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셸비 스퐁 신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90세. 리치몬드 소재 세인트 폴 성공회는 이날 "우리가 스퐁 신부.의 사망을 발표하게 된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존 셸비 스퐁 신부는 일요일 아침에 잠을 자다 우리 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스퐁 신부는 1931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근본주의 교회에 다녔다. 그의 아버지가 스퐁 신부가 12세였을 때 사망한 후, 그는 성공회 신부 로버트 크랜달(Robert Crandall)을 멘토 삼아 그의 영향으로 버지니아 신학교에 다녔으며 1955년에 졸업했다. 그는 Newark의 수장이 될 때까지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의 성공회 교회를 섬겼다.
존 셸비 스퐁 신부 부음 소식을 접한 오강남 캐나다 라지아나대학 명예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퐁 신부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며 그를 추모했다. 오 교수는 "미국 성공회(Episcopal Church)의 주교였지만 주교로서 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강연, 강의도 열심히 하셨다"며 "은퇴하고 하버드 신학대학에 가서 1년간 강의하기도 하고 그 외에 뉴욕의 유니온 신학대학원, 예일 신학대학, 에딘버러, 옥스퍼드, 캐임브리지 등에 가서도 새로운 기독교를 설파했다"고 전했다.
스퐁 신부가 생전 특히 경계한 문자주의 신앙에 대해서도 재차 확인했다. 오 교수는 "문자주의를 고집하는 것을 근본주의(Fundamentalism)라고 하는데 그가(스퐁 신부가) 쓴 책 중에 많이 알려진 책으로 Rescuing the Bible from Fundamentalism: A Bishop Rethinks the Meaning of Scripture, 1991)(근본주의로부터 성경 구해내기: 어느 주교가 성경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또 많이 알려진 책으로는 Why Christianity Must Change or Die, 1999)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와 A New Christianity for a New World(새로운 세상을 위한 새로운 기독교, 2002)인데 여기서 그는 분명하게 유신론의 종언(Demise of Theism)을 고하고 있다. 그가 고쳐야 한다고 하는 12개 조항은 신론, 기독론, 창조론, 동정녀 탄생, 기적 이야기, 십자가 대속론, 부활, 승천, 사후 상벌론 등등이다"라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또 "2013년에 나온 The Fourth Gospel: Tales of a Jewish Mystic(제4복음서: 어느 유대인 신비가의 이야기)(한국어 번역, 변영권: 아름다운 합일의 길 요한복음)는 요한복음 해설서로서 요한복음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신과 인간의 합일을 강조하는 신비주의라는 것이다"라며 "여러 시기에 걸쳐 여러 저자가 쓴 요한복음에 나오는 니고데모니 나사로니 하는 인물이나 기적 같은 사건이나 기타 이야기들은 모두 가상적인 것으로 오로지 "나와 아버지는 하나"라는 신비주의를 강조하기 위한 배경설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6에 나온 Biblical Literalism: A Gentile Heresy (성경 문자주의: 이방인의 이단설)(이것도 변영권 목사 번역: 유대인 예배력에 따른 예수의 의미 마태복음)도 마태복음 해설서로서 마태복음은 유대인을 위해 쓰여진 책으로서 유대인의 눈으로 보면 명백한 메시지를 초대 교회 이후 유대인들이 사라지고 이방인들이 들어오면서 마태복음을 문자적으로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유대인들이라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할 때 당연히 훌륭한 사람 정도로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희랍 사람들은 그것을 형이상학적으로 받아들여 신과 그 아들이 동질이냐 아니냐 하는 것 등을 따지는데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기독교는 지난 2000년 동안 대속설 같은 엉뚱한 교리를 붙들고 살아왔다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오 교수는 "2018에 나온 Unbelievable: Why Neither Ancient Creeds Nor the Reformation Can Produce a Living Faith Today (믿을 수 없는 것: 왜 고대 신조나 종교개혁이 오늘 산 믿음이 생기게 할 수 없는가)하는 책은 기독교에서 옛 신조를 반대하여 루터가 16세기 초 종교개혁을 일으키고, 종교개혁이 있은 후 200년이 지나 인간의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아직도 그 때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해서는 믿음이 생길 수가 없기에 다시 근원적(radical) 개혁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그러면서 "이 책 서문에 보면 이 책이 정말로 마지막 책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책이 완성될 즈음인 2016년 9월 10일 아침에 갑자기 쓰러졌다. 뇌졸중(stroke)이었다. 뇌졸중 이후 꼭 5년만에 돌아가신 것이다"라며 "스퐁 신부는 술술 읽히는 문장과 차근차근 따라가기 쉽게 풀어주는 명쾌한 내용의 저작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시대 기독교 신앙의 의미를 되찾게 하는데 크게 도움을 준 분으로 기독교 역사에 기록될 분이라 여겨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