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와 한국YMCA전국연맹(사무총장 김경민)이 지난 3일 '무속 비선 정치가 주권재민의 공론의 장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주권재민의 민주적 가치 위에 서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를 형성해 가는 공론의 장은, 사주나 관상의 해석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며 "무속의 운명론적 세계관이 형성하는 심리적 강제력은,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해치고 공론의 장을 해체하거나 사유화한다. 미신과 무속에 기반을 둔 사교의 정치적 본성은, 세속 권력자들을 숙주로 삼아 국정을 농단하고 권력을 사유화함으로써, 결국 국민을 도탄에 빠지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대통령 후보와 관련한 무속정치의 논란에는 정치의 공공성 훼손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정계나 법계나 경제계의 권력층 사이에 만연된 무속정치 행위는, 국민의 마음에서 하늘의 뜻을 찾고 이를 실행하고자 하는 주권재민의 민주적 마음을 왜곡시킨다"고 강조했다.
또 "이 같은 행위는 무속의 운명론적인 주술적 판단을 근거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행위로, 국민을 대상화하고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도구화하며 사법적 판단마저 마비시킨다"며 "이번 선거 과정에 드러난 무속 비선 정치의 개입에 대한 강한 우려는,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일으킨 지난 박근혜 정권의 실패와 이에 저항한 촛불 시민의 민주적 혁명을 연상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이 같은 비판은 이웃 종교에 대한 배타적 시비도, 특정 후보에 대한 간접적 지지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우리 민족이 발전시켜온 건전한 민족종교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는 동시에, 정파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공적 가치인 생명·정의·평화의 가치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우리는 민주정치의 길에 들어선 그 누구도, 그 어떤 권력자도, 민주적 방식으로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추구해야 하는 정치라는 공론장에 무속의 운명론적 세계관에 깃댄 타율적 비선 정치의 길을 개입시키면 안 된다는 것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WCC 초혼제 수용 등 무속 신앙을 종교다원주의 원리에 입각해 존중하는 입장을 취해온 NCCK를 위시한 진보 개신교계가 대선 정국에서 특정 후보의 종교적 배경을 둘러싸고 연일 문제 삼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무속 프레임'을 수단으로 특정 후보를 간접 지지하는 교묘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