태어난 어린 영아 유기사건이 한두 번도 아니고, 지난 과거에도 더러 있었지만 이번엔 뭔가 좀 다른 점이 있다.

그 놀라운 기사가 우리 맘을 두드리는 세가지 이유

우선 그 놀라운 기사를 읽고 난후 필지가 느낀 감점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같은 인간탈을 쓰고 살아가는 내 자신이 같은 인간으로서 한없이 부끄럽다는 자괴감이었다. 어찌 사람으로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이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웠다. 둘째는,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영아를 탯줄도 끊을 생각 없이 허겁지겁 그대로 음식잔반통에 넣은 그 여인이 느꼈을 두렵고 무섭고 고통스러운 감정이 얼마나 컸으랴 생각하니 그 여인과 함께 울고 싶었다. 그 여성의 비인간적 냉혹한 행동에 대한 분노 못지않게 함께 껴안아 울고 싶고 찢겨진 가슴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싶었다. 셋째, 그 반인간적 행위는 행위자 개인의 엄중한 책임이면서 동시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4800만 우리사회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책임을 나누어 짊어져야하는 공동죄책감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방치한 이 땅의 정치, 종교, 문화, 경제는 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 나는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와 더욱이 목사로서 죄책감이 마음속에 밀려옴을 숨길 수 없었다.

성경에서 들려오는 하늘 소리

그러자 문득 성경에서 두 곳이 생각났다. 첫 구절은 창세기 4장 9절이다. 하나님께서 가인에게 물으신다.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가인이 항변하듯이 대답한다: "내가 알지 못합니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인가요?". 성경에서 생각나는 둘째 구절은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돌로쳐 죽이려는 군중을 둗러보시고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과 함께 특히 여인에게 한 부드럽고도 단호하게 하신 말씀 "여인아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8:11) 는 격려말씀이 생각난다.

작금 한국사회는 겉으로는 발달한 것 같지만 인간적 공동사회로 말하면 극단의 이기주의, 물질주의, '만인이 만인에 대한 적'처럼 여기는 개인주의가 극도로 팽배해있다. 하늘이 품수해준 인간의 본연지성(本然之性) 곧 '하나님의 형상'을 모두 잃었다. 모두 고등동물이 되고 실증적 기계론의 기계부품이 되었다. 한 여인이 이유야 어떻든지 자기가 낳은 생명체를 탯줄을 달린 채 음식쓰레기 통에 던져 넣는 비정한 일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언론도 그 일이 인간 모두의 부끄러운 일 인줄 알기에, 무엇인지 공동책임인줄 느끼기 때문에 해당기사를 땅에 묻듯이 재빨리 삭제해 버렸다. 땅에 묻는 행위는, 감추고 싶은 맘, 잊고 싶은 맘, 남들이 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맘의 발로이다.

여성으로서, 모성으로서, 아니 사람으로서 어찌 그런 비인간적 매정한 짓을 할수 있느냐고 그 여성에게 집단적 분노의 돌을 던지는 것이 우리들의 능사일까? 물론 응분의 책임을 법정에서 언도할 것이다. 그러나 법정에서 법관이 하는 일은 법관에게 맡기고, 동시대를 살아가가는 같은 동류의 인간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두려움과 무서움과 양심가책으로 우는 무력한 한 여인과 함께 울어주고 위로해주고 힘내라고 격려해주는 일이 아닐까? 한발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서, 어찌하다가 아기를 잉태하게 되고 낳은 후, 당황하고 무서워하는 불행한 여성들의 고통을 감싸고 감당해주는 사회복지시설의 확충에 더 많은 마음을 써야하지 않을까? 이글을 쓰다 보니 창밖은 먹구름이 사라져가고 빗방울도 멈추고 하늘도 밝아온다. 우리사회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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