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교회 성도 자격을 두고 한 바탕 곤욕을 치렀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2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한 발언을 언론이 문제 삼으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기도회에서 "작년에 돌아가셨지만 저희 어머니도 권사님이었고, 아내도 어릴 적부터 교회 반주한 독실한 성도여서 저도 분당우리교회에서 열심히 주님을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우리교회는 이찬수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로 잘 알려진 교회다.
JTBC는 9일 <이재명 "독실한 성도"..교회 "안나온지 10년, 제적 상태">란 제하의 리포트에서 "일각에선 이 후보가 해당 교회에 출석하는 신도가 아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벌써 이재명 지사가 분당우리교회 장로다, 이런 걸 가지고 공격한다. 이분은 교회 출석을 안 하신 지가 10년 가까이 된다"는 이찬수 목사의 지난 5월 발언을 인용하며, 이 후보가 "조찬기도회에서 해당 교회 신자라고 또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분당우리교회 측도 JTBC에 "집사는 맞지만 정식 집사는 아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후보가 거짓말을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논조다.
이러자 유투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즉각 고소고발에 나섰다. 가세연은 9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특정 교회에 출석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소속 신자'인 것처럼 말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이 후보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한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분당우리교회 측은 10일 별도의 입장문을 냈다.
분당우리교회는 입장문에서 "이재명 성도는 우리교회에 등록을 하였으며, 현재 제적되어 있는 상태"라고 밝히면서도 ‘제적'에 대해선 "저희 교회에서 ‘제적' 되었다는 것은 성도님이 ‘분당우리교회 교인으로서 정기적인 신앙 활동 확인'이 어렵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교회 측은 이어 "성도의 사정에 따라 정기적인 교회 출석이 어려워 교회에서 ‘제적 성도'로 등재할 때, 그 사실을 본인에게 통보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측도 이날 낸 입장문에서 "지난 2005년 분당우리교회에 등록해 성실히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약 10년 전인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후 시정업무 등으로 인해 순모임(소모임)인 다락방 모임에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는 분당우리교회 주말 예배에 비정기 출석했다. 예배장소가 여러 곳이고 일일이 출석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교회 특성상 이 후보의 교회 활동을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의 분당우리교회 성도 ‘자격'을 두고 벌어진 저간의 논란을 되짚어보면, 언론이 교회 성도의 자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온 해프닝이라는 판단이다.
교회에 나가야 예수를 따르는 제자인가?
개신교 신자라면 ‘섬기는' 교회가 있다. 다만, 이 후보가 분당우리교회에 정기적으로 나가지 않았음에도 계속 출석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은 유감이다.
그러나 이를 문제 삼은 JTBC의 보도가 정확한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JTBC 보도의 전반적 논조는 이 후보가 분당우리교회 성도가 아니라는 의혹이 있고, 이 의혹을 근거로 이 후보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지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은 나가지 않더라도 한때 어느 특정 교회에 다녔으면 해당 교회 신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건 한 번쯤이라도 교회를 다녀본 이들 사이에선 흔한 일이다.
또 되풀이하지만 개신교 교회 신도라면 ‘섬기는' 교회가 있다. 하지만 이제 교회의 경계는 허물어지는 추세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고백하면서도 기성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는 증가 추세다. 꼭 어느 특정 교회에 나가지 않더라도 그리스도인임을 고백할 수 있는 시대라는 말이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매주 ‘매타버스' 일정을 소화하면서 방문하는 지역의 교회를 찾아 예배에 출석한다.
다만, 분당우리교회의 ‘제적' 조치는 칭찬해주고 싶다. 분당우리교회는 10일자 입장문에서 "정기적으로 ‘제적 성도'를 정리하는 이유는 허수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적시했다.
특정 신도가 수년 전 교회를 떠났어도 세 부풀리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출석 교인으로 등록해 놓는 게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볼 때, 허수를 줄이려고 ‘제적'이란 제도를 마련한 분당우리교회의 조치는 칭찬받을 만 하다.
이재명 후보의 분당우리교회 성도 자격을 두고 벌어진 저간의 논란은 과했고, 개신교 교회의 관행과 최근 추세를 언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개신교는 역대 선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재명 후보의 성도 자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도 개신교가 갖는 정치적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특정 후보가 특정 종교를 갖고 있고, 특정 종교시설에 소속됐다는 게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개신교 교회는 누군가가 신도라거나, 교회와 인연이 깊다고 알려지면 ‘묻지마' 지지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것만 기억하자, 예수 그리스도께선 자신을 ‘주여, 주여' 따른다고 곧장 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 마태복음 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