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가 17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좋은나무'에 기도한 글 '위드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이 딜레마와 과제'에서 온라인 예배로 인해 교인들에게 양극화 현상이 일어났다고 진단하며 교인들의 변화에 발맞추어 교회가 실천적으로 발빠른 대응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돈 교수는 "정부의 위드코로나 정책 덕분에 교회가 활기를 찾고 있다. 예배에 사람들이 찾아오니 그동안 썰렁했던 교회에 온기가 느껴지고, 예배는 힘이 생겼다. 심지어 예배 전에 사람들을 맞이하는 목소리가 달라졌다. 옥타브가 하나 이상 올라갔다. 반가운 얼굴을 보는 기쁨, 함께 예배를 드린다는 만족감의 표현일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이내 그는 "그런데 한 구석에서는 불안함이 밀려온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이러다 교회발 집단 감염 소식을 다시 듣게 되는 것은 아닌가? 아마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마치 식당에 가서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경기가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 흐뭇해하다가도,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두려움을 느끼듯이 말이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특히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뉴노멀에 맞갖은 교회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먼저 코로나 이후 새로운 삶의 환경으로 인해 신앙과 교회 생활도 새롭게 경험한 교인들을 마주하는 교회가 "달라진 사람들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적어도 "2년 전까지 우리가 생각해 온 교회상의 어떤 부분은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며 "개인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온라인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교인들에게 생긴 양극화 현상에 주목했다. 조 교수는 "교회를 직접 가지 못하니 점점 게을러져서 예배를 빠지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예배에 임할 때 자신을 다잡을 생각으로 복장도 갖추고, 현장 예배의 순서에 따라 일어서기도 하고, 목소리를 높여서 찬송도 따라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긴장이 점점 풀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는 "일부에서는 오히려 온라인 예배 때문에 예배 시간이 더 좋아졌다는 이들도 있다. 평소에 장로들이 기도 시간에 정치적인 발언을 많이 해서 시험에 들었는데, 그 부분을 뛰어넘고 방송을 들었더니 더 좋았다는 말이었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 대략 50대 이하의 사람들은 교회에 가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교회 문제나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 차이로 교회에서 시험에 들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니 그런 일들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어떤 이들은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콘텐츠가 많아져서 좋다고 한다. 유튜브로 모든 교회의 예배와 설교가 제공되고, 여러 세미나가 모두 공짜로 제공된다. 평소 같으면 남의 교회, 남의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겠지만 지금은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없고, 비용 부담도 없으니 아주 좋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한 교인들이 이제 교회로 나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시기를 통과하며 신앙과 멀어졌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더욱 신앙이 두터워졌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다양한 설교와 공부로 더욱 풍부한 세계를 경험하고 나타날 것이다"라며 "이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한 공동체를 만들어 갈지를 고민해 볼 때이다"라고 전했다.
또 조 교수는 코로나 이후 교인들의 숫자 감소를 전망하메 그에 걸맞는 규모로 교회가 예산이나 재정지출 면에 있어서 다운사이징에 적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짐 월리스는 '예산은 도덕적 문서'라고 했다. 재정이 지출되는 모습을 보면, 그 나라의, 그 단체의 도덕성이 드러난다는 의미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는, 그렇게 도덕적 가치를 드러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학적 가치, 신앙적 가치, 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조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대 그동안 생존에만 여념 없었던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지역 단위, 구 단위, 사회 단위로 교회들 간에 서로 연합해 전방위적으로 사회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것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