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시민사회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촛불정신 계승과 실현을 위한 비상시국회의'(아래 비상시국회의)를 열었다. 비상시국회의는 현 정부에 날을 세웠지만, 촛불 정신으로 사회 전반의 퇴행은 막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시국회의측은 "몇몇이 대선을 앞두고 촛불의 마음을 다시 모아 토론을 통해 실천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제안해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상시국회의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특권과 기득권에 맞서 국가권력과 사회권력을 민주적으로 개혁하는데 철저하지 못했다. 기득권 저항이 완강했기 때문이지만, 과정과 결과도 공정했다거나 정의로웠다고 말할 수 없다"며 현 정부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건 우선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되돌리려는 기득권의 저항 때문이지만, 그 다음으로 큰 책임이 개혁세력을 자처한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오만과 퇴행, 기득권 안주에 있다"고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비상시국회의는 시민사회에도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시민사회가 정부와 정치권의 퇴행을 막지 못했다. 무엇보다 양당 중심의 기득권 정치구조를 개혁하여 다양한 민의가 존중되고 그 비중에 맞게 반영되는 정치구조를 창출하는데 역부족이었다"는 게 시민사회의 자성이다.
하지만 비상시국회의는 "특권층의 이익과 국정농단을 뒷받침하고 재난 참사의 피해자들과 사회적 약자를 핍박하고 통제하는데 앞장섰던 거꾸로 선 국가권력 구조를 근본적이고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일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적어도 검찰과 법원, 국정원과 감사원 같이 선출되지 않은 국가권력 기구가 국민 위에 군림하여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현 대선 국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박래군 전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공동대표는 "현 대선 국면에서 새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찾아보기 힘들고 노동과 여성이 사라지고 차별과 혐오가 난무한다. 차별금지법을 제대로 만들자는 공약조차 사라진 대선판을 보는 게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전 공동대표는 "우리 선택은 촛불 이전으로 되돌릴 것이냐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국민이) 현명하게 선택해 주리라 믿는다"고 호소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도 빠지지 않았다. 김종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성역 없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함께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겠구나 생각했지만, 문 정부 임기말에도 이런 염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시민사회가 촛불 정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한다. 또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완수해 우리 국민들이 안전한 나라에서 행복하고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촛불 정신을 모아 달라"고 독려했다.
이날 시국회의 온라인 연서명에는 215개 단체 845명과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439명 등 총 1,284명이 이름을 올렸다. 개신교계에서는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광주기독교협의회, NCCK안동정의평화위원회, NCCK인권위원회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