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전라도 광주이다. 전라도 민중들의 일상생활 용어중에 흔히 듣는 말로서 "웃기고 자빠졌네!'라는 말이 있다. 지체 높은 상대방의 행동거지가 하도 기가 막히고 이해되지 않을 때, 뷴노 섞인 악담이나 조리 있는 점잖은 말로서 지식 언어를 구사할 수 없거나 불가능 할 때, 역설적으로 해학적 표현을 써서 '모순의 현실'을 돌파하려는 민중들의 언어이다.
"웃긴다", "웃기지 마!", 좀 더 심하게 전라도 식으로 표현해서 "웃기고 자빠졌네!"라는 민중들의 내뱉는 말을 필자가 다시 꺼내들고 보니 1970년대 초반 민중신학 제1세대 선생님들 중에서 필자에게 아주 특이한 인상을 주고 가셨던 현영학 선생님의 생존시 모습이 간절하다. 현영학 선생의 민중신학 탐구는 안병무, 서남동 선생들의 민중신학 색깔과 달랐다. 일찍부터 탈놀이의 대화와 몸짓 속에 응축된 민중들의 애환, 저항, 비판, 초월의식을 민중신학과 연결하여 해석하여 주셨다. 현 선생이 1973년 6월에 쓰신 글 <민중 속에 성육신 해야>라는 제목의 글 중에서 다음 문장 하나를 인용하며 다시 읽어본다. 현영학 교수의 통찰력이 빛나는 문장이다,
"탈놀이는 종교적인 권위(파계승)와 세속적인 권위(양반)를 풍자한다. 즉 그 권위들을 상대화시키며 또 그렇게 상대화시킬 수 있는 차원의 세계를 경험하고 암시한다. 해학적 인 풍자는 또한 피비린내 나는 혁명은 아니라도 이미 정신적으로 현실을 이긴자의 정신적 여유를 전제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대를 내포한다. 그리고 그 놀이를 통하여 주어진 현실에 대한 긍정, 참여와 보람을 경험한다." (<민중과 한국신학> 17쪽>)
요즘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윤석열 당선자 정권시대를 준비하는 정치적 사건들이 분주한 시절에, 해방 이후 역대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이었던 청와대엔 절대 안 들어가겠고 "국민과 동행하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대통령 당선자의 결심에 충성하는 사람들의 기발한(?) 아이디어 '국방부청사에로 이전 기획 발표'를 놓고서 국민들의 반응은 많이 수군대며 노골적으로 전라도 막걸리 판에서는 "웃기고 자빠졌네!"라고 해학적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민중들이 "용산 국방부 청사에로 대통령집무실 이전기획 안'을 듣고서 "웃긴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민중들은 탈놀이 마당극에서 놀이패들의 덕담, 풍자. 우스운 엉덩방아 찧기, 기상천외한 발언들이 마당놀이 탈춤판을 빙 둘러싸며 구경하는 사람들을 웃기는 소리요 행위라는 것을 안다. 요즘 좀 유식한 사회학자들 전문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포퓰리즘 마당극"이란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한겨레신문 이세영 논설위원의 포퓰리즘에 대한 개념은 다음과 같다: "포퓰리즘은 다양한 사회집단의 불만과 욕구를 특정한 가치나 슬로건, 지도자의 이름 아래 묶고, 이를 통해 낡은 지배질서에 맞설 정치적 주체(국민)와 집단의지를 만들어내는 전략적 실천을 가리킨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시대를 열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든 용산구 국방부 시대로 옮기든 그것은 정치적 포픂리즘이지 진정한 국민을 위한 언어와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마당굿 굿판에 둘러싼 구경꾼들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국민들 중 맹목적 충성파 일부를 제외하고는 당선자 기호 2번을 투표한 국민이건 반대한 국민이건 대부분 국민들은 "당선인이 기존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0%)다"라고 말한 김은혜 대변인의 지난 16일 브리핑을 이해 못한다. 대변인의 입은 곧 당선자의 입이다. 국민은 묻는다. "당선인이 기존 청와대로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요?". 안보위기 공백, 코로나 확산 긴급대처, 천문학적 예산 투입 낭비, 청년들 생계수단 마련, 시민들의 불편을 희생하고 "윤석열 당선자의 오기?"를 관철시키는 것이 공정, 상식, 법치를 3대 공약으로 내세운 새로운 정치집단의 제1순위 국정과제인가? "웃기고 자빠졌네!" 전라도식 막걸리판의 풍자 아닌 허허로운 웃음소리를 당선인과 안철수를 단장으로한 대통령인수위원들은 귀를 열고 듣기 바란다.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생각 없는 정치꾼들의 한바탕 소동이 글자 그대로 한마당 놀이패 마당극의 하룻밤 풍자극으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