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기후행동의 행동 계획(초안, 박승옥)
2022년 1월 19일, 탑골공원
기후위기의 1차 책임은 대기업과 국가에 있습니다.
포스코, 남동발전, 현대제철, 쌍용양회 등 대기업과 공기업 100개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BMW 즉 버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를 타고 걷고 내복을 입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 국민 개개인의 에너지절약 실천을 강조하는 것이 자칫 기업과 국가의 책임을 희석시키거나 책임을 국민에게로 떠넘기는 교묘하고도 질나쁜 캠페인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 개개인의 세계관과 가치관, 삶의 방식을 근본에서부터 전환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기후 재앙을 극복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삶의 기준이 180도 달라져야 합니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넓고 더 높게 집을 짓고, 더 빠르게 이동하는 게 좋은 삶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인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좋았던 것이 이제부터는 나쁜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쁜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것입니다. 더 적게 쓰고,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더 느리게 가야 합니다.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좋은 삶에 대한 수많은 광고와 이데올로기, 법과 제도를 누가 만들고, 또 누가 널리 퍼뜨렸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삶, 우리가 물려주고 싶은 세상에 대해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특히 노년세대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새로운 세상은 결코 열리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기득권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세상이 계속될 것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청년과 어린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좋은 미래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주권자 시민이 행동하지 않으면 오만과 탐욕의 체제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거듭거듭 증명하고 있듯이 자연재해든 사건 사고든 가난하고 힘없고 외로운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입습니다. 기득권 세력은 변화를 원치 않습니다. 기득권 세력에겐 현재의 법과 제도가, 현 체제가 너무나 좋습니다. 현 체제가 지속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99%인 우리 흙수저들에겐 현 체제가 지옥과 같습니다. 설령 저들이 변화를 도모하더라도 그 변화는 저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힘없는 시민들이 나서야 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 청소년들과 힘없는 시민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 개개인은 힘이 없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아무리 종주먹을 쥐어도 메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이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뜻을 모아 서로 연결되면, 우리가 마음을 모아 거리로, 광장으로 나서면 세상이 흔들립니다. 체제가 흔들립니다.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기득권 세력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깨어난 시민들의 연대'입니다. 바츨라프 하벨이 말했듯이 '힘없는 자들의 힘'을 보여줄 때입니다. 힘없는 자들의 정의롭고 평화롭고 지속적인 '막강한 힘'을 보여줄 때입니다.
우리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결심했습니다.
2021년 9월 23일 <60+기후행동 선언문>에서 이미 밝혔듯이, 우리 시니어들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손주 세대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는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우리의 지나온 삶이 모두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근본에서부터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로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자원이 고갈되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돈의 논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누린 풍요와 편리가 미래세대의 몫을 빼앗아온 결과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반성과 성찰을 이제 기후 재앙을 막는 에너지로 삼고자 합니다.
기후위기와 무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기후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기후가 모든 것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방역 수칙에 모두가 동참해야 하는 것처럼 지구 온난화를 극복하는 일에도 내남이 없어야 합니다.
기후에는 보수 기후, 진보 기후가 따로 없습니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 국가, 세계가 더 멀리, 더 넓게, 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기존의 모든 차이와 경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결국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나가는 핵심 동력은 공감하고 연대하는 능력입니다. 이것이 '힘없는 자들의 힘'입니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꾸는 거의 유일한 힘입니다.
우리 60+기후행동은 '우리가 달라져야 세상이 달라진다', '모두를 위한 것은 모두가, 혼자를 위한 것은 혼자가'라는 모토를 공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행동하고자 합니다.
하나. 먼저 우리 노년의 인생부터 전환하겠습니다.
- 우리부터 이제까지와는 좀 다르게 남은 삶을 살겠습니다.
생각을 바꾸고 책도 제대로 다시 읽고, 벗들과 온오프로 서로 연락하고 담소하고 토론하면서 서로를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세상을 사통팔달 함께 누비면서 함께 행동하겠습니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나가면서 의미있고 화끈하게 세상을 더 새롭게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 소비를 줄이겠습니다.
덜 먹고 덜 쓰고 덜 버리겠습니다. 오래 쓰고 나눠 쓰겠습니다. 덜 타고 더 걷겠습니다.
- 접속을 줄이고 결속하겠습니다.
접속에서 결속으로. 온라인 접속을 줄이고 오프라인에서 결속하겠습니다. 자주 연락하고 더 자주 만나겠습니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뉴스, 정보, 지식 등을 무비판으로 수용하지 않겠습니다. 검색보다 사색을 더 하겠습니다.
- 다른 생각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나와 다른 이념,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것입니다. 청년은 물론 어린이가 하는 이야기도 경청하겠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 우리와 다른 세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기후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 지나온 삶을 기록하겠습니다.
자서전이나 구술 생애사를 쓰지 못한다면 비망록 형식으로라도 지나온 생을 돌아보면서 '삶의 의미'를 정리하고 가족, 지인들과 나누겠습니다. 자기 삶에서 의미를 찾아내야 자존감을 북돋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타인을 향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 '손편지'를 쓰겠습니다.
