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가 여성 사제 서품 20주년을 맞았다. 이에 발맞춰 서울 정동 주교좌대성당(주임사제 주낙현 요셉신부)에선 4일 오후 여성 사제 서품 20주년 기념 ‘우리들의 사제' 성찬례가 열렸다.
대한성공회는 2001년 부산교구 민병옥 카타리나 사제 서품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20년 동안 24명의 여성 사제를 배출했다. 현재 서울, 대전, 부산 등 3개 교구에서 12명의 여성 사제가 사목 활동 중이다.
여성 사제 서품이 이뤄지기까지 순탄치 않았다. 성공회 공동체 안에서 여성 사제 서품이 처음 논의된 시점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서울교구 여성부가 서울교구에 ‘여성성직위원회' 결성을 요구했고 이에 1991년 주교자문기구로 위원회가 설치됐다.
1994년 박미현 전도사가 부제성직 고시에 응시해 여성으로선 처음 합격 판정을 받았고 1997년엔 유명희 테레사 전도사가 부제성직고시 응시 8년 만에 합격 판정을 받았다. 1998년엔 여성성직 실현을 위한 1천 명 서명운동이 일었고, 마침내 2001년 첫 여성사제 서품이 이뤄졌다.
이에 20주년 기념 성찬례 설교를 맡은 광명교회 관할사제 민숙희 마가렛 신부는 "여성사제가 생겨났다는 것은 이미 만들어져 있던 견고한 울타리를 뛰어 넘을 것이라는 선포이며 세상이 만든 울타리, 관습적인 교회가 말하는 경계를 넘어서라는 주님의 부르심"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착한목자이신 주님의 부르심을 따른다. 하느님을 찾는 양들을 찾고 만나서 함께 연대하고 어우러져 마침내 한 떼가 되어 하느님의 나라를 확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일본 도쿄 교구 첫 여성사제인 사사모리 타즈 신부, 다이엔 브룩스 미국 LA교구 부주교, 영국 첫 여성 성공회 주교인 리비 레인 등 세계 성공회 공동체도 대한성공회 여성 사제 서품 20주년을 축하했다.
사사모리 신부는 "여성 사제의 역사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아픔과 역경의 역사였다"며 "그런데도 사회에서 연약한 이들과 연대를 잊지 않았고 사회와 교회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