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태우 국가장 영결식 기도로 사퇴 압박을 받았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가 연임에 성공했다.
NCCK는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구세군 영등포교회에서 열린 제70회 정기 총회에서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 유효투표 127표 중 찬성 96표, 반대 31표로 이 총무를 재신임했다.
앞서 이 총무는 지난 4일 사과문을 내면서 자신의 거취를 NCCK 총회에 일임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새 계명의 길을 걸으라'였으나, 관심은 이 총무 거취에 쏠렸다.
2030에큐메니컬 활동가들은 총회 현장에 나와 이 총무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총회 직전인 19일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전국목정평)도 성명을 내고 "이홍정 총무의 역사의식의 빈곤으로 NCCK의 역사와 전통에 큰 오점을 남겼을 뿐 아니라, 결정과 수습 과정 전반에서 비민주적인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 홍무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총회 총무보고에 앞서 "5.18 광주의 마음을 중심에 새기고 최우선 순위에 두고 결정하지 못한 잘못을 발견했다. 지난 사과문을 통해 진정어린 마음을 전했지만 다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도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5.18 당시 구속자라고 소개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박상규 목사는 "가장 아프고 고난 받는자와 함께 하는 걸 정체성으로 삼아온 NCCK와 실무자가 내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 노태우 국가장) 참석했다가 객관적 성찰해보니 잘못한 것 같더라고 말씀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과는 피해자에게 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5.18 논란을 일으킨 대선 후보가 광주를 찾아 사과했는데 총무 역시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했다. 앞서 총회에 거취를 맡기겠다고 했으니 책임지라"고 날을 세웠다.
2030 에큐메니칼 활동가도 목소리를 냈다. 활동가 대표로 나선 이은재 씨(기감) "이 총무는 용서를 입에 담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5.18 유가족을 거론하며 용서를 종용하는 기도를 했다. 518 희생자들과 노태우 정권의 피해자들에게는 큰 잘못이었고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의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오점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5.18 광주와 에큐메니컬 운동 역사의 엄중함 앞에 총무직에서 물러나는 것밖에는 책임질 수 있는 길은 없다"며 거듭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현장 투표를 통해 가까스로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 임기 만료인 이 총무는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다. NCCK는 지난 9월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69회기 임시실행위원회를 열어 이 총무를 차기 총무후보로 내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