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신학연구소 2021 가을 2차 정기세미나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세미나실에서 '한국교회와 목회자의 권위 문제'라는 주제로 열린 가운데 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의 발표 그리고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정일웅 전 총신대 총장, 강석찬 전 초동교회 담임목사의 토론이 있었다.
이날 특히 토론에서는 목회자의 권위 문제와 관련해 목회자라는 성직 우월주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목회자가 하나님의 종이라는 의식을 가지는 것은 문제될 게 없지만 그것이 성직 우월주의로 둔갑해 다른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폄훼하는 것은 직업소명설을 주장하는 종교개혁 전통을 놓고 볼 때 자기 모순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일웅 전 총장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교계 연합기관이 수차례 나서 정부 측과 대화의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며 "결렬된 주요 이유가 합의서에 목회자를 노동자로 기술한 부분에 대해 대표 목사들이 목회자는 노동자가 아니라며 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직은 세속적인 노동자라는 카데고리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경재 교수는 "모든 직업에는 소명이 있다"며 "목회자도 다를 것이 없다. 목회적 노동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성직 우월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박명수 교수는 발제에서 목회자의 권위가 바닥을 치게 된 것에 대해 "현재 한국사회는 민주적인 리더십을 원하고, 그런 권위를 요구한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여기에 합당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한국교회 초기 목사들의 리더십은 민주적이었다. 그는 "한국 기독교는 선교사들로부터 복음과 더불어 민주주의 제도를 배웠다"며 "교회는 목사, 장로, 집사, 그리고 평신도로 구성되며 그 운영은 여기에 합당한 각종 회의를 통해서 운영되는 것이다. 목사는 선교사들로부터 이런 민주적인 리더십을 배웠다"고 했다.
박 교수는 "해방되었을 때 한국 기독교는 대한민국을 민주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유일한 종교단체였다"며 "한국교회 목사들은 서구 기독교를 받아들여 한국에 새로운 시민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하지만 해방 이후 한국교회가 월남 기독교인들에 의해 재구성되면서 목사들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 기독교인의 3분의 2를 차지하던 북한 기독교인들이 갑자기 월남했을 때, 이들이 세운 교회는 단지 교회가 아니라 삶 전체의 중심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목사는 보다 절대적인 권한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이 "60~70년대를 지나 대도시에 대형교회가 등장하면서 더욱 강화됐다"고 한 박 교수는 "시골 공동체처럼 기존의 권위가 부재한 산업도시에서 신자들에게 교회는 다른 어떤 곳보다 더 강력한 공동체였고, 이런 상황에서 목사들은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하게 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대형교회는 교회로 하여금 독자적으로 교육, 인쇄, 방송, 사회복지를 하게 만들었고, 이런 상황에서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대형교회 목사들이 나오게 됐다"며 "한국교회의 이런 현상이 이전에 선교사들에게서 배운 민주적인 권위를 박차고, 다시금 과거와 같은 전통적인 권위로 돌아가도록 만들지 않았는가 생각된다"고 했다.
또 박 교수는 "한국교회에서 목사는, 과거 권위주의적인 목사 시대를 비판하면서 다른 측면에서 목회자를 무력화시켜 하나의 기능인으로 만드는 위험에 진입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현상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박 교수는 그 대안으로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목사의 권위는 성령론적인 기초를 가져야 한다 △개신교 목사는 개신교의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개신교 목사는 민주사회의 리더십을 배워야 하고, 이것을 교회에 적용시켜야 한다 △한국 개신교는 목사의 리더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 △목사와 평신도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한국교회 목사는 세 가지 특성을 가져야 한다"며 "첫째는 개신교의 원칙이다. 만인사제직에 입각해 평신도의 위치를 인정하는 가운데 목사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둘째는 민주주의 원칙이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에 기초해, 권력의 집중화를 견재해 다수의 의사를 존중하는 제도다. 목사는 신자 개개인의 신앙을 돕기 위해 존재하며, 목사의 행동도 때로는 견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성령론적인 강조다. 교회는 종교공동체다. 따라서 하나님의 뜻과 그의 역사가 이곳을 통해서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며 "제도나 학벌로 권위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역사로 신자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목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