아날로그가 갖고 있는 소통과 공감력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멀리 떨어진 가족에게, 소식이 궁금한 선후배와 벗들에게, 대화가 턱없이 부족한 자녀와 손녀손주들에게 손편지를 통해 공감의 폭을 넓히겠습니다.
- '이웃'에서 출발하겠습니다.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웃을 민주주의의 산실로 생각하고 이웃과 소통하고 공동체의 기반을 다져나가겠습니다. '이웃 민주주의'가 새로운 삶과 세상을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이같은 '작은 전환 계획'을 실행에 옮기다 보면 '큰 그림'이 보이게 됩니다.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 온실가스 배출 현장을 찾아가 우리 의견을 전달하겠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신음하는 현장도 찾아갈 것입니다.
- 기후재난 현장을 찾아가겠습니다.
제주도 연근해 바다 속이 사막화되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점점 더 강해지는 냉해와 한파, 폭염과 가뭄, 폭우와 장마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기후산불은 이미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후폭염 아래 속절없이 쓰러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기후재난의 현장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 기업체,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 우리의 의견을 전하겠습니다.
기후위기 대처에 미온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는 기업체,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겠습니다. 수시로, 정기적으로 공적 영역을 감시하고 견제하겠습니다. 주권자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겠습니다
둘. <60+ 119기후행동대> 활동을 벌이겠습니다.
- 우리는 기후비상행동이 필요한 어떤 곳이든지 조용히 찾아가 <60+ 웅성웅성 기후행동>을 벌일 것입니다. 어슬렁어슬렁 걷기 운동도 하면서 산책시위도 벌일 것입니다.
- 우리는 <60+ 119 기후행동대> 119명을 전국에 걸쳐 모집해서 활동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우선 먼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을 즉각 중단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활동을 최선을 다해 해나갈 것입니다. 행동에 앞서 우리는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면서 온몸으로 직접 피해를 입고 있는 현장 노동자분들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다양한 사전 토론회와 간담회를 가질 것입니다.
- <60+ 119 기후행동대>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에게 좌초자산에 투자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편지와 이메일을 꾸준히 계속해서 보낼 것입니다. 석탄발전소에 투자한 국내 연기금이나 은행의 임원들에게는 손편지와 이메일을 보낼 뿐만 아니라 직접 찾아가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철회를 강력히 요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국제적인 이슈로 만들 것입니다.
- <60+ 119 기후행동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거나 짓고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의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에게 정중하게 전화로 공식 면담 신청을 할 것입니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하루 종일 할 것입니다. 직접 회사로도 찾아가 면담 신청을 할 것입니다. 법을 준수하면서 조용하고도 공손하게 비폭력과 평화의 방식으로 직접 집으로도 찾아가 면담을 호소할 것입니다.
- 두산중공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파괴와 범죄행위에 대해 회원들의 자발적인 1만원 소송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멸종저항의 젊은 청년들이 평화 시위를 벌였다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두산중공업에 대해서 회원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1만원 소송을 제기할 것입니다. 이것은 두산중공업이 최소한의 반성도 없이 얼마나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상징하는 소송이 될 것입니다.
- <60+ 119 기후행동대>는 상황에 따라 이보다 더 강력한 직접행동도 서슴없이 해나갈 것입니다.
셋. 국내외 다양한 개인과 단체, 기관과 연대하고 또 연대하겠습니다.
- 기후위기는 개인이나 단위 국가를 넘어서는 대응을 요구합니다, 기후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애쓰는 국내외 모든 시민들과 단체, 기관들과 손잡고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기후 위기는 '소비자'가 '주권자'로, '국민'이 '세계시민'으로, '인간'이 '인류'로 한단계 성숙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인류애'는 '생명애', '자연애', '지구애'와 다르지 않습니다.
넷. 비폭력 평화의 가치를 우선하겠습니다
- 60+기후행동은 비폭력 방식으로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고 강력할 것이지만 폭력을 수단으로 삼지 않습니다. '평화의 수단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며 끊임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행동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평화가 되어 기후 재앙 너머의 평화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 우리는 지금으로부터 103년 전 우리의 선열들이 맨주먹의 비폭력 평화시위를 통해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선언했던 역사적인 희망의 장소에서 감히 약속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전환하면서 기후위기 체제 전환이 이루어질 때까지 행동하고 또 행동하겠습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진보 보수를 가릴 것없이 남녀와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수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행동 책임을 스스로 지면서 끈질기고도 세상이 바뀔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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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기후행동은 열려 있습니다.
60+기후행동은 열려 있는 네트워크 조직입니다. 언제든 찾아주십시오. 종(種)이 다양할수록 그 생태계가 건강하듯이, 기후행동에도 더 많은 다른 생각이 모여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기후 앞에서 보수와 진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남과 여, 종교와 인종 등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기후위기 극복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전환하고, 후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고자 하는 인생 시니어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아 다시 외치고 싶습니다.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달라져야 세상이 달라집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