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성탄절 전날인 24일 박근혜 씨를 특별 사면하기로 한 데 대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앞장서 온 그리스도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연대하는 그리스도인'(아래 그리스도인)은 27일 정오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박근혜 사면을 규탄하는 그리스도인 정오 기도회'를 가졌다.
기도회에 모인 그리스도인들은 문 대통령의 사면 조치를 강한 수위로 비판했다. 정오 기도회 설교를 맡은 방인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는 이번 사면을 "세월호 (참사)를 묻어버린 조치"라고 규정했다.
"우리 몸에서 가장 아픈 곳이 가장 중요한 곳인 것 처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세월호 참사였고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어찌 촛불 대통령이 촛불의 아우성을 꺼버리고 짓밟아 버리나?"고 박 목사는 외쳤다.
그러면서 "촛불 시민은 유약한 대통령을 뽑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촛불시민의 함성을 이용해 권력을 갖고 있었지만 유약한지, 어리석은지 박근혜 씨를 사면했다. 거짓 희망을 준 문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고 비판을 이어나갔다.
생명평화교회 최헌국 목사도 목소리를 냈다. 최 목사는 연대발언 도중 청와대를 향해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외치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최 목사는 "용서는 필요하지만 용서는 죄의 댓가를 치룬자에게 하는 것"이라면서 "진정한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은 박근혜 씨를 무슨 생각으로 사면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씨를 사면하면서 통합과 화합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최 목사는 "국민통합은 허울뿐인 것임을 왜 모르는가, 사면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지세력들은 곧장 분열책동을 일삼고 있다. 이를 보고 문 대통령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날 정오기도회엔 세월호 유가족인 최순화 씨(416생명안전공원 예배팀)가 참석해 증언했다.
최 씨는 "지금 문 대통령은 자신이 기르는 양을 두고 가난한 사람이 자식처럼 키우던 단 한 마리의 양을 빼앗아 손님을 대접한 못된 부자"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 천만의 국민이 촛불을 들어 만들어낸 박근혜 구속을 왜 대통령 한 사람이 뒤짚나? 박근혜 사면권한은 수천만 분의 일 밖에 갖고 있지 않으면서 왜 수천 만 촛불시민의 권한을 마음대로 남용하나?"며 사면 철회를 촉구했다.
시민단체의 규탄성명도 나왔다. ‘2022기독교대선행동'은 26일 발표한 성명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비롯해 국정농단으로 인한 사회·정치적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특별 사면은 다음과 같이 ‘촛불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잘못된 정치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기대선은 그러면서 각당 대선후보에게 대통령 사면권 제한을 공약으로 제시해 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