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앞서 지난 4일과 5일 사전투표가 전국 투표소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 사전투표율은 36.93%를 기록했다. 사전투표가 전국단위 선거에 처음 도입된 2014년 지방선거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으로 51.45%를 기록했고, 전북(48.63%)과 광주(48.27%)가 뒤를 이었다.
기자는 이틀 동안 충남 지역 소재 ㄱ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참관했다. 직업인이기에 앞서 시민으로서 이번 대선에 적극 참여하고자 해서다.
현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사전투표소장은 이틀 내내 유권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엔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하지만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사전투표 마감인 5일 오후 6시까지 유권자들의 발길은 끊일 줄 몰랐다.
유권자가 밀려 들면서 투표를 돕는 사무원들은 쉴 틈이 없었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도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없었다.
선거 사무원들은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임을 감안, 거리두기를 신신당부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 유권자가 찾아올 때면 기다리는 수고를 하지 않도록 사무원들이 어르신 유권자를 먼저 배려하는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유권자들도 안내원의 안내를 잘 따라 줬기에 투표는 수월히 이뤄질 수 있었다. 기자가 찾은 곳은 인구 2만에 불과한 면단위 행정구역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작은 면에서조차 투표열기는 대단했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는 밀려드는 유권자로 인해 투표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ㄱ 투표소를 총괄한 A 투표감독관은 "비교적 인구가 적은 면단위라 수월할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힘들었다. 유권자들의 투표의지가 강하다는 걸 느꼈다"는 소감을 밝혔다.
결코 가볍지 않은 한 표....정치냉소를 넘어
이틀간 현장 상황을 참관하면서 확실히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민주의식은 세계 최고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유력 언론들은 대선을 앞둔 수개월 동안 ‘역대급 비호감'으로 이번 대선을 폄하하는가 하면, 여야 유력후보의 흠결을 들춰 흠집을 내는 기사를 쏟아내다시피 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일부 목회자들은 사전투표 음모론까지 부추겼다.
이쯤되면 정치에 냉소가 쌓일 만도 하다. 하지만 전국의 유권자들은 새벽부터 투표를 마감하는 순간까지 투표장으로 달려 나와 한 표를 던졌다. 정치를 향한 냉소와 혐오 정서가 만연했다면 나오기 힘든 장면이다.
이번 선거에서 대한민국 유권자는 누구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신의 영역일 것이다. 게다가 선거판세를 보면 여야 누구도 압도적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당선자 확정 이후에도 상당기간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리스도인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여부는 그리스도인이든, 아니든 유권자로서 자유로이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한 표의 무게는 결코 작지 않다.
무엇보다 정치에 대한 냉소는 금물이다. 함석헌 선생은 "정치하는 사람들을 싸잡아서 모두 다 도둑놈들이라고 말해 버리면 기분이야 시원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나쁜 놈, 더 도둑놈들을 두둔하는 꼴이 된다"고 일갈했다.
대통령 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다. 이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즉 본인이나 일가족이 이권을 차지하는데 휘두를 이가 누구인지, 역으로 국민들을 섬기고 약자를 감싸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를 타파하는 데 앞장설 가장 적절한 적임자가 누구인지 치열히 고민하고 한 표를 행사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미 사전투표를 마친 그리스도인이 있다면, 자신의 선택기준을 아직 투표하지 못한 동료나 함께 신앙 생활하는 이들과 공유해 선택을 도왔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
현장에서 지켜본 바, 사전투표 때 보여준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를 감안해 보면 유권자의 집단지성이 현명한 선택을 내릴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자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도 이 현명한 선태에 적극 참여해 